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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폐지' 가닥, 국회 특수활동비…그 오욕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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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4년 '원만한 의정활동' 위해 도입…초반부터 논란 거세

뉴스1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국회의장 주재 원내대표 회동에서 문희상 의장과 여야 교섭단체 원내대표가 손을 맞잡고 있다. 2018.8.13/뉴스1 © News1 안은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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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강성규 기자 = 여야 원내교섭단체 대표들이 13일 국회에서 열린 국회의장-3당 원내대표 정례회동에서 특수활동비를 폐지하기로 합의하면서, 그동안 국회 특활비를 둘러싼 논란이 25년만에 종지부를 찍게 될지 주목된다.

국회 특활비 제도는 지난 1994년 의원들의 '원만한 의정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처음 도입됐다. 아이러니하게도 특활비가 도입된 데는 당시의 '정치자금 양성화·투명화' 흐름과 깊은 관련이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1993년부터 시행된 금융실명제와 다음해 이뤄진 정치자금법 개정으로 정치권에 팽배했던 '검은돈'들의 유통 경로가 막혀버렸기 때문이다. 실제 당시 국회 상임위 회의록과 언론보도에 따르면 '자금 및 인프라 부족'에 따른 의정활동 차질을 호소하는 의원들의 목소리가 컸다.

93년 11월29일 한 보도에 따르면 이날 국회 예산결산위원회 국회 사무처 예산심의에서 야당 의원들은 "전화요금이 모자란다. 우편요금이 모자란다. 출장여비를 올려라. 주차장이 비좁다" 등의 요구를 사무처에 쏟아냈다.

또 한 의원은 "하루 1만5000원인 의원들의 출장여비를 현실화하라"고 따졌고 다른 의원은 "의원 사무실에 복사기를 설치하라"고 가세하기도 했다.

결국 이런 과정을 거쳐 국회 사무처 예산 증액 및 활동비 '정상화'가 이뤄졌지만, 특활비는 초반부터 논란에 직면하게 된다.

이는 최근까지도 논란의 핵심쟁점이었던 국회 등 권력기관을 막론한 특활비의 '태생적 문제', 즉 증빙자료도 없이 지급되는 '눈먼돈', 국회의장·상임위원장·교섭단체 대표 등 대상자들에게 사실상 임금·수당처럼 지급되는 '쌈짓돈'이라는 점 때문이었다.

이를 줄기차게 제기해왔던 참여연대는 지난 2000년 5월 성명을 통해 "국회 예산에 편성되어 있는 예비금의 액수가 한해 60억원에 달하고, 그중 상당수가 특수활동비·업무추진비 등의 낭비성 경비로 사용되고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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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소하 정의당 원내대표 권한대행이 13일 오전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상무위원회에서 모두발언을 하고 있다. 2018.8.13/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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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회에서도 특활비 문제가 줄기차게 제기돼왔다. 다만 타깃은 자신들이 아닌 청와대·국가정보원 등 다른 권력기관인 경우가 많았다.

국회 특활비가 도입된 1994년 전후에도 당시 국회 회의록에 따르면 '안기부(현 국정원)'을 주축으로 무분별하게 편성, 집행되는 특활비에 대한 의원들의 지적이 잇따랐다.

특활비에 대한 부정적 여론 확산의 결정적 계기가 된 것도 국정원 특활비였다. 지난 2016년 말 국정농단 사태와 이후 수사 및 재판과정에서 국정원의 특활비를 박근혜 전 대통령 등을 비롯해 청와대와 특정 의원들이 '어둠의 경로'를 통해 받아 쓴 사실이 밝혀지면서 국민적 공분을 산 탓이다.

이후 특활비 논란의 불씨는 국회 등 다른 권력기관까지 옮겨 붙었으며, 이에 청와대는 지난해 문재인 대통령의 당선 직후 '자진 삭감'에 나섰으며 다른 기관들도 자체 개선하는 모습을 보였다.

하지만 정작 국회는 다른 기관과 달리 유독 이 문제에 '요지부동'하는 태도를 보였다. 특히 특활비 논란의 근본적 원인으로 꼽히는 "법적 근거가 불분명하다"는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선 입법부인 국회가 나서야 함에도 미온적 태도를 보여 국민적 지탄을 받았다.

그러다 최근 특활비 관련 국민의 이목이 국회로 쏠리게 된 결정적 계기가 된 2가지 사건이 일어났다.

하나는 지난 7월5일 참여연대가 2011년과 2013년 사이 3년간 국회 특수활동비 지출내역을 공개한 것이다.

참여연대는 앞서 국회에 '특수활동비 지출내역' 정보 공개 청구를 했지만, 국회가 이를 받아들이지 않아 3년 동안 소송이 이어지다 참여연대는 지난 6월29일 국회사무처로부터 지출내역을 제출 받게 됐다.

또 하나는 '특활비 전액 반납' 표명 및 '특활비 전면 폐지'를 주장한 노회찬 정의당 의원이 지난달 23일 급작스럽게 유명을 달리한 일이었다. 특히 이를 계기로 특활비 폐지 여론이 절정에 달해 여야 원내지도부를 압박, 협상장으로 이끌었다는 관측이 상당하다.

협상 막바지까지 여당인 더불어민주당과 제1야당인 자유한국당이 폐지가 아닌 투명성 강화 등 특활비를 '양성화'하는 쪽으로 가닥을 잡았다가, 이날 '전면 폐지'에 전격 합의한 것도 이런 여론이 중대한 요인으로 작용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다만 사실상 전면폐지되는 원내교섭단체 대표단과 달리 국회의장단·상임위원장단 특활비는 완전폐지보다 '제도개선'으로 방향을 잡고 있는 모양새라, 논란이 재부상할 가능도 배제할 수는 없다.
sgkk@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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