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 리라화 안정 위해 금리인상·美와 긴장 완화해야"

전문가들, 중앙은행 대책은 환율방어 포기에 불과 지적

"리라화 안정에 직접적인 영향 미치지 못할 것" 경고도

【이스탄불(터키)=AP/뉴시스】터키 이스탄불의 한 환전소에서 지난 10일 여성 2명이 환전을 위해 기다리고 있다. 터키에서는 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대통령의 경제정책과 미국과의 무역 마찰에 대한 우려로 리라화가 폭락하면서 리라화 가치는 연초 대비 66%나 떨어졌다. 터키 중앙은행은 13일 리라화 폭락에 따른 금융 혼란을 진정시키기 위해 은행들의 지급준비율을 낮추고 유동성 공급을 확대하겠다고 발표했다. 2018.8.13

【서울=뉴시스】 이현미 기자 = 터키 중앙은행이 13일(현지시간) 리라화 폭락사태를 진정시키기 위해 내놓은 대책은 사실상 환율 방어를 포기하고 리라화 통화를 대폭 늘리는 것에 불과하다는 비판이 나오고 있다.

전문가들은 이번 조치가 터키 은행과 기업의 엄청난 부채 탕감과 같은 핵심 우려들을 완화시키기 못하기 때문에 리라화 안정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지 않을 것이라고 우려하고 있다.

따라서 금리인상이나 미국과 긴장 완화 등 보다 본질적인 대책을 내놓지 않을 경우 상황이 더욱 악화될 것이란 경고가 나오고 있다.

에버딘 스탠다드 인베스트먼트 분석가 케빈 댈리는 이날 월스트리트저널(WSJ)에 "리라화 가치는 급락하고 있으며 지금까지 발표된 조치만으로는 (그것을 막기엔)충분하지 않다"면서 "그것은 투자자들 사이에 부정적 감정과 실망감을 촉발시키고 있다"고 지적했다.

외국인 투자자들에 대한 의존도가 높은 인도네시아와 남아프리카와 같은 다른 신흥시장들 또한 위태롭기는 마찬가지다. 아시아와 유럽에서 주식이 하락했으며, 미국 뉴욕증시도 하락세로 장을 시작했다.

JP모건 자산운용 글로벌 시장전략가 케리 그레이그는 "투자자들은 쉽게 급변하기 때문에 (리라화 붕괴는)최악의 시기에 벌어졌다"고 분석했다.

남아프리카 화폐 란드(rand)는 이날 달러 대비 약 2년 만에 최저 수준으로 하락했다. 하락폭은 9.2%였다. 중국 위안화는 1년여만에 가장 약한 수준에 근접해 홍콩에서 달러당 6.8911을 기록했다.

터키는 최근 수주간 전세계 금융시장에 대한 우려의 주요 원인이었다. 격동하는 국내정치와 높은 수준의 외화 부채, 경상수지 적자 및 차입비용 상승과 같은 경제적 취약성이 함께 진행됐기 때문이다. 세계 최대 석유 수입국 중 하나인 터키는 에너지 가격 상승에도 취약하다.

따라서 전문가들은 위기를 막기 위해 더 많은 조치가 서둘러 진행될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M&G 인베스트먼트 펀드매니저 클로디어 캘리츠는 "터키 당국은 지금까지 해답보다는 더 많은 질문들을 우리에게 남겼다"면서 "(레제프 타이이프)에르도안이 계속해서 공격적으로 저항하는 한, 그것은 시장에 잘못된 메시지를 보낸다"고 지적했다.

【귀네이수(터키)=AP/뉴시스】레제프 타이이프 에르도안 터키 대통령이 10일 흑해 연안에 있는 자신의 고향 귀네이수에서 지지자들에게 연설하고 있다. 터키는 올초 대비 66%나 급락한 터키 리라화와 관련해 곧 새로운 경제 모델을 발표할 계획이다. 그러나 터키 리라화 급락에 대한 우려로 10일 유로화 역시 13개월 래 최저로 떨어졌다. 2018.8.10

에버딘 스탠다드 인베스트먼트 분석가 댈리는 리라화는 중앙은행의 상당한 금리 인상이나 미국과의 긴장완화 없이는 약세를 지속할 것이라면서, 리라화를 줄이거나 현상황과 반대로 내기를 하는 등 과감한 조치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급락하는)열차 앞에서 문제를 해결하려면 아주 용감한 사람이 되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현 상황이 계속될 경우 미국의 기준금리 인상으로 상황이 좋지 않은 신흥시장에 더 많은 악영향을 미칠 수 밖에 없다.

캘리츠는 "불안한 펀더멘털로 인해 신흥시장을 위해선 쉽지 않은 환경"이라며 "태양이 비치는 동안 자신들의 지붕을 수리하지 않은 나라들은 이제 그들의 집에 물이 쏟아지는 것을 보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프랑스계 은행 나티시스(Natixis) 아시아 신흥시장 담당 찐 응우엔 수석 이코노미스트는 "수년간의 쉬운 미국 통화정책은 그 기간 동안 값싼 유동성이 신흥시장에 넘쳐났다는 것을 의미했다"면서 "입구는 점진적이지만, 출구는 폭력적일 수 있다"고 역설했다.

그러면서 터키 당국이 금리 인상을 주저하고 있다고 지적했다.

always@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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