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지원병부터 장교까지 검증
극우 인사, IS 연루자 등 집중 단속
영국, 대처 때 MI5 노조 침투 파장
정부·의회·법원이 민간인 사찰 통제
영국 런던 중심가의 템즈강변에 위치한 MI5 전경. 인근에는 대외 정보기관 MI6이 있다. [중앙포토]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공산주의자처럼 보이는 크리스토퍼 힐(역사학자)의 가방을 세관에서 검사해 보니 반(反)체제 서적은 없었다.”
일명 ‘MI5’로 알려진 영국 첩보기관인 보안국(SS·Security Service)의 1950년대 민간인 사찰 기록이다. 내용을 보면 첩보활동이라기보다는 개인의 사생활 뒷조사에 더 가깝다. 이들에 대한 사찰은 두 사람이 공산당원이었다는 이유에서였다. 홉스봄은 공산주의 냄새를 풍기는 『혁명의 시대』(1962) 저자였고 힐은 역사학자였다. 당시는 서구에서 공산주의 확산에 대한 경계심이 크게 고조됐던 때였다.
현재 내무부에 속해 있는 MI5는 당초 한국의 국군기무사령부처럼 군 방첩기관으로 출범했다. 제1, 2차 세계대전 당시 독일 스파이를 대거 체포하면서 영국 최고 첩보기관으로 자리매김했다. 하지만 이면에선 한국의 기무사처럼 민간인 사찰활동도 벌였다.
마거릿 대처 총리 시절 첫 MI5 여성 국장(92~96년)을 지냈던 스텔라 리밍턴(83)은 퇴임 후인 2001년 재임 시절 경험한 권력의 불법행위를 폭로하기도 했다. “대처 전 총리가 전국탄광노조 파업 당시 국가 안보와 경제 회복 차원에서 MI5 요원을 노조에 침투시켜 지도자들을 사찰하도록 지시했다”는 게 요지였다.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다.
영국 MI5(SS), MI6(SIS), GCHQ(정보통신본부) 통합 지출 결산액 |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
실제 2015년 MI5의 민간인 사찰이 문제가 되기도 했다. 당시 테리사 메이(현 총리) 내무장관은 “MI5가 민간인 통화 기록을 수집했다”고 앤드루 파커 MI5 국장을 추궁했다. 결국 MI5는 “2010년 런던증권거래소 폭탄 테러 위협에 연루된 이들을 추적하고 있었다”는 해명을 내놓았다.
독일의 군 방첩기관은 고유 기능에 충실한 사례다. 56년 창설된 독일 군 방첩기관인 군사정보부(MAD)는 독일 연방법(BGBI)에 따라 군 내부 인사에 대해 강력한 조사 권한을 갖고 있다. 네오나치주의자와 이슬람국가(IS) 등 테러단체 연루자 등 군 내 반사회적인 인물을 골라내기 위해서다. MAD의 모토는 “독일 헌법에 반하는 행위를 하는 장교와 사병을 색출한다”는 것이다.
지난해엔 시리아 난민으로 신분을 위장한 채 유력 정치인 암살을 기도하던 현역 중위를 체포하는 성과를 내기도 했다. 당시 우르줄라 폰데어라이엔 독일 국방장관은 해당 장교의 숙소를 찾아 나치 상징인 하켄크로이츠 문양을 찾아냈다.
MAD는 현역 군인 외에도 군 지원자들에 대해서도 조사할 권한을 갖는다. 만일의 경우에 철저히 대비하기 위해서다. 이들이 했던 외국인에 대한 혐오성 발언은 물론 페이스북 친구 리스트까지 조사 대상이다. 독일 언론 도이체벨레(DW)에 따르면 올 들어 MAD는 극우 극단주의자 89명, 이슬람주의자 24명을 체포했다.
조진형·김지아 기자 enish@joongang.co.kr
▶ 중앙일보 '홈페이지' / '페이스북' 친구추가
▶ 이슈를 쉽게 정리해주는 '썰리'
ⓒ중앙일보(http://joongang.co.kr), 무단 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의 카테고리는 언론사의 분류를 따릅니다.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