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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29만원대 샤오미 스마트폰, 한국 세컨드폰 시장 노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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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내 출시 한달 만에 1만대 팔려

프리미엄급 선호하는 한국 공략

중국산 품질·AS 불안감은 여전

중앙일보

레드미노트


3년 차 직장인인 곽 모(31) 씨는 스마트폰이 두 대다. 1년째 쓰고 있는 ‘갤럭시S8’과 지난달 말에 산 ‘레드미노트5’다.

곽 씨는 직장에 입사한 후부터 ‘세컨드 폰’에 대한 욕구가 컸다. 시도 때도 없는 업무 관련 메시지로 인한 스트레스가 심해서다. 개인적인 용도로만 쓰는 세컨드 폰을 장만하고 싶었지만, 비용 부담에 망설이다가 값이 싼 레드미노트5가 국내에 출시됐다는 소식에 바로 샀다.

곽 씨는 “휴가나 쉬는 날에도 친구와 연락하려고 스마트폰을 집어 들면 어쩔 수 없이 업무 메시지를 보게 되고 스트레스를 받았다”며 “상대적으로 저렴한 중국 스마트폰이 나와서 비용 부담 없이 바로 장만했다”고 말했다.

국내 출시한 중국 스마트폰인 샤오미 레드미노트5가 ‘세컨드폰’ 수요를 등에 업고 ‘선방’하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지난달 16일 출시한 레드미노트5는 한 달 만인 현재 1만여 대가 팔렸다. 물론 출시 한 달 새 수백만 대가 팔리는 프리미엄폰과 비교할 수 있는 판매량은 아니다. 하지만 ‘외산 폰(외국 브랜드 스마트폰)의 무덤’으로 불리는 국내 통신 시장에서 첫걸음으로는 ‘나쁘지 않다’는 게 업계의 시각이다.

그간 중국 브랜드 스마트폰은 직구 등의 방식이나 소규모로 국내에 들어왔다. 이동통신사가 단독으로 판매하기도 했다. LG유플러스가 화웨이 ‘Y6’ ‘H3’ 등을, KT가 화웨이 ‘비와이폰’을 판매한 적이 있다.

중앙일보

[그래픽=차준홍 기자 cha.junhong@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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업계에선 그간 국내에서 팔린 중국 스마트폰 중에 가장 잘 팔린 제품으로 비와이폰을 꼽는다. 3년 누적 판매량이 15만 대 정도였다.

현재 레드미노트5는 SK텔레콤과 KT를 통해 살 수 있다. SK텔레콤이 전체 물량의 80%를, KT가 20%를 판 것으로 알려졌다.

주로 20~30대 젊은 직장인들이 샀다. 세컨드 폰으로 쓰기 위해서다. 레드미노트5 출고가는 29만9000원이고, 공시지원금 등을 받으면 실구매가는 10만원보다 싸다. 익명을 요구한 이동통신사 관계자는 “레드미노트5를 개통한 사람들 대부분이 이미 프리미엄폰을 갖고 있었다”며 “값이 싸고 이미 ‘메인 폰’이 있으니 고장 등에 대한 부담 없이 세컨드 폰으로 장만하려는 것”이라고 말했다.

중국 스마트폰은 ‘가성비(가격 대비 성능) 폰’으로 불리며 세계 스마트폰 시장에서 무서운 속도로 성장하고 있다. 글로벌시장조사기관 스트래티지 애널리틱스에 따르면 올 1분기 세계 스마트폰 시장(점유율 기준)에서 중국 화웨이가 3위, 샤오미가 4위를 차지했다.

하지만 유독 한국 시장에서는 중국 스마트폰이 맥을 못춰왔다. 레드미노트5도 선방은 하고 있지만, 프리미엄폰 판매량과 비교할 수 있는 수준이 아니다. IHS 마킷에 다르면 올 1분기 국내 스마트폰 시장 점유율은 삼성·LG전자 등 한국업체가 81%를 차지했다. 애플(16%)을 제외한 나머지 중국(1%) 등 외국 업체의 시장 점유율은 3%에 불과하다.

가장 큰 이유는 한국인의 성향이다. 세계 스마트폰 업계에서 한국인은 ‘유달리 까다로운 고객’이다. 스마트폰에 요구하는 기능이나 기대가 세계 어느 나라보다 높다는 것이다. 삼성전자 관계자는 “국내 시장은 프리미엄 폰 선호도가 높아 ‘저가 전략’이 지배하는 중국·인도 같은 신흥시장과는 분위기가 다르다”고 말했다.

중국 제품에 대한 보안·품질·사후지원(AS)에 대한 불신도 이유다. 특히 중국 스마트폰 보안 논란은 세계적으로 ‘뜨거운 감자’다. 지난 2016년 11월 미국에서 판매된 일부 중국 스마트폰에서 ‘백도어’(정상적인 절차 거치지 않고 해당 시스템에 접근할 수 있는 프로그램)가 발견됐기 때문이다.

당시 관련업체는 “소프트웨어를 개발한 중국 기업의 실수”라며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노력하겠다”고 해명했다. 하지만 지난 2월 미국 안보 당국은 미 의회에서 “중국산 스마트폰이 미국 소비자의 보안 위협이 될 것”이라고 경고하며 경계수위를 높이고 있다.

국내 시장도 비슷한 분위기다. 이에 대해 지난 6월 중국 상하이에서 기자와 만난 숀 멍 화웨이 코리아 대표는 “지난 30년간 화웨이는 해외 정부나 사업자가 보안 관련 검증을 요구할 때 항상 응했고, 결과도 매우 양호했다”고 말했다.

아직 국내에 AS망이 제대로 갖춰지지 않은 영향도 있다. 샤오미의 AS센터는 현재 9곳까지 늘었지만, 부족한 상황이다. 국내 업체가 만든 애플리케이션(앱)이 실행되지 않는 경우도 있다.

한국 시장에 대한 이들 업체의 소극적인 태도도 이유로 꼽힌다. 샤오미는 별도의 한국 지사가 없다. 국내 중소 판매대행업체를 통해 스마트폰을 비롯한 제품을 판매하고 있다. 별다른 마케팅이나 홍보 활동도 없었다. 레드미노트5는 이례적으로 ‘출시 기념행사’를 열었지만, 아직 눈에 띄는 마케팅 활동은 없다.

샤오미의 한국 공식 파트너인 지모비코리아 정승희 대표는 레드미노트5 출시 당시 “그간 한국 시장을 이해하고 적응하기 위한 탐색의 시간을 가졌고, 이젠 더욱 적극적으로 다가서려 한다”고 밝혔다.

최현주 기자 chj80@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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