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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0 (월)

“문재인 정부, 청와대 중심 운영으로는 실패할 수밖에 없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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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겨레] 박상훈 정치발전소 학교장 인터뷰

“김병준 자유한국당 위원장 국가주의는 개념 틀려

내부에서 시장·정부 역할 중 무엇이 먼저인지 정립해야”

“현 정부 소득주도성장 정책 내면서 갈등 불거져도

대책 없어 준비가 없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줘

결과가 없어 현 정부 성격을 진단할 수가 없어”

”청와대 비서실 중심이 아닌 내각·의회 중심 돼야

개혁 군주 모델은 실패는 박근혜 정부가 보여줘”



한겨레

“김병준 자유한국당 비대위원장의 국가주의 발언은 개념은 틀렸지만, 현 정부의 성격을 묻는 것이다. 하지만 현 정부가 1년3개월 동안 보여준 정책이 없어 정부의 성격이 무엇이라고 대응하기 힘들다.”

진보 정치학자로 평가받는 박상훈 정치발전소 학교장(출판사 후마니타스 전 대표)은 지난 10일 <한겨레>와 가진 인터뷰에서 김병준 위원장의 발언에 대한 평가를 묻는 질문에 현 정부의 운영방식에 걱정을 나타냈다. 김 위원장의 국가주의 발언은 일단 자유한국당 안에서 국가주의의 개념 정립과 그에 대한 당의 입장을 정하는 것이 우선이라고 평가했다. 동시에 현 정부가 청와대를 중심으로 정책을 결정한 뒤 집행 과정은 미진해 김병준 위원장의 비판이 유효한 것처럼 보이는 빌미를 제공했다고 분석했다. 박상훈 학교장은 “이제라도 수석보좌관 회의 등 청와대 주도의 지침 내리기식 정부 운영이 아니라 해당 부처가 책임있는 역할을 할 수 있도록 국무회의를 통해 정책을 결정하고, 정부 운영의 한 축인 정당과 의회를 중요하게 여겨야 한다”고 말했다.

최장집 고려대 명예교수의 제자인 박상훈 학교장은 지난 5월 <청와대 정부>를 펴내 관심을 끌고 있다. 그는 ‘민주정부란 무엇인가를 생각하다’라는 부제를 달고 있는 이 책에서 박근혜 정부의 실패로부터 배워야 할 교훈과 민주 정부가 지향해야 할 보편적 원리, 현 정부의 운영방식을 따지고 있다. 다음은 일문일답.

한겨레

―김병준 자유한국당 위원장의 국가주의에 대한 발언에 대한 생각은?

“한국 정치를 이해하는데 재미난 소재가 제기된 면이 있다. 정치는 다른 생각의 시민들의 의사를 모아서 사회 공익의 내용이나 방향을 어느 쪽으로 모으고 끌고 가느냐에 대한 정당성을 얻는 투쟁이다. 우리 정당은 그 기능을 충실히 못해 당선을 둘러싼 사람 집단처럼 됐다. 이를 전제로 우리나라 정치가 국가주의인지, 그리고국가주의가 적합한 체제인지 등을 물을 수 있다. 시장과 정부의 역할이 중요하다. 보편적으로 자율적인 원리로 움직이는 시장과 조세와 재정을 통해 시민의 가처분 능력에 영향을 미치는 정부의 역할에 대한 판단으로 사람들은 정치적인 결정을 한다. 김 위원장이 국가주의라고 했지만 정확하게는 시장과 정부의 역할에 대한 논쟁을 제기했다고 볼 수 있다.”

―국가주의와 배치되는 개념은 진보 혹은 보수가 아니라 민주주의로 볼 수 있는데.

“국가주의는 개인의 권리나 자율성이라기보다 국가 전체의 결정에 순응하는 체제를 지향한다. 서구 기준으로 보면 파시즘이다. 국가가 하나의 조화와 균형의 상징이라면 시민들은 국가에 맞춰 노동자는 열심히 일하고 기업가는 부패하지 말고 재투자하고, 여성들은 열심히 가정을 돌보는 식이다. 이른바 유기체주의다. 결국 김 위원장의 개념은 잘못 됐다. 국가주의는 민주주의 하에서 시장, 정부 역할을 둘러싼 논쟁에는 적합하지 않다. 김 위원장이 시장과 시민사회, 정부 사이의 상호 역할과 기능의 조화를 말했으면 좋은데, 이 정부는 국가주의고 본인은 국가주의가 아니라고 하는 것은 쓸모없는 오해를 가져왔다. 서구에서 보수 우파는 최대 시장과 최소 정부를 말하고, 진보파는 국가의 개입 혹은 재조정 등 혼합경제를 택했다. 김 위원장의 개념은 틀렸지만, 이참에 진보와 보수 사이에 경제정책적 차이를 정립해보면 좋겠다.”

―우리나라 국가주의 근원은 자유한국당에서 찾을 수 있다.

