즉시 퇴진 거부…종단 개혁 주도권 놓고 '2라운드'
불교계 안팎, 승려대회 통한 대대적인 개혁 '필요'
【서울=뉴시스】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설정스님이 7일 서울의대 법의학교실에서 유전자 검사를 위해 구강 점막세포 채취를 하고 있다. 설정 스님은 숨겨둔 친딸이 있다는 의혹을 받고 있다. 2018.08.07. (사진=대한불교조계종 제공) photo@newsis.com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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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시스】박성환 기자 = 대한불교조계종 총무원장 설정 스님의 퇴진 의사를 밝힌 가운데 종단 개혁을 둘러싼 갈등이 봉합될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학력 위조와 사유재산 은닉, 은처자(숨겨놓은 아내와 자녀) 의혹 등 각종 의혹으로 퇴진 요구를 받은 설정 스님이 결국 물러나겠다는 뜻을 밝혔지만, 종단 개혁을 둘러싼 미묘한 갈등까지 완전히 봉합될지는 좀 더 두고 봐야 하는 상황이다.
일각에선 종단 개혁 범위와 절차를 두고 현 종단의 실세와 완전한 체질 개선과 혁신을 요구하는 반대 세력 간 힘겨루기가 본격 전개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오고 있다.
설정 스님은 13일 오후 2시 서울 종로구 한국불교역사문화기념관에서 "어떤 오해와 비난이 있더라도 종단 개혁의 초석을 마련하고 오는 12월31일 총무원장직을 사퇴할 것"이라고 밝혔다.
설정 스님은 사유재산 은닉과 은처자 의혹 등 현재까지 제기된 각종 의혹에 대해 "전혀 근거가 없고 악의적으로 조작된 것"이라며 "종단 안정을 위해 스스로 사퇴하고자 했지만, 기득권 세력에 의해 은밀하고도 조직적으로 견제되고 조정되는 상황을 목도하면서 사퇴만이 종단을 위한 길이 아님을 깨닫게 됐다"고 해명했다.
또 "남은 기간에 각종 의혹을 명백히 밝혀 한 점 부끄러움을 남기지 않겠다"며 "사부대중의 개혁에 대한 열망과 뜻을 담아 종헌종법을 재정비해 조계종 개혁을 강력하게 추진하겠다"고 덧붙였다.
이는 그간 불거졌던 '조계종 내 계파 갈등설'을 일축하고, 정당성을 확보하겠다는 취지다.
하지만 지금껏 꾸준히 제기된 비판은 피하되 후임 총무원장 선출과 종단 개혁 문제 등에 주도권을 잡고 영향력을 발휘할 시간을 벌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총무원장은 종회의원과 교구본사 선거인단이 선출한다. 특히 총무원장만 바뀔 뿐 사실상 종단 자체는 별다른 변화가 없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
설정 스님이 총무원장이 퇴진하면 대행 자격으로 조계종을 이끌어갈 새 총무부장으로 성문 스님이 임명한 것도 역시 석연치 않은 대목이다. 성문 스님은 설정 스님의 퇴진을 원하는 종회의원 스님들의 비판이 거세지자 임명장을 받고 하루 만에 물러났다.
또 설정 스님의 퇴진 시점도 애매하다. 당초 퇴진은 오는 16일 이전이 될 것으로 예상했다. 설정 스님의 총무원장직 사의는 지난달 27일 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바 있다. 기자회견 뒤 40일 가까이 단식 중이던 설조 스님을 찾아 '마음을 비웠다'고 말해 조기 퇴진을 시사하기도 했다. 하지만 예상과 달리 퇴진 시점을 오는 12월31일으로 못 박았다.
이를 두고 불교계 안팎에서는 전임 총무원장인 자승 스님과 설정 스님 간 갈등이 표면적으로 드러난 것으로 분석하고 있다. 자승 전 총무원장의 핵심 측근들이 총무부장을 비롯한 종단의 교무직을 사실상 장악했고, 선거인단 역시 자승 전 원장의 사람들이 3분의 2 이상 포진했다는 것이다.
설정 스님은 지난해 11월 조계종 제35대 총무원장으로 취임했다. 선거 당시 학력 위조와 부동산, 은처자 의혹 등 각종 의혹이 제기됐다. 설정 스님은 학력 위조 의혹은 인정했지만, 자녀 의혹은 부인했다.
하지만 'MBC PD 수첩'이 관련 의혹에 대한 방영하고, 설조 스님이 40일 이상 단식 농성을 벌이는 등 불교계 안팎의 퇴진 압력을 받아왔다.
설정 스님이 사실상 즉각 퇴진을 거부하면서 조계종의 갈등은 새로운 국면을 맞게 됐다. 그간 계파 간 갈등 역시 재연될 것으로 보인다.
이에 따라 불교계 안팎에서는 발등의 불이 된 총무부장 및 총무원장 선출과 종단 개혁 문제 등을 두고 승려대회 등 대책 마련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sky0322@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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