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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기준금리 45%…‘터키발 충격’에 세계 최고 수준까지 올린 아르헨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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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흥국 약한 고리, 부패스캔들 겹치며

페소화 가치 역대 최저 수준까지 하락

“터키발 충격, 금융 위기 가능성 낮아”

이탈리아와 달러 빚 많은 신흥국 위험

중앙일보

크리스티나 페르난데스 아르헨티나 전 대통령이 13일(현지시간) 부패스캔들과 관련한 법정에 출석하기에 앞서 지지자들이 그의 얼굴이 그려진 아르헨티나 국기를 흔들고 있다.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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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르헨티나가 새로운 기록을 세웠다. 세계 최고 수준의 기준금리다.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13일(현지시간) 기준금리를 연 45%로 끌어올렸다. 기존의 연 40%에서 5% 포인트 전격 인상했다.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이 세계 최고 수준의 기준금리를 내건 것은 페소화 가치 폭락과 자금 유출을 막기 위해서다. 이날 페소화 가치는 달러당 30페소 초반까지 떨어졌다. 사상 최저 수준이다.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의 등을 떠민건 ‘터키발 충격’이다.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터키에 관세 폭탄을 투하하겠다고 밝히고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이 이에 결사 항전할 뜻을 드러내며 터키 리라화 가치가 급락하는 등 세계금융시장에 충격파가 밀려왔다.

13일 아시아와 유럽, 미국 금융시장이 모두 휘청댔고, 약한 고리로 일컬어지는 신흥국은 ‘미친 월요일’로 홍역을 치렀다. 그 결과 신흥국 중 가장 약한 고리인 아르헨티나가 직격탄을 맞은 셈이다.

아르헨티나의 경제 상황은 갈수록 나빠지고 있다. 페소화 가치는 올들어 38% 가량 하락했다. 페소화 가치 하락과 자본 유출이 이어지자 아르헨티나 중앙은행은 올들어 4번에 걸쳐 기준금리를 올렸다.

지난 6월에는 국제통화기금(IMF)에서 500억 달러를 지원받았다. 하지만 전 정권의 고위 관리의 부패 스캔들이 불거지며 경제의 불확실성이 커지며 터키발 충격에 다시 주저앉았다.

귀도 차모로 펙테트 자산운용사 선임매니저는 블룸버그와의 인터뷰에서 “아르헨티나와 터키는 샴 쌍둥이 같다”며 “(경제가 위기에 빠진) 이유는 다르지만 결과는 비슷하다”고 밝혔다.

시장의 관심은 터키발 충격의 전염과 금융위기의 도래 가능성에 집중된다. 블룸버그는 14일 “자산 가격 재조정 등 몇몇 신흥국으로 터키발 충격이 전염될 수 있지만 금융위기로 번질 것으로 보기는 어렵다”고 보도했다.

신흥국의 증시가 흔들리고 통화 가치가 하락하는 등 압력은 커지고 있지만 아르헨티나와 터키와 비교할 때 경제 펀더멘털(기초체력)이 나쁘다고 보기는 어렵기 때문이다.

블룸버그는 중국을 포함한 12개 신흥국의 외환보유액은 3조1500억 달러에 이른다며 이는 2009년(2조 달러)에 비해 큰 폭으로 늘어났다고 지적했다. 터키와 아르헨티나를 제외하고 주요 신흥국의 경상수지도 적자에서 벗어난 곳이 많다고 블룸버그는 덧붙였다.

그럼에도 예의주시해야 하는 곳도 있다. 시장이 우려를 드러내는 곳은 이탈리아다. 13일(현지시간) 이탈리아 10년물 국채금리는 3.09%를 기록했다. 시장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이탈리아의 정부 빚은 2조5000억 달러로 미국과 중국ㆍ일본에 이어 4번째로 많다.

달러 빚 부담이 큰 국가도 충격을 피해갈 수는 없을 전망이다. 스위스쿼트의 페트르 로젠스트리히 애널리스트는 파이낸셜타임스(FT)와의 인터뷰에서 “칠레와 멕시코, 인도네시아, 러시아, 말레이시아 등이 국내총생산(GDP) 대비 비은행권이 달러채 비중이 높다”며 “트레이더들이 달러 부채에 노출된 국가를 겨냥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유럽 시장의 충격은 상대적으로 적을 것으로 예상된다. 윤면식 한국은행 부총재는 14일 “일부 유럽계 은행이 터키 익스포저를 가지고 있어 유로화 가치가 떨어지기는 했지만 은행 크기에 비하면 크지 않은 편”이라며 “여러 위기를 겪으며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왔기 때문에 관리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했다.

한국에 미치는 영향도 미미할 것으로 전망된다. 윤 부총재는 “터키발 충격이 국내 금융 시장에 미치는 영향은 제한적일 것”이라고 밝혔다.

하현옥 기자 hyunoc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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