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5.11 (토)

'돈 되는' 지하철 광고의 세계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장지선 기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지하철은 시민의 발이다. 거미줄처럼 얽힌 노선을 따라 시민들을 여기저기에 데려다준다. 지하철역을 중심으로 인구가 몰리고 이들을 위한 거주지와 상권이 발달한다. 남녀노소에게 가장 친숙한 대중교통인 지하철에 최근 때 아닌 광고 논쟁이 불거졌다. <일요시사>가 지하철 광고의 세계를 들여다봤다.

일요시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지하철 역사 안에 설치된 광고들 지난 3월 서울시가 발표한 '2017 대중교통 이용현황'에 따르면 지난해 서울시 버스(시내·마을)와 지하철 이용자는 하루 평균 1338만1000명으로 나타났다. 이 중 지하철 이용자는 798만3000명. 서울시민을 1000만명이라 했을 때, 10명 중 8명이 매일 지하철을 이용했다는 뜻이다. 지하철 2호선은 가장 많은 승차 인원수를, 그중에서도 강남역이 가장 붐비는 역으로 기록됐다.

10명 중 8명

지하철을 이용하다보면 다양한 인간 군상을 만난다. 출퇴근하는 직장인, 등하교하는 학생, 물건을 팔려는 잡상인, 무더운 여름 시원한 공간을 찾는 어르신 등 많은 사람들이 지하철을 타고 내린다.

광고를 하는 사람들에겐 이만한 홍보의 장도 없는 셈. 실제 지하철 역사와 내부에는 광고를 할 수 있는 공간이 많다.

적게는 1개, 많게는 20여개에 이르는 역 입구로 들어서면 지하철을 타기까지 걷는 내내 벽 양옆으로 광고의 향연을 볼 수 있다. 지하철이 어디쯤 왔는지 알려주는 전광판서 노래가 흘러나오고 스크린도어는 번쩍인다. 자판기나 의자 옆에 광고도 눈에 띈다. 손바닥만 한 스티커도 역무원의 눈을 피해 여기저기 붙어있다.

지하철 안에도 광고는 가득하다. 손잡이를 잡고 서면 눈높이에 광고판이 있고, 지하철 노선도와 정차역을 알려주는 전광판서 쉴 새 없이 영상이 재생된다. 대부분의 사람들이 스마트폰을 보느라 정신없지만 그 와중에도 광고는 끊임없이 승객의 언저리를 맴돈다.

크기, 유동인구 따라 가격차스크린도어는 수백만원 달해

광고의 대상은 무궁무진하다. 병원, 음식점, 서점, 건강식품, 책, 게임, 공연부터 연예인 등 인물 광고도 쉽게 볼 수 있다. 특히 최근에는 지하철이 아이돌 팬덤의 '화력' 대결장이 됐다는 말이 나올 정도다.

한 멤버의 팬들이 지하철에 광고를 걸면 다른 팬들은 다른 역에 문의한다. 조금 인기 있다 싶은 멤버라면 생일이나 데뷔일 등 특별한 날에 어김없이 지하철에 광고가 걸린다.

얼마나 많은 역에, 얼마나 단가가 비싼 장소에 광고가 등장하느냐에 따라 인기의 척도가 결정된다. 팬들은 지하철 광고를 위해 생일이나 데뷔일 두세 달 전부터 모금을 시작한다. 지하철 광고 단가는 천차만별이다.

일요시사

역의 유동인구, 광고의 크기, 개수 등에 따라 돈이 달라진다. 저렴한 장소는 몇 만원, 비싼 장소는 수백만원을 호가한다. 여러 곳에 동시다발적으로 걸면 수천만원을 넘기는 일도 다반사다. 아이돌 팬들은 가격이 비싸더라도 크고 눈에 잘 띄는 장소를 선호한다.

최근에는 높은 화제성을 기록 중인 엠넷 <프로듀스48> 연습생을 응원하는 지하철 광고도 우후죽순처럼 늘고 있다. 시청자들의 투표 결과로 생존, 방출 여부가 결정되는 프로그램 특성상 팬들의 지지가 연습생에겐 가장 큰 무기다.

엠넷 제작진은 중간 순위발표를 통해 팬들을 자극하고 또 독려한다. 팬들은 자신이 지지하는 연습생을 '생존'시키기 위해 온·오프라인서 활발한 투표 독려 운동을 펼친다.

