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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9 (일)

할머니 된 세 살배기 딸…67년 만의 만남 설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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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1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

“살아 있다니 감개무량…”

남측 선발대 금강산 도착

경향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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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는 20일부터 열리는 제21차 남북 이산가족 상봉행사를 최종 점검하기 위한 남측 선발대가 15일 금강산에 도착했다.

이종철 대한적십자사 실행위원이 단장을 맡고 총 18명으로 구성된 선발대는 숙소와 연회장 등 현장을 둘러보고 시간 계획, 숙소와 행사장 배치, 이동 경로 등 세부 사항을 북측과 최종 조율한다.

이번 행사에서는 남측 93명, 북측 88명이 한국전쟁과 분단 때문에 헤어졌던 가족들과 재회한다.

특히 6·25전쟁 당시 세 살배기 딸과 헤어진 뒤 67년 만에 상봉하는 황우석씨(89) 사연이 눈에 띈다. 황해도 연백군 출신인 황씨는 1951년 1·4후퇴 때 북한군에 끌려가지 않기 위해 홀로 고향을 떠났다. 세 살배기 딸은 부모에게 맡겨두고 3개월만 피란한 뒤 돌아올 생각이었으나, 다시 가족들을 만나지 못했다.

황씨는 할머니가 된 딸 영숙씨(71)를 만나지만 얼굴이 기억나지 않아 걱정이다. 황씨는 “세 살 적이라 기억이 안 난다. 이번에 가서 이름을 보고 찾아야지. 강산이 7번 변했는데”라며 말끝을 흐렸다. 영숙씨는 상봉행사에 39세인 딸과 함께 나오겠다고 알렸다. 황씨는 외손녀도 만나게 되는 것이다. 황씨는 그러나 부모님과 세 동생, 아내는 모두 사망했다는 통지를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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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기동씨(82)는 6·25전쟁 당시 헤어진 여동생 선분씨(73)와 남동생 혁동씨(68)를 만난다. 헤어질 당시 동생들은 여섯 살, 두 살 정도밖에 되지 않아 동생들에 대해 기억나는 것은 이름밖에 없다고 한다. 박씨는 부모님이 사망했다는 통지를 받았다. 그는 “동생들이라도 살아 있다는 게 감개무량하다”며 “마음이 설레 밤잠을 설친다”고 말했다.

박씨는 동생들에게 속옷과 치약·칫솔 등 생활용품을 선물로 줄 생각이다. 또 동생들을 위해 자신은 입어본 적 없는 고가의 겨울 점퍼도 준비했다. 박씨는 “겨울에 추울 때 따뜻하게 입었으면 해서 점퍼를 샀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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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수남씨(77)는 헤어지기 전 차분하고 자상한 성격으로 기억하고 있는 큰형 종성씨(85)와 68년 만에 재회한다. 이씨가 큰형과 헤어진 것은 6·25전쟁 중이던 1950년 8월쯤이다. 당시 이씨 가족들은 서울 이태원 부근에 살고 있었는데 북한군이 큰형을 데려갔다고 한다. 이씨가 간직한 사진 속 큰형은 10대 소년으로 남아 있지만, 이제 큰형은 여든 살을 훌쩍 넘겼다.

이씨는 어머니가 새벽에 장독대에 정화수를 떠다 놓고 기도하는 모습을 여러번 봤다. 이씨는 큰형의 생존 소식을 접한 뒤 ‘어머니, 아버지가 생전에 이 소식을 들었으면…’ 하는 생각을 가장 먼저 했다고 한다. 이씨는 “큰형과 만나게 돼 영광이지만, 이번이 마지막이 될 수도 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며 “영구적으로 상설 면회소라도 생긴다면 더없이 좋겠다”고 말했다.

<공동취재단·정희완 기자 roses@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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