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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7 (월)

'안희정 무죄'에 법조계 "법리 충실" 평가…일각선 반론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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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무상 위력 입증 쉽지 않아…재판부 판단 수긍"

"정치인·보좌진 관계 간과" 비판도…"미투 폄훼 안돼·입법개선 필요"

연합뉴스

1심서 무죄 선고받은 안희정 전 충남지사



(서울=연합뉴스) 송진원 임순현 고동욱 기자 = 비서에게 성폭력을 가한 혐의로 기소된 안희정 전 충남도지사에게 무죄를 선고한 1심 판결에 대해 법조계에서는 대체로 "수긍할 만한 판결"이라는 반응이 주를 이뤘다.

그간의 재판 과정과 법리 등을 따져봤을 때 업무상 위력에 의한 간음 등 안 전 지사에게 적용된 혐의를 입증하기 쉽지 않았던 만큼 원칙에 따른 판단을 내놓아야 하는 재판부로서는 무죄를 선고할 수밖에 없었으리라는 것이다.

다만 이번 판결로 '미투 운동' 자체가 폄훼돼서는 안 된다는 우려의 목소리도 적지 않았다. 남녀의 권력 차이에 기반을 둔 성폭력 범죄에 대한 입법적 대응이 필요하다는 지적도 뒤따랐다.

익명을 요구한 한 변호사는 "법리에 충실한 판단이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업무상 위력이란 것을 입증하기가 쉽지 않은데, 피해자 진술에 의존할 수밖에 없는 재판부는 이렇게 판단할 수밖에 없었다고 본다"고 논평했다.

이 변호사는 "피해자의 진술과 증언이 다른 진술 등으로 많이 배척될 수밖에 없었고, 일관성이 부족한 피해자의 행동이나 진술로 증거능력을 인정 못 받은 부분도 있다"며 "안 전 지사 측이 그 부분을 물고 늘어진다면 그에 대해 재판부가 판단하지 않을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는 다만 "사안마다 따로 판단해야 하는 만큼 미투 운동과 이번 사건을 연결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며 "무조건 여성이 피해자이니 받아들이라 하는 것이 문제이듯, 이번 사건에 무죄가 나왔으니 피해 여성의 말을 다 믿지 못한다고 하는 것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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법원 나서는 안희정



다른 변호사는 안 전 지사에게 무죄를 선고한 서울서부지법 형사합의11부 재판장인 조병구 부장판사에 대해 "철저한 원칙주의자 아니냐"며 "폭행이나 협박 등이 없었다면 유·무형의 다른 방식으로 의사를 꺾었다는 것을 검찰이 입증해야 했는데 못 했으므로 무죄 추정 원칙에 따른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는 "유죄의 확신이 들 정도로 입증되지 않은 상태에서 유죄를 선고한다면 그것이야말로 형사사법권 남용"이라며 "그 한도 내에서 논리적으로 판결한 것으로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항소심에서도 1심 재판에서 다뤄진 내용을 뒤집을 물적 증거가 나오지 않는 이상 반전이 쉽지 않으리라는 예측도 많았다.

1심 판단을 비판적으로 따져보는 시선도 일부 있었다.

형법을 오래 다뤄 온 한 법조인은 "안 전 지사가 피해자에게 위력을 행사했는지를 따질 때 1심은 도지사와 비서의 관계로만 바라본 것 같다"고 말했다.

이 법조인은 "유력 정치인의 보좌진은 모시는 사람으로부터 한 번 부정적 평가나 불이익을 받으면 다른 보좌진이나 정치권에 그 사실이 퍼지고, 주변으로부터도 부정적 평가를 받는 환경에 있다는 점을 간과한 듯하다"고 비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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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희정 전 충남지사 무죄 선고 규탄 기자회견



그는 "위력은 강제력보다 약한 개념으로, 상대의 의사가 억압되거나 주춤할 수 있을 정도면 된다고 볼 수 있다"며 "도지사가 불이익을 주려는 느낌을 받았고, 그게 주변의 평가를 악화시킬 것이라는 점 때문에 성적 자기결정권을 침해당했다면 그것 역시 처벌 대상이 된다는 게 입법 취지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또 다른 변호사는 "이번 판결이 매우 잘못됐다고 말하기는 어렵다"면서도 "성범죄 사건에 대해 '앞선 판단'을 할 수 있도록 '앞선 입법'이 먼저 이뤄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영미법계 국가에서는 '비동의 간음죄'가 있는데, 우리나라에서는 위계·위력이 행사됐다는 것이 충분히 밝혀지지 않으면 처벌이 어렵다"며 "우리나라에서도 미투 운동을 다 포섭해 처벌하기 어려운 부분이 있어 이에 대한 입법 논의가 이뤄지기 시작하는 중"이라고 언급했다.

sncwook@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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