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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美 vs. 터키, '66년 동맹'에서 이젠 적으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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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 억류' 미국인 목사 신병처리가 표면적 이유

쿠르드족 및 러시아 관련 문제도 얽혀 파장 지속

뉴스1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왼쪽)과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 AFP=뉴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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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정이나 기자 =
터키에 억류돼 있는 미국인 목사의 신병처리 문제에서 촉발된 양국 간 갈등이 시간이 갈수록 심화되고 있다.

미 정부가 관련 제재조치의 일환으로 터키산 철강·알루미늄에 기존보다 2배 높은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하자, 터키 물가가 치솟고 리라화 환율은 폭락하는 등 터키 금융시장이 크게 흔들리면서다.

이에 대해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현 상황을 미국과의 '경제전쟁'으로 규정하고 연일 미 정부의 제재조치를 비난하고 있는 모습.

그러나 나토(NATO·북대서양조약기구) 회원국으로서 지난 66년 동안 동맹을 맺어온 미국과 터키 관계가 이처럼 급속도로 악화된 데는 표면에 드러난 것 이상의 다른 외교적 요인들도 함께 작용했다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미국 vs 터키 갈등 원인은?


사실 미국과 터키는 과거 이라크전쟁 시기부터 최근 시리아 내전과정에 이르기까지 터키군의 개입 문제 등을 놓고 크고 작은 갈등을 빚어왔다.

이라크전쟁 시기 미국의 동맹세력으로 활동했던 이라크 내 쿠르드족이 전후 자치정부를 수립해 사실상 독립하면서 터키 영내의 쿠르드족 분리주의 세력에게도 그 영향을 미쳤기 때문이다. 이와 관련 미 정부는 터키 측에 이라크 내 쿠르드족 문제에 개입하지 말 것을 요구해왔던 상황이다.

비슷한 현상은 시리아 내전에서도 반복됐다. 미국이 수니파 극단주의 단체 이슬람국가(IS) 격퇴전 과정에서 시리아 내 쿠르드 민병대 '인민수비대'(YPG)를 지원하자 터키 측에서 반발하고 나선 것이다.

터키는 YPG가 자국의 분리주의 반군 쿠르드노동당(PKK)과 연계된 조직이리고 주장하며 시리아 내전과정에서 수차례 충돌을 벌였다. 그리고 결국 터키는 동맹국인 미국이 아닌 러시아·이란과의 별도 협의채널을 마련해 독자적인 시리아내전 해법 마련에 선 상태다.

이런 가운데 현재 미국과 터키에 있는 두 '종교인'에 대한 양국 간 입장차까지 맞물리면서 양국의 갈등이 한층 더 심화됐다는 지적이 나온다. 바로 미국인인 앤드류 브런슨 목사와 터키 출신의 재미 이슬람학자 펫훌라흐 귈렌의 본국 송환 문제다.

미 노스캐롤라이나에서 태어나 20여년 넘게 터키에 살고 있는 브런슨 목사는 실패로 돌아간 터키 군부의 2016년 쿠데타 시도 당시 붙잡힌 인물이다. 그는 그해 10월 터키의 반(反)정부 조직을 지원한 혐의로 수감됐다가 현재는 건강이 악화돼 자택 연금 상태에 있다.

미 정부는 그간 터키 측에 브런슨 목사 석방을 요구해왔지만, 터키 정부는 번번이 거절했다. 터키가 2016년 쿠데타 미수 사건의 주동자로 지목한 재미 이슬람학자 귈렌의 송환을 미국에서 거부하고 있다는 이유에서다.

귈렌은 에르도안 대통령의 오랜 정적으로서 1990년대부터 미 펜실베이니아주에 살고 있다.

에르도안 대통령은 작년에도 미국의 브런슨 목사 송환 요구와 관련, "당신들도 종교지도자를 데리고 있지 않냐"며 "우리 사람을 우리에게 넘기면 우리도 당신들의 사람을 돌려보내겠다"는 입장을 밝힌 적이 있다.

◇미국-터키 관계, 왜 중요한가?

전문가들은 미국과 나토 입장에서 터키는 단순한 동맹국이 아니라고 얘기한다.

미 공영라디오 NPR도 "터키가 29개 나토 회원국 중 2번째 규모의 군사력을 자랑한다"며 "지정학적으로나 전략적으로 미국에 중요할 수밖에 없는 국가"라고 전했다.

터키는 수천명의 미군 병력이 배치된 이라크·시리아와 국경을 맞대고 있다. 따라서 미군이 이들 지역에서 군사작전을 벌일 때 터키가 후방 지원기지 역할을 해줄 수 있다.

게다가 터키는 최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이 외교·경제 압박을 가하고 있는 이란과도 이웃해 있고, 러시아군이 작전을 수행중인 흑해와도 인접해 있다.

터키가 이슬람 국가 중에선 예외적으로 미국의 또 다른 동맹국 이스라엘과 공식 수교하고 있는 점도 미국이 터키와의 관계를 전략적으로 중요하게 여기는 배경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최근 터키는 미국과의 관계악화 속에 러시아와의 군사협력을 강화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

터키 정부가 지난달 러시아산 트라이엄프 S-400 지대공 미사일을 도입하기로 결정한 게 대표적인 사례다.

터키 측의 이 같은 움직임에 미 의회에선 F-35 '라이트닝2' 스텔스 전투기의 터키 수출 계획을 중단토록 했다. 이와 관련 트럼프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서명한 2019회계연도 국방수권법(NDAA)에도 터키에 대한 F-35 전투기의 판매를 일시 보류한다는 내용이 담겼다.

진 샤힌 민주당 상원의원(뉴햄프셔)은 "터키 정부는 바로 이 F-35 전투기를 격추하기 위해 설계된 러시아 방공체계를 도입하겠다고 주장한다"며 "터키에 F-35 전투기를 판매하는 것은 곧 러시아에 우리의 기술을 넘기게 되는 셈"이라고 설명한다.

미 의회는 제임스 매티스 국방장관에겐 국방수권법 통과 90일 이내에 '터키와 미국과의 전반적인 전략적 관계'에 대한 보고서를 제출하라고 요구하기도 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과 터키의 양국관계가 악화되면서 유럽과 중동 지역을 중심을 그 파장을 우려하는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최근 상황만 보더라도 일단 양국 간 군사협력에 상당한 균열이 올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이다.
lchung@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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