“보수정당들이 정부 운영에서 진보정당 못지않게 실력 있는 것이 일반적인 나라들의 모습이다. 하지만 우리나라 보수는 한 순간에 무책임, 무능력한 집단으로 평가받게 됐다. 그 원인은 보수가 그간 의존한 국가주의와 관련이 있다. 보수가 잘했다기보다 국가를 장악해서 혹은 국가의 강권력을 이용해서 또는 국가의 재원분배 능력을 의존해서 쉽게 정치해왔다. 김 위원장이 그런 문제는 말하지 않고 지금 정부나 민주당계 정당들에게 국가주의를 부여하는 것은 공정치 않다. 더욱이 우리나라 보수에게 설득력을 갖지 못하는 면도 있다. 보수의 중요한 기반 가운데 하나는 박정희 정부에 대한 긍정적인 효과에 기초하고 있다. 김 위원장이 국가주의 논쟁을 던진 상황에서 내부에서 논쟁이 돼야한다. 여전히 국가주의를 필요로 하는 보수 입장을 발전시킬 것인지, 서구 보수파처럼 시장이 갖고 있는 경제적 자율성을 우선시하는 보수가 될 것인지 결정해야 한다. 하지만 국가주의적 보수주의와 자유주의적 보수주의 간 논쟁이 책임있게 이뤄지기는 쉽지 않을 것이다.”

―그럼에도 김 위원장의 발언은 일단 시선을 끌었고, 반면 현 정부는 지지율 하락 등 위기가 나타나고 있다.

“대통령을 중심으로 한 청와대 권력에 대한 비판은 가치가 있다. 책 <청와대 정부>에서도 강조했듯 대통령이 비서실 권력을 이용하는 것은 헌법, 법률을 위반하는 것이고, 민주주의도 위반하는 것이다. 대통령 주변 비서 권력은 법률에 근거한 것이 아니다. 청와대 정부는 민주적 규범에 맞지 않을 뿐만 아니라 대통령이 힘이 셀때만 작동한다. 지금까지 현 정부의 경제정책이 자유주의, 사민주의, 국가주의인지 정의할 수 없다. 달리 말하면 아무것도 없다. 김병준 위원장의 공격이 그렇듯하게 보이는 것은 청와대가 힘은 있지만 한 것은 없어서다. 경제에 대해 일관된 원리나 정책이 없는데도 최고권력을 가진 행위자 주변에서 일이 뭔가 이뤄지는 것으로 보여지게 만든 것이다. 게다가 최근 삼성과 관련해 이 정부도 경제정책은 보수적일 수밖에 없다는 인식을 낳고 있다. 정부도 본인들의 경제관이 혼합경제 혹은 서구식 진보정당의 길을 갈 것인지 아니면 자유주의를 기초로 조금 진보적으로 할 것인지 답할 때가 오지 않았나 싶다.”

―정부 경제정책의 큰 테마가 소득주도성장이다. 대기업-중소기업, 정규직-비정규직 격차를 줄이고, 근로장려세제(eitc) 확대 등 이전소득을 키우려는 목표를 보면 일정하게 정부가 시장에 개입하려는 의도를 갖고 있다. 이른바 서구식 진보에 가깝다고 할 수도 있는데.

“정부는 생각과 의도가 강제력을 가진 조직으로 그 목표에 맞춰 잘 역할하고 집행했는지를 기준으로 봐야한다. 그동안 소득주도성장과 관련한 정책에 누구는 고통받고, 누구는 그 정책이 빠르게 집행되기를 바라면서 갈등이 불거졌다. 이에 대해 정부는 아무런 대비를 못했다는 것을 보여줬다. 정규직화나 최저임금 등 갈등에 대한 준비가 없었다. 정부가 바깥에서 하라고 명령해서 해결되면 권위주의다. 민주주의가 문제를 해결하는 방법은 이해관계자들이 해결할 수 있도록 북돋아주는 것인데, 정부는 정책적 준비 없이 훈시한 것밖에 없다. 지난해 소득주도 성장을 한다고 할 때 관련된 문제를 다루기 위해서 갈등적인 사안들을 정책에서 보완하고 할 수 있도록 기획재정부, 고용노동부, 중소벤처기업부 등 팀의 조율이 한번도 없었다는 사실이 너무 흥미롭게 느껴진다. 사후적으로 중소기업지원자금, 경영안정지원자금 등을 쏟아붇는 식으로 대응하거나 그런 의도가 아니었다는 항변만 있었다. 결국 소득주도성장이나 비정규직 정규직 전환 등 정부의 정책적 특징이 좋은 방향만 말하는 온정주의라고 평가할 수밖에 없다. 그런 상황에서 경기가 하락하고, 정부가 삼성의 투자 적극성을 이끌어내려고 하는 모습에서 정책이 한순간에 전환하는 것처럼 보인다. 이것을 정부의 경제정책이 서구식 진보에 기초하고 있다거나, 한국식 진보라고 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정부가 힘을 갖고 있다지만 집행 과정에서 야당이 반대하고, 시민단체나 여당 일부 의원 등의 반대도 있어 어려움을 호소한다.

