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04 (화)

文대통령이 '여성'이란 단어를 7차례나 언급한 이유는?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광복절 경축사서 "女·男 차별 없이 독립운동 역사 발굴"

혜화역 시위 등 최근 성차별 반대 집회도 의식한 듯

서울경제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문재인 대통령이 15일 제73주년 광복절을 맞아 20여분간 이뤄진 경축사에서 ‘여성’이라는 단어만 7차례 언급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경축사에서 여성 독립운동의 역사를 재조명하는 차원에서 ‘여성’이라는 단어를 언급했다. 하지만 ‘홍대 몰카’ 사건의 가해자가 남성이 아닌 여성이라 경찰 수사가 편파적으로 이뤄졌다며 최근 혜화역과 광화문 등에서 열린 성차별 반대 집회에 수만 명의 여성이 참여하는 등 남녀간 갈등이 고조되고 있는 점도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 또 전날 성폭력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 전 충남지사의 무죄 판결 이후 여성계의 반발은 더 거세지고 있다.

문 대통령은 “여성들은 가부장제와 사회·경제적 불평등으로 이중 삼중의 차별을 당하면서도 불굴의 의지로 독립운동에 뛰어들었다”며 “(그럼에도) 여성의 독립운동은 깊숙이 묻혀왔다”고 말했다. 이어 “정부는 여성과 남성, 역할을 떠나 어떤 차별도 없이 독립운동의 역사를 발굴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각종 발언 때마다 ‘남성과 여성’ 대신 ‘여성과 남성’이라는 표현을 쓰고 있다고 청와대 관계자는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대표적인 여성 독립운동가의 이름도 하나씩 호명했다. 그는 “1932년 제주 구좌읍에서는 일제의 착취에 맞서 고차동, 김계석, 김옥련, 부덕량, 부춘화, 다섯 분의 해녀로 시작된 해녀 항일운동이 제주 각지 800명으로 확산됐다”고 말했다.

이어 “평양 평원고무공장의 여성노동자였던 강주룡은 1931년 일제의 일방적인 임금삭감에 반대해 높이 12미터의 을밀대 지붕에 올라 농성하며 ‘여성해방, 노동해방’을 외쳤다”며 “당시 조선의 남성 노동자 임금은 일본 노동자의 절반에도 못 미쳤고, 조선 여성노동자는 그의 절반도 되지 못했다”고 설명했다.

문 대통령은 경축식 행사장인 국립중앙박물관이 위치한 용산을 “서울의 심장부”라고 규정하면서 8차례 언급하기도 했다. 문 대통령은 “일제강점기 용산은 일본의 군사기지였으며 조선을 착취하고 지배했던 핵심이었다”며 “광복과 함께 용산에서 한미동맹의 역사가 시작됐다. 한국전쟁 이후 용산은 한반도 평화를 이끌어온 기반이었다”고 말했다.

이어 “경의선과 경원선의 출발지였던 용산에서 ‘동아시아철도공동체’를 제안한다”고 말했다. 일제의 착취라는 아픈 과거를 극복하고 현재의 굳건한 한미동맹을 발판 삼아 미래의 공동번영으로 나아가자는 메시지를 ‘용산’이라는 장소를 활용해 집약적으로 전달한 셈이다.

이날 행사장에는 베토벤의 교향곡 9번 ‘합창’ 중 4악장 ‘환희의 송가’가 연주되기도 했다. 청와대는 미리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이 곡은 독일에서 베를린장벽을 허물 당시 통일을 기념해 연주된 바 있다”며 “광복절을 맞아 통일 대한민국의 평화를 기원하는 뜻에서 이 곡을 고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강신우기자 seen@sedaily.com

[ⓒ 서울경제,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