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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8 (토)

안보에 금간 두 스트롱맨 우정, 터키 경제 추락 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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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에르도안 양보없는 충돌

겉으론 미국인 목사 구금이 원인

트럼프, 러·터키 밀착에 강한 불만

“터키, 내부 불만 돌리려 반미 선동”

에르도안이 트럼프에 도발 해석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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트럼프(左), 에르도안(右). [로이터=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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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고한 신앙인이 장기간 억류돼 있다. 즉각 석방하지 않으면 터키에 대규모 제재를 가하겠다.”(지난 7월 18일 트럼프 대통령 트위터)

“물러서지 않겠다. 미국의 위협적인 언사는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다.”(지난 1일 에르도안 대통령 기자회견)

터키 리라화 폭락사태를 부른 미국과 터키 간 갈등은 표면적으론 한 미국인 목사의 신병 문제에서 비롯됐다. 1993년부터 터키에서 선교활동을 해 온 앤드루 브런슨(50)이다. 브런슨 목사는 2016년 10월 당시 실패로 끝난 군부 쿠데타에 연루된 혐의로 구속됐다. 미국은 터키가 자국민을 부당하게 구금하고 있다며 석방을 요구해 왔다.

물밑에서 진행되던 외교 갈등은 양국 정상들이 문제를 공개 이슈화하면서 폭발했다. 트위터 경고에도 터키 정부가 이를 수용하지 않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정부는 지난 1일 터키의 법무 및 내무장관 등 2명에게 금융제재를 가했다. “중요한 북대서양조약기구(나토) 동맹국 정부에 대한 이례적인 조치”(뉴욕타임스)라는 반응이 나왔다. 이에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도 “우리도 미국 장관들의 터키 내 자산을 동결하겠다”며 맞섰다. 그러자 트럼프 대통령은 터키에 대해 철강·알루미늄 관세를 2배로 인상하는 ‘2차 폭탄’을 던졌고, 리라화는 속절없이 추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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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김영옥 기자 yesok@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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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같은 갈등은 두 ‘스트롱맨’의 친밀했던 관계에 비추어 극적인 반전이다. 동맹국도 예외가 없는 트럼프식 ‘미국 우선주의’가 작용한 결과지만 이면엔 중동지역 안보를 둘러싼 이익 충돌 문제가 있다. 터키는 미국과 함께 극단주의 이슬람국가(IS) 격퇴전을 벌이면서도 미국이 IS 격퇴를 위해 시리아 쿠르드족을 지원하는 것에 반대했다. 시리아 쿠르드족이 터키 반체제 단체 쿠르드노동자당(PKK)과 연관돼 있다고 보기 때문이다. 터키는 미국을 배제한 채 러시아·이란과 3국 정상회의를 통해 시리아 내전의 독자적인 해법 찾기에 나섰다. 이 과정에서 미국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러시아판 고고도미사일방어(THAAD·사드) 체계인 ‘S-400 트리움프’를 약 25억 달러에 도입하기로 했다.

미국이 제재를 가하고 있는 이란을 상대로 터키가 물밑 교역을 해 온 정황도 미국의 심기를 불편하게 했다. 현재 미국에선 터키 국영은행 ‘할크 방크’의 메흐메트 하칸 아틸라 부사장에 대한 ‘이란 제재법 위반 혐의’ 재판이 진행 중이다. 아틸라는 이란계 터키 금거래상과 짜고 금·식량 거래로 위장해 이란의 에너지 수출을 도운 혐의를 받고 있다. 반면에 터키 정부는 이번 사건이 정치적 의도로 조작된 것이라며 미국에 강하게 항의했다.

재한 터키 언론인인 알파고 시나씨(하베르 코레 편집장)는 “터키 정부가 브런슨 목사와 아틸라 부사장의 맞석방을 시도했다가 실패했다는 설이 있다”고 전했다. 일각에선 터키가 브런슨의 석방 대가로 재미 이슬람학자 펫흘라흐 귈렌(75)의 송환을 미국에 요청했다고 보도했다. 귈렌은 에르도안 대통령의 최대 정적으로 에르도안 정부는 2016년 군부 쿠데타의 배후에 귈렌 세력이 있다고 의심하고 있다.

그럼에도 터키 정부가 수퍼 파워인 미국을 향해 지나치게 강경 일변도로 나가는 것에 대해 또 다른 해석도 나온다. 에르도안이 ‘울고 싶은데 뺨 때려줄 상대’로 트럼프를 골랐다는 얘기다. 지난 6월 대선 승리로 최장 2033년까지 집권하게 된 ‘21세기 술탄’은 반미 애국주의를 내세워 경제 불만을 삭이려 하고 있다.

실제 이번 제재 사태 이전에도 터키 경제상황은 악화일로였다. 2016년 쿠데타 사태 이후 에르도안 정부의 계엄령 실시 등으로 외국 자본 유출이 가속화됐다. 터키 리라화는 폭락했고, 물가는 급등세를 타고 있었다.

강혜란 기자 theother@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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