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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4 (금)

이슈 드루킹 '댓글 조작' 사건

드루킹 댓글조작 사건과 스모킹 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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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14일 오후 '드루킹' 김동원 씨의 최측근인 '서유기' 박모 씨가 서울 서초구 허익범 특별검사팀 사무실로 소환되고 있다. 박 씨는 지난 2016년 11월 김경수 경남도지사 앞에서 댓글조작 프로그램 '킹크랩'을 시연한 것으로 지목된 인물이다. /사진=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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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석우 변호사의 법률 이야기-71] 1. 드루킹 댓글 조작 수사가 막바지에 임박해 있다. 의혹의 당사자인 '드루킹' 김동원 씨와 김경수 경남도지사의 대질 조사도 얼마 전에 있었다. 김 지사가 드루킹의 불법 댓글 조작 사실을 알면서도 묵인 내지 승인했는지가 문제의 핵심이다. 이 문제를 풀자면 "김 지사가 2017년 11월 드루킹이 운영한 파주 느릅나무 출판사를 찾아 '킹크랩 시연회'를 참관했는지", 이 자리에서 킹크랩 사용을 허락하는 태도나 말을 했는지 팩트가 밝혀져야 한다. 의혹의 당사자인 드루킹과 김 지사의 말이 서로 달라 그 진술만 가지고는 사실 여부를 가릴 수 없다고 한다.

기사들은 이를 두고 "스모킹 건(smoking gun)이 없다"라는 식으로 표현하고 있다. 가령 "특검, '스모킹 건' 없나?" "드루킹과 대질 조사, 평행선을 달리듯…스모킹 건 나올까 여부는" 제하의 기사들이 그렇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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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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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 인터넷 사전상으로는 스모킹 건을 '결정적 단서'라는 의미로 풀이하고 있다. 스모킹 건은 곧 연기가 나는 총이라는 뜻이다. 총기로 살해된 범죄 현장에서 누군가 연기 나는 총을 들고 있었다면 바로 그 사람이 범인이다라는 강한 추정을 받게 마련이다. 총에서 연기가 아직 나고 있으니 범행 직후라는 뜻이고 총기가 방금 전에 사용되었다는 사실만큼은 틀림없다. 그 근처에 사살된 시체가 있었다면 그 연기나는 총을 들고 있던 사람이 살인사건의 범인이다 라는 강한 추정을 받게 마련이다. 스모킹 건이 "결정적 증거"라는 뜻을 갖게 된 연유이리라.

그러나 스모킹 건이 결정적 증거임에는 틀림이 없지만 "직접 증거"라고 보기는 어렵다. 총기에 의한 살인행위는 "총기를 살인 대상자에게 겨눈다→총기의 방아쇠를 당긴다→살해 대상자가 총을 맞고 쓰러진다→사망의 결과가 발생한다"라는 일련의 사실들로 구성된다. 총기를 겨누어 총을 쏘는 살해행위와 사망의 결과 발생이 "살인”을 구성하고 형법 제250조는 바로 이 행위를 금지한다.

'스모킹 건'은 바로 그 직후의 정황을 증빙하는 증거로 그 이전에 있었을 것이라 짐작되는 범죄행위를 추정하게 하는 '정황증거'다. 이욕이든 치정이든 용의자에게 범행 동기가 있었고 살해 대상자를 어떻게 꾀어 범행 현장에 오도록 했는지를 입증하는 증거 역시 살해행위에 대한 직접 증거는 아니고 정황증거에 해당한다. 다만 스모킹 건은 다른 정황증거에 비해 그 증거가 사실을 추정하는 힘이 매우 강한 게 특색이다.(살해행위의 직접증거는 목격자 진술이 대표적이다. 요즘은 CCTV가 대세다. )

3. 김 지사가 킹크랩 시연회에 참석해 킹크랩 사용을 용인했다는 사실을 밝혀줄 강력한 증거가 있다면 그것은 스모킹 건에 해당할까? 그냥 '결정적 증거'라는 용례라면 무방하리라. 그러나 엄밀한 의미에서라면 한 번 따져볼 만하다.

만일에 김 지사에 대한 혐의가 댓글 조작이 아니라 드루킹의 댓글 조작을 방조했다는 정도에 그친다면 김 지사의 시연회 참석에 관한 증거는 방조행위에 대한 직접증거가 된다. 그 정도에 그치는 게 아니라 킹크랩을 사용, 댓글을 조작해 네이버의 업무를 방해했다는 혐의라면 시연회 참석 증거는 정황증거에 해당한다.

또 스모킹 건은 어쨌든 범죄행위 직후의 정황을 밝혀주는 증거이지 범죄에 착수하기 전 정황을 밝혀주는 증거는 아니다. 이 점에서도 느릅나무 출판사에서 열린 킹크랩 시연회 참석 여부와 관련해 결정적 증거가 없다는 것을 두고 "스모킹 건"이라 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아 보인다.

'스모킹 건'이라는 말은 셜록 홈즈 소설에 처음으로 나와 미국 워터게이트 사건을 계기로 본격적으로 사용되었다고 한다. 미국 역사를 배경으로 생성된 '스모킹 건'이라는 용어를 굳이 우리가 써야 할까? '결정적 증거' '핵심적 증거' '강력한 증거'라는 말을 놔두고 말이다.

[마석우 변호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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