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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5 (일)

문 대통령-여야 원내대표, 선거제도 개혁 합의 이뤄낼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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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성한용 선임기자의 정치막전막후 224

대통령-원내대표 16일 오찬 회동 앞두고

교수·연구자 68명 ‘선거제도 개혁’ 긴급 선언

“사회경제적 약자 대표하는 정당 있어야

사회경제 문제 근본적으로 해결 가능”

“정당 득표율-의석 배분율 비례성 보장해야

연대와 협력의 정치-합의제 민주주의 발전”


문재인 대통령이 16일 여야 5당 원내대표를 청와대로 초청해 오찬을 함께 하며 대화합니다. 더불어민주당 홍영표, 자유한국당 김성태, 바른미래당 김관영, 민주평화당 장병완 원내대표, 정의당 윤소하 원내대표 직무대행이 참석합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원내대표들의 회동은 지난해 5월 이후 15개월만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원내대표들을 초청한 이유는 뭘까요? 지난 13일 한병도 청와대 정무수석이 이렇게 밝혔습니다.

“8월 16일 여야 5당 원내대표를 청와대로 초청해 대화한다. 이번 회동은 대통령이 강조해 온 국회와의 협치를 보다 강화하기 위한 차원에서 추진하는 것이다. 8월 임시국회와 9월 정기국회를 앞두고 민생경제 법안 협력 방안, 한반도 평화 정착을 위한 초당적 협력 방안을 논의할 예정이다.”

행정부 권력은 대통령이 갖고 있지만, 입법권은 국회가 갖고 있습니다. 국회는 여소야대입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정책을 입안해서 시행하려면 입법을 해야 합니다. 따라서 야당의 협조가 필요합니다. 16일 회동은 문재인 대통령이 야당 원내대표들에게 9월부터 시작되는 정기국회 입법을 당부하는 자리가 될 것입니다.

야당도 큰 틀에서 경제를 살리기 위한 입법에 협조하겠다고 약속할 것입니다. 그러나 각론에 들어가면 얘기가 달라집니다. 야당은 자신들이 반대하는 법안을 통과시켜주지 않을 것입니다. 과거 민주당도 그랬습니다.

정치는 주고받는 것입니다.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이 야당에 뭔가를 줘야 합니다. 그래야 입법 협조를 구할 수 있습니다. 무엇일까요? 야당은 지금 개헌과 선거구제 개편을 희망하고 있습니다. 특히 선거구제 개편이 절박합니다. 6·13 지방선거에서 입증됐듯이 지금 지역구 중심 소선거구제 그대로 2020년 총선을 치르면 민주당이 정당 지지율보다 훨씬 더 많은 의석을 차지하게 됩니다.

하지만 선거구제 개편은 말처럼 쉽지 않습니다. 첫째, 민주당 의원들이 찬성하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현행 소선거구제를 유지하는 것이 민주당에 더 유리하기 때문입니다. 둘째, 의원정수를 300명으로 묶어둔 상태에서 비례대표 의원 숫자를 확대하려면 지역구 의원 숫자를 줄여야 하는데 지역구 의원들의 찬성을 구하기도 어렵습니다.

따라서 선거구제 개편에는 문재인 대통령과 민주당 지도부의 정치적 결단, 그리고 지역구 국회의원들의 찬성을 끌어낼 수 있는 현실적 타협안 도출이 필요합니다. 지역구 의원 숫자를 줄이지 않고 비례대표 의원 숫자를 늘리려면 의원정수를 확대해야 합니다. 국민은 의원정수 확대에 찬성하지 않을 것입니다. 의원정수를 늘이는 대신 의원들의 수당(이른바 세비)을 대폭 삭감하고 보좌진 숫자를 줄이는 등 타협안을 만들어내야 합니다. 절대 쉽지 않은 일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이 연동형 비례대표제를 도입할 수 있는 적기입니다. 적어도 명분상으로는 선거구제 개편의 당위성에 대해 누구도 반대하지 않기 때문입니다.

최태욱 한림대학원대학교 교수가 선거제도 개편을 촉구하는 선언문과 선언문에 동의한 학자들의 명단을 다급하게 보내왔습니다. 16일 청와대 회동에서 문재인 대통령과 5당 원내대표들이 선거제도 개편에 합의해야 한다는 절박감 때문입니다.

