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4.26 (금)

데이터와 전기(1) 전기 없이는 인공지능도 없다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매일경제

/사진=게티이미지뱅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구석구석 4차 산업혁명 탐구-14] 4차 산업혁명을 말할 때 다들 데이터가 중요하다고 합니다. 누구도 토를 달 수 없을 겁니다. 데이터가 기초이고 기본입니다. 음식에 있어서는 쌀이고, 산업에 있어서는 원유에 해당됩니다. 인공지능(AI)이라는 것도 데이터가 있어야 가능합니다. 데이터 설계가 없는 인공지능은 없다고 하지요. IBM에 있는 어떤 분이 영어로 폼 나게 이렇게 말하더군요. "There is no AI(Artificial Intelligence) without IA(Information Architecture)."

혹시 데이터센터를 방문해보신 적이 있나 모르겠습니다. 데이터를 모아놓는 곳이지요. 고층 건물에 그야말로 데이터 창고 같은 것만 있습니다. 개인이 보유하고 있는 데이터는 컴퓨터에 있지요. 그걸 USB 같은 외장 디스크에 별도로 보관하기도 하고 클라우드(Cloud)에 올려놓고 아무 때나 꺼내 쓸 수 있도록 합니다.

기업들도 마찬가지입니다. 개인보다 데이터 양이 엄청 많겠지요. 이걸 저장하는 곳이 서버(server)입니다. 즉 기업용 컴퓨터라고 보면 됩니다. 아주 쉽게 표현하자면 그렇습니다. 이 서버를 어디다가 보관할까요. 자체적으로 보관할 수도 있지만 별도의 장소에 보관을 맡기기도 합니다. 그게 데이터센터입니다. 데이터가 워낙 많은 기업은 자체 데이터센터를 만들고 안 그런 회사는 전문업체에 맡깁니다. 일정 비용을 지불해야겠지요.

자, 여기서 데이터를 맡길 때 지불하는 비용 중 가장 중요한 건 뭘까요? 서버를 보관하는 장소에 대한 임대료일까요? 이게 다라고 생각하면 오산입니다. 데이터를 분실하지 않고 유출되지도 않게 잘 지켜줘야죠. 그럼 보안이 필요할 겁니다. 그 비용이 가장 많이 들까요? 아니면 데이터 보관 장소가 불이 나거나 지진 같은 천재지변으로 일시에 없어질 경우에 대비해 방재시설을 설치해야 할 텐데 그 비용이 가장 많이 들까요?

그걸 부문별로 쪼개서 일일이 구분하긴 어렵습니다. 그냥 일괄적으로 관리비용을 책정합니다. 그런데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게 바로 '전기'입니다. 데이터는 전력 소모가 엄청나거든요. 전기는 데이터 보관의 알파요 오메가입니다. 서울시내 건물 중 연간 전기료를 가장 많이 지불하는 빌딩은 어디일까요? 어쩌면 잠실에 있는 123층짜리 롯데 건물일지 모르겠습니다. 그러나 분명한 것은 데이터센터가 거의 대부분 톱10에 든다는 사실입니다.

우리가 컴퓨터 작업을 하다가 전원이 나가면 어떻게 됩니까? 먹통이 되지요. 갑자기 작업하던 게 유실됩니다. 기업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모든 경영활동이 올스톱됩니다. 개인들은 전원이 나가면 작업을 일시 중단합니다. 그런데 기업은 경영활동이 계속되지요. 그걸 저장하고 처리할 수 없는 겁니다. 이만저만한 불편이 아닐 겁니다. 그래서 기본적으로 데이터센터는 단 1초도 전기가 끊어지지 않도록 하기 위한 안전장치를 이중삼중으로 합니다.

전 늘 이 부분이 궁금했습니다. 4차 산업혁명엔 데이터가 필수이고, 또 데이터에는 전기가 필수라서 4차 산업혁명 시대에는 값싸고 질 좋은 전기 공급이 긴요하다고들 하는데 정말 어느 정도 연관성이 있는지 알아보고 싶었습니다. 그래서 분당에 있는 중간 규모의 SK브로드밴드를 방문했습니다.

예상은 했습니다만 데이터센터는 보안이 생명입니다. 일단 이 건물이 SK 건물인지도 잘 모릅니다. 8층짜리 건물인데 꼭대기에 SK 로고가 딱 하나 붙어 있습니다. 정문에 간판이 없습니다. 경비실에서 1차로 차량 통제를 하고, 빌딩으로 들어갈 때 출입자 등록을 합니다. 사무실이야 비교적 자유롭게 들어갈 수 있습니다만 데이터센터에서 사무실이라는 게 별거 없습니다. 전산실이 핵심이지요. 데이터가 보관된 장소입니다. 이곳을 가려면 보안증이 있는 직원의 가이드를 받아야 합니다. 저는 센터장과 동행했는데 그렇더라도 감시요원이 늘 따라붙었습니다. 각층마다 고화질 CCTV가 40대 정도 설치돼 있습니다. 고객의 데이터를 대신 보관해놓고 있기 때문에 고객사들이 원하지 않는 것이지요. 아예 감옥처럼 창살 속에 데이터를 보관한 고객사도 있습니다. 케이지(Cage)라고 하던데 여기는 아예 접근이 안됩니다. 물론 사진 한 장 찍지 못합니다.

흔히 데이터센터의 경쟁력, 규모를 말할 때 과거에는 '상면'을 물어봤습니다. 이건 흔히 "너희 집 몇 평이냐?"라고 물어보는 것과 같습니다. 집이 커야 데이터를 많이 보관하고 규모의 경제도 생기는 것이겠지요. 그런데 요새 그런 거 묻는 사람 없습니다. 참고로 SK의 분당 데이터센터 상면은 1000평이 넘습니다. 상면이 크더라도 서버를 보관할 공간이 작으면 그만큼 비효율적일 겁니다. 그래서 상면을 묻지 않고 "서버가 몇 개 들어가느냐"는 질문을 해야 할 겁니다. 그런데 이 동네 사람들은 그런 질문하면 좀 무식하다고 합니다. 서버 수가 아니라 서버를 쌓아놓는 캐비닛이 몇 개 있느냐를 묻습니다. 그걸 랙(Rack)이라고 합니다. 왜냐하면 서버마다 크기가 달라 얇은 것도 있고 두꺼운 것도 있습니다. 우리가 옷장 생각을 하면 됩니다. 나는 겨울 옷이 많다고 하면 옷장에 몇 벌 못 들어갑니다. 여름 옷이 많으면 많이 들어가겠지요. 그건 기업마다 다릅니다. 그래서 옷장 수를 묻는 게 맞습니다. "랙이 몇 개 있지요?"라고. 참고로 SK에는 랙이 몇천 개 있습니다. 이게 많은 곳은 5000~6000개 됩니다.

그런데 요즘 이런 질문하는 사람들은 없습니다. 대신 뭘 물어보느냐고 하면 그게 바로 전기입니다. '랙당 공급할 수 있는 최고 전력은 얼마인가?' '전기값은 얼마나 드나?'라는 게 핵심입니다. 이 부분은 다음 편에 보다 상세하게 설명하겠습니다.

[손현덕 논설실장]

[ⓒ 매일경제 & mk.co.kr,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