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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6 (목)

터키의 반격…미국산 車·술·담배에 맞불관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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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터키의 무역전쟁이 전면전으로 치닫고 있다.

터키는 미국산 승용차, 주류, 담배 등에 대한 관세를 2배 인상하며 반격에 나섰고, 미국은 추가 보복을 예고하며 긴장 수위를 높였다. 양국 통상전쟁이 거세지면서 터키발 신흥국 외환위기에 대한 경고음이 커지고 있다.

15일(현지시간) 로이터통신에 따르면 터키 정부는 관보를 통해 미국산 자동차, 주류, 잎담배에 대한 관세를 각각 120%, 140%, 60%까지 인상한다고 발표했다. 미국이 지난 10일 터키산 철강과 알루미늄에 대한 관세를 2배 인상해 터키 리라화 폭락을 촉발한 지 나흘 만이다. 미국 주력 수출품인 쌀, 석탄, 화장품에 대한 관세도 각각 50%, 60%, 60%까지 인상됐다. 푸앗 옥타이 터키 부통령은 이날 트위터를 통해 "터키에 대한 미국의 고의적인 경제적 보복에 대응하기 위해 미국산 제품에 대한 관세를 인상했다"고 밝혔다.

이번 조치는 미국과 터키의 갈등이 최고조에 이른 가운데 발표됐다. 터키의 미국인 목사 앤드루 브랜슨 체포·구금 문제로 시작된 갈등은 최근 무역전쟁으로 번졌다. 이로 인해 터키 리라화 가치가 폭락하는 등 외환위기에 대한 공포가 고조되고 있지만 어느 한쪽도 물러서지 않고 날 선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이날 국영 터키항공과 투르크텔레콤은 미국 언론사에 대한 광고를 중단한다고 발표했다. 미국산 제품을 보이콧하라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 요구에 따른 것이다. 전날 에르도안 대통령은 "우리는 미국 전자제품에 대한 불매운동을 시행할 것"이라며 "만일 미국에 아이폰이 있다면 다른 쪽에는 삼성이 있다"고 말했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도 물러서지 않겠다는 뜻을 밝혔다. 새라 허커비 샌더스 백악관 대변인은 성명을 통해 "트럼프 대통령은 터키가 브랜슨 목사를 풀어주지 않는 데 대해 심기가 매우 불편하다"고 말했다.

익명을 요청한 미국 고위 관료는 로이터통신에 "터키가 브랜슨 목사를 석방하지 않으면 추가 경제 보복 조치를 내놓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추가 보복 조치로 터키 국영은행인 할크방크에 대한 제재가 거론된다.

리라화 폭락세를 안정시켰던 존 볼턴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 보좌관과 주미 터키대사의 협상도 진전이 없었던 것으로 뒤늦게 전해졌다. 전 세계를 공포로 몰아넣었던 리라화 투매가 다시 시작될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백악관 관계자는 로이터통신에 "트럼프 대통령은 브랜슨 목사를 100% 데려와야 한다는 입장이다. 양측 회동에는 아무런 성과도 없었다"고 전했다.

하지만 터키가 브랜슨 목사를 석방할 가능성은 전무해 극한 갈등을 예고하고 있다. 브랜슨 목사 사태는 에르도안 대통령에게 자존심이 걸린 사안이기 때문이다. 터키는 미국이 에르도안의 정치적 숙적인 펫훌라흐 귈렌을 넘길 때까지 양보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귈렌은 지난 3월 터키 군사 쿠데타의 배후로 지목된 이후 미국 펜실베이니아주로 망명했다.

[박의명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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