최태욱 교수는 비례대표제 도입에 모든 것을 걸고 있는 학자입니다. 선거제도 개혁을 주제로 <청년의인당>이라는 소설까지 쓴 일이 있습니다. 하루 만에 68명의 서명을 받았습니다. 선언문 전문과 학자들의 명단을 소개합니다.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대표의 8월 16일 회동에 즈음하여

선거제도 개혁 촉구 교수?연구자 긴급 선언

2018년 8월 16일 문재인 대통령과 여야 5당 원내대표가 청와대에서 오찬 회동을 하기로 한 것은 심각한 기능 저하에 빠져있는 우리나라의 민주주의를 살리기 위해 대통령과 의회 지도자들이 모처럼 머리를 맞대는 것으로 크게 환영할만한 일이다. 대통령과 여야 원내대표의 만남은 대선 직후인 2017년 5월 19일 이후 1년 3개월 만이다.

첫 번째 만남에서 대통령은 국회가 진정한 민의 대변 기구로 거듭날 수 있도록 선거제도가 개혁된다면 분권형 대통령제가 아니라 의원내각제로의 개헌도 가능하리라고 말한 바 있다. 국회가 비례성 높은 선거제도를 도입한다면 대통령인 자신도 지금의 대통령중심제를 의회중심제로 전환하는 것에 찬성하겠다는 뜻을 분명하게 밝힌 것이다.

사실 비례성이 보장되는 선거제도의 도입은 문재인 대통령의 지론이기도 하다. 2012년 대선 정국에서 당시 문재인 후보는 권역별 비례대표제로의 개혁을 공약으로 내세웠다. 그리고 그가 새정치민주연합의 당 대표였던 2015년 8월에는 ‘권역별 소선거구-비례대표 연동제’의 도입을 공식 당론으로 채택했다. 그 권역별 연동제의 도입은 2017년 대선 때도 그의 공약이었다.

1년 3개월 전 시민사회와 학계의 대다수 인사들은 ‘선거제도가 먼저’라는 문재인 대통령의 입장을 충분히 이해하고 그 뜻에 전적으로 동의하였다. 사실 지금의 국회가 민의를 제대로 대변하고 있다고 보기는 어렵다. 비정규직 노동자, 소상공인, 청년 등의 사회경제적 약자들은 하루하루를 살아내기가 어려워 불안과 공포 속에 허덕이고 있는데, 막상 국회 안엔 그들을 대표하는 정당과 정치인이 별로 없기 때문이다.

지역 기반 정당들, 이를테면 ‘영남당’과 ‘호남당’은 있을지언정, 유력한 ‘비정규직 노동자당’이나 ‘소상공인당’은 존재하지 않는 게 사실이지 않은가. 의회중심제로 가고자 한다면, 국회가 먼저 우리 사회 구성원들의 선호와 이익, 갈등과 대립 양상을 있는 그대로 반영할 수 있는 대의 기구로 바로 서야 한다.

그러기 위해선 주요 사회경제 집단의 정치적 대표성을 두루 보장해줄 수 있는 선거제도의 도입이 필요하다. 결국, 선거제도의 개혁으로 국회가 진정한 민의 대표 기구로 거듭나야 그 국회를 중심으로 하는 권력구조가 제대로 작동할 수 있다는 것이다. 선거제도의 개혁이 분권형 권력구조의 개편보다 앞서 이루어져야 하는 까닭이다.

다행히도, 지난 1년 3개월 사이 정치사회엔 유의미한 변화가 있었다.

무엇보다, 자유한국당이 상당히 변했다. 6·13 지방선거 이전처럼 선거제도 개혁에는 무조건 반대하고 오직 권력구조 개헌만을 고집하는 분들이 줄고 있다. 약자를 위한 포용의 정치를 작동하지 않으면 사회 해체의 위기가 닥쳐오리라는 걸 걱정하는 분들이 늘고 있다. 개중에는 심지어 비례성의 원칙이 지켜지는 선거제도가 자유한국당의 미래에도 유리하다고 주장하는 분들도 더러 있다. 김병준 비대위원장은 과거 노무현 정부에서 일할 때 어느 누구보다도 가장 열성적으로 선거제도 개혁을 주창했던 분이기도 하다.

선거제도 개혁을 완수해내겠다는 민주평화당의 의지와 각오는 정의당을 압도할 만큼 뜨거워졌다. 바른미래당도 선거제도 개혁에 관한 열정에 있어 민주평화당이나 정의당과 크게 다르지 않다. 이 세 정당은 개혁입법연대의 성공은 선거제도 개혁에 대한 민주당의 태도에 달려 있다고 주장할 정도이다.