오프라인서 눈에 띄는 것이 바로 지하철 광고다. 홍대입구역, 합정역, 교대역 등 유동인구가 많은 역에 <프로듀스48> 멤버들의 개인 광고가 등장했다. 48명의 연습생 중 30여명의 광고가 지하철에 걸렸다.

'국민 프로듀서님 ○○○ 꼭 기억해주세요' '○○○ 잘 부탁드립니다' 등의 문구가 적힌 광고판 앞에 실제 연습생이 인증샷을 찍어 올리는 일도 있다.

지하철이 광고 장소로 각광을 받는 이유는 상대적으로 적은 비용으로 최대 효과를 낼 수 있기 때문이다. 스크린도어의 경우 노출도에 따라 차이는 있지만 200만~600만원의 비용으로 한 달간 사용할 수 있다. 또 승객의 움직임이 적어 강제 노출 가능성이 높다는 점도 장점으로 꼽힌다. 역 사이의 거리에 따라 다르지만 최소 3분은 승객에게 광고를 노출시킬 수 있다는 것.

아이돌 팬덤의 전유물로 자리 잡나 했던 지하철 광고가 때 아닌 논쟁의 장으로 변했다. 발단은 문재인 대통령의 생일 광고. 지난 1월11일 서울 지하철 5호선 광화문역에 문 대통령의 생일을 축하하는 광고가 실렸다.

문 대통령의 생일(1월24일)을 맞아 서울 지하철 5, 7, 8호선 총 10개(광화문, 여의도, 종로3가, 동대문역사문화공원, 천호, 가산디지털단지, 고속터미널, 건대입구, 노원, 잠실)역에 지지자들이 내건 광고였다.

당시 광고를 기획한 '문라이즈데이(moon_rise-day)' SNS 계정 관리자는 "이번 이벤트는 문 대통령을 응원하는 평범한 여성들이 자발적으로 모여 기획했다"고 밝혔다.

대통령 생일광고 등 의견 금지진성준 부시장 "재검토 필요"

문 대통령의 생일 광고가 현직 대통령 최초로 지하철에 걸리면서 숱한 논란이 일었다. 시민들 의 찬반 논란이 불거진 것은 물론 정치권서도 많은 말이 나왔다. 표현의 자유와 중립성 침해 등의 논쟁이 제기됐다.

"주체사상의 영향"(김문수 전 경기도지사), "철거해야"(성중기 서울시의원) 등 부정적 반응과 "훈훈하다"(시민) 등 긍정적 반응이 엇갈렸다.

이후 서울교통공사의 페미니즘, 정치 광고 게재 불허로 지하철 광고를 둘러싼 논란이 추가로 이어졌다. 이에 서울교통공사는 지하철역 내에 '의견 광고'를 금지한다는 결정을 공식적으로 내렸다.

일요시사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서울교통공사는 지난 6월 자체 광고심의위원회서 "앞으로 개인이나 단체의 주장 또는 성·정치·종교·이념의 메시지가 담긴 의견 광고를 지하철역에 내는 것을 금지한다"고 정했다.

다만 아이돌 생일 축하 광고는 단순 팬심에 의한 것으로 보고 허용한다고 밝혔다. 문 대통령의 생일 축하 광고에 대해서는 "의견 광고는 아니지만 공사의 정치적 중립성을 위해 정치인 관련 광고는 게재하지 않기로 했다"고 전했다.

서울교통공사의 결정에 노조는 "민주주의의 후퇴, 시민공간에 대한 통제"라며 "시민들의 공적 소유이자 일상 소통 공간을 공사 입맛에 맞춰 통제하겠다는 독재적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조용해지는 듯했던 지하철 광고 논란은 최근 진성준 서울시 정무부시장의 제동으로 다시 불붙는 모양새다.

진 부시장은 "광고에 대한 자율적인 심의 기준은 운영할 수 있다"고 전제하면서도 "의견 광고에 대한 원천적인 금지는 과도한 규제"라며 "표현의 자유를 침해한다는 우려도 크니 재검토가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비용↓효과↑

진 부시장은 지난달 31일 tbs 라디오 <색다른 시선, 김종배입니다>에 출연해 "어떤 의견 광고든 자유롭게 할 수 있다는 것을 기본으로 하고 인신공격, 명예훼손, 허위사실 유포와 같은 불법성이 명백한 것들은 걸러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밝히기도 했다.

<저작권자 Copyright ⓒ 일요시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