“일종의 핑계라고 생각한다. 우리가 권리로 갖고 있는 것 가운데 통치와 관련해서는 주권이라는 이름으로 일정기간 선출된 정치 세력에 위임한다. 계약으로 주권과 재원 등에 대한 사용 권한을 주는 것이고, 그 책임 주체는 집권한 정부다. 야당이나 시민단체 탓을 하는 것은 본인들이 책임을 회피하는 것이다. 민주주의에서 정부는 남 탓할 수 없다는 뜻도 있다. 여기에 야당 탓을 할 수 없는게 촛불집회 영향으로 이 정부가 탄생했다는 점이다. 시민집단 사이에서도 절대다수가 동의했던 시민적 합의기반이 있고 거기에는 보수도 참여했다. 정치 안에서도 친박을 제외하고 나머지 진보·중도·보수가 연합했다. 비정상적인 정부 운영에서 민주적인 정상성을 회복하라는 명령 같은 것에 진보와 중도, 보수가 합의한 체제다. 그러나 이후 정부 운영은 그 합의 기반 가운데 소위 말해서 민주당, 그 안에서도 문재인을 지지하는 세력 중심으로 폭으로 확 줄였다. 촛불의 요구라면 우리 사회 필요한 일들에 대해서 합의를 도모해가라고 볼 수 있는데, 정부 운영 방법은 좁은 범위 안에서 과도하게 독점됐다. 그 과정에서 정치가 실종되고 모든 것이 척결, 청산, 처벌, 구속 등 공안 담론이 끌고 왔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고 실제 경제·노동시장 문제가 등장했을 때 아무것도 준비 안돼 있다는 것을 보여줬다. 만약 정부 안에서 김동연으로 대표되는 보수적인 정책결정집단과 장하성으로 대표되는 진보적인 정책결정집단 사이에 진짜 논쟁이 벌어졌다면 괜찮다. 근데 그런 논쟁이 아니라 두 사람은 아무것도 준비되지 않은 속에서 억지로 만들어내는 갈등과 차이를 보여주고 있다.”

―정당 목적은 정권 창출이다. 그런 측면에서 내각 구성도 향후 정권 창출에 초점이 있지 않았을까?

“정부에서 경제분야를 빼면 국회의원 등 선출직이 중심 역할을 한다. 하지만 정부는 내각이나 집권당의 자율적 영향력이나 거기로부터 오는 영향력을 최소화했다. 위에서 통제를 하니까 당이 소극적, 굴종적이 됐다. 현재 진행 중인 더불어민주당 대표 선거는 옛날 새누리당 보다 못하다. 박근혜 정부 출범 초기 새누리당은 청와대를 반대하고 비판할 수 있는 요소도 있었다. 반면 민주당 당대표 선거는 최악이다. 사람이 건강하게 살려면 하루 세끼 잘 먹고 운동도 하고 다양한 요소가 필요하다. 근데 옷입는 것과 화장에만 신경쓰는 모양새다. 정부가 인기와 지지율 관리에 과도하게 신경쓰면서 본래 정책공급자 역할은 공허하게 비어있다.”

―현 정부는 당선 가능성이 높아 선거 시절부터 집권 플랜을 짰다. 특히 집권 초기에 힘을 강력하게 행사해야 한다는 인식이 있었던 같다.

“그런 생각은 민주적 정치과정에 비용을 치르고 실효성 있는 정책을 추진하고 비가역적 효과라는 낳는 개혁 과정이 아니라 개혁군주 모델에 가깝다. 강력하게 대통령의 권력의지를 보여주고 다른 사람이 따라야 하고, 따르지 않는 사람들에 대해 적폐청산이라고 하는 요소를 가미하게 됐다. 그러니까 정책의 과정이 없다. 반개혁 세력에 움츠리지 않는 단호한 개혁군주와 개혁참모들의 일하는 모델이다. 개혁군주식 모델이 민주정부 하에서 실패한다는 것은 보수 쪽에서 박근혜 정부가 보여줬다. 문재인 정부도 진보 쪽에서 같은 방법을 유지하면 실패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바람직한 대안을 제시한다면?

“공약대로 해야 한다. 더불어민주당 정부가 되면 괜찮다. 당을 이렇게 무시한 정부는 거의 처음이다. 법을 만드는 중심이 정당과 의회를 이렇게 싫어하는 것은 문제다. 엄밀히 말하면 문재인 정부라는 표현을 쓸 수 없다. 문재인 대통령도 개인이 아니라 문재인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위임받은 것이다. 지난해 대선을 앞두고 인터뷰 때마다 더불어민주당 정부라고 강조했다. 집권 1년차에 청와대가 주도할 일이 많아서라고 주장하면 그것을 인정하더라도, 이제라도 약속대로 돌아가야 한다.”

―그렇게 될 가능성이 있다고 보는가?

“안바뀔 것이다. 예비군 제도도 8년 한시법으로 만들어졌는데 그 사이 그것으로 먹고 사는 사람이 생겨 사라지기 어려워졌다. 청와대 정부는 수석이나 비서관 등 사람들이 일하고 있는데, 당이나 의회 중심으로 변화되면 그 자리가 위험해진다. 지난 1년 간 청와대 중심의 정부 운영의 부정적인 결과가 정부 곳곳에 자리 잡았기 때문에 그들이 변화를 원치 않을 것이다.”

이정훈 기자 ljh9242@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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