애석하게도, 수많은 시민들이 존경해마지않던 노회찬 의원은 먼저 하늘나라로 갔지만, 선거제도를 개혁하여 힘 있고 실력 있는 약자 대표 정당을 여럿 띄우고 싶어 했던, 그리하여 누구나 더불어 잘 사는 세상을 만들고 싶어 했던 그의 그 아름다운 뜻은 정의당만이 아니라 민주평화당과 바른미래당 등에 의해서도 올곧게 이어져가고 있는 형국이다.

하루라도 빨리 정당 득표율과 의석 배분율 간의 비례성이 보장되는 ‘민심 그대로 선거제도’가 도입돼야 한다. 그래서 노동자, 소상공인, 청년 등의 사회경제적 약자를 대표하는 유력 정당들이 입법부와 행정부에 상시적으로 포진해 있도록 해야 한다. 그래야 양극화 심화, 비정규직 노동자와 영세 자영업자의 급증, 청년의 불안과 좌절 등과 같은 우리나라의 심대한 사회경제 문제들이 근본적으로 해결될 수 있다.

지금이 선거제도 개혁의 최적기이다. 문재인 대통령과 5당 원내대표 간의 8월16일 회동에서는 지난 1년 사이에 일어난 변화의 의미를 잘 파악하여, 부디 그에 부합하는 건설적인 합의가 이루어지길 바라마지 않는다. 짧게는 작금의 여소야대 난국을 헤쳐 나갈 연대와 협력의 정치를 위해, 길게는 경제민주화와 복지국가의 건설 그리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가능케 할 합의제 민주주의의 발전을 위해, 대통령과 의회 지도자들이 선거제도 개혁에 관한 기본 틀과 방향, 그리고 일정 등에 대승적으로 합의해주길 간절한 마음으로 촉구하는 바이다.

2018년 8월 15일

‘민심 그대로 선거제도’의 도입을 촉구하는 교수·연구자 일동

※ 서명 시간: 2018년 8월 14일 오전 11시 ~ 2018년 8월 15일 정오



서명자 명단 (68명 : 2018년 8월 15일 정오 현재)

강남훈 한신대 교수, 강원택 서울대 교수, 김규완 고려대 교수, 김누리 중앙대 교수, 김명환 서울대 교수, 김미곤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 김신동 한림대 교수, 김연태 고려대 교수, 김영순 서울과기대 교수, 김용일 한국해양대 교수, 김용진 서강대 교수, 김윤상 경북대 교수, 김윤태 고려대 교수, 김진방 인하대 교수, 김형철 성공회대 연구교수, 김호균 명지대 교수, 남기업 토지+자유연구소 소장, 박명림 연세대 교수, 박배균 서울대 교수, 박순성 동국대 교수, 박재현 인제대 교수, 박지웅 영남대 교수, 박창근 가톨릭관동대 교수, 선대인 선대인경제연구소장, 선학태 전남대 명예교수, 송원근 경남과기대 교수, 송태수 고용노동연구원 교수, 신동면 경희대 교수, 신호창 서강대 교수, 안용흔 대구가톨릭대 교수, 안효상 기본소득네트워크 상임이사, 양준호 인천대 교수, 엄민희 텍사스대 교수, 우석훈 성공회대 외래교수, 유용태 서울대 교수, 유종성 가천대 교수, 윤용만 인천대 교수, 윤홍식 인하대 교수, 이대근 경향신문 논설고문, 이병천 강원대 명예교수, 이병한 원광대 교수, 이병훈 중앙대 교수, 이상이 제주대 교수, 이삼성 한림대 교수, 이정우 경북대 명예교수, 이종훈 명지대 교수, 이준호 서울대 교수, 이태경 헨리조지포럼 사무처장, 이호근 전북대 교수, 임강택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 전강수 대구가톨릭대 교수, 전성인 홍익대 교수, 전현수 경북대 교수, 정동훈 광운대 교수, 정상호 서원대 교수, 정용욱 서울대 교수, 정원호 한국노동사회연구소 연구위원, 정인환 협성대 교수, 조돈문 가톨릭대 교수, 조세영 동서대 교수, 조애리 카이스트 교수, 최배근 건국대 교수, 최상명 우석대 교수, 최영찬 서울대 교수, 최태욱 한림국제대학원대 교수, 홍경준 성균관대 교수, 홍승권 가톨릭관동대 교수, 홍윤기 동국대 교수

성한용 선임기자 shy99@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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