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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1 (수)

BMW 화재, 가습기살균제 참사 전철 밟을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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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종주의 안전사회] 두 사건의 닮은 점 5가지

세계적인 자동차 기업 BMW(베엠베 혹은 비엠더블유)가 슈퍼폭염으로 시달리고 있는 한국인들을 분노케 하고 있다. 특히 베엠베 자동차를 몰고 있는 소비자들은 자신의 자동차도 주행 중 혹은 주차 중 화재가 발생하는 것은 아닌지 전전긍긍하고 있다. 자동차의 화재는 재산 손실뿐만 아니라 인명피해까지 가져올 수 있다는 점에서 우리 사회 안전 문제로 다루는 것이 적절하다.

베엠베코리아는 올 여름 들어 자동차 화재가 급증해 사태가 걷잡을 수 없이 커지자 뒤늦게 안전 진단과 함께 리콜을 하고 있다. 환경부는 부랴부랴 화재의 원인을 찾기 위한 조사에 들어갔다. 경찰은 소비자 고발에 따라 베엠베 본사와 베엠베코리아가 자동차 결함과 관련해 알고서도 이를 숨겨왔거나 조작한 것이 없는지 들여다보고 있다. 베엠베 자동차가 슈퍼폭염으로 힘든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는 대한민국에 불안과 불신을 증폭시켜 소비자들의 마음을 불태우고 있다.

베엠베 자동차 연쇄 화재 사태를 보면서 어렵지 않게 가습기살균제 참사를 떠올렸다. 필자는 2011년부터 가습기살균제 참사에 천착해 사태의 원인과 추이, 해결과정을 보아왔다. 이 과정에서 가습기살균제 참사에 관한 최초의 책 <빼앗긴 숨>을 펴냈으며 <가습기살균제 사건 백서> 총괄편집인, 가습기살균제 사건 국회 국정조사 민간조사위원으로 참여한 바 있다. 또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 특별법에 따른 가습기살균제 피해구제 구제계정운용위원장을 지냈고 현재 가습기살균제,세월호 참사를 다루는 사회적 참사 특별조사위원회 위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베엠베 자동차 화재 사건과 가습기살균제 참사는 여러모로 많이 쏙 빼닮았다. 세계적 명성의 다국적기업이 관여한 점, 피해가 확산되고 나서야 원인 규명에 나선 점, 독일본사(베엠베)와 영국본사(레킷벤키저)가 사건에 관여한 정황이 있음에도 본사와 본사 임원에 대한 조사,수사가 쉽지 않은 점, 유독 우리나라에서 피해가 두드러졌고 한국에만 다른 기준이 적용되었을 가능성이 있는, 즉 이중기준이 적용된 의혹, 처음부터 안전 검사를 게을리 하고 결함제품을 만들어 소비자를 우롱했음에도 법률적 장치 미비로 징벌적 손해배상을 물을 수 없는 점, 주무부처가 환경부인 점 등이 그러하다.

베엠베 100년, 레킷벤키저 200년 역사 다국적 기업

먼저, 베엠베는 벤츠와 더불어 독일의 대표적 자동차 제조,판매회사이다. 1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고급자동차의 대명사이기도 하다. 계열사로 '미니'와 '롤스로이스'가 있다. 베엠베는 특히 한국에서 수입자동차 가운데 강세를 보여 왔다. 한국 소비자들의 베엠베 사랑은 그동안 각별했다.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주범격인 레킷벤키저코리아(옛 이름 옥시레킷벤키저)의 모기업은 영국에 본사를 둔 레킷벤키저(약칭 RB)로 200년이 넘는 역사를 지닌 세계적인 종합생활용품기업이다. 전 세계 20억 명의 인구가 이 회사 제품을 사용하고 있다고 홍보할 정도로 다양한 생활용품,의약품 등을 제조,판매하고 있다. 특히 한국에서는 2001년 '물먹는 하마'로 유명한 옥시 상표의 동양화학을 인수하면서 우리 소비자들에게 친숙해졌다. 우리나라 세제 시장의 대부분을 점유해왔다.

두 사건 폭발 이전 이미 징후가 여러 차례 있었다

둘째, 레킷벤키저코리아는 2001년부터 기존 살균제 성분(CMIT/MIT)과는 달리 독성이 더 강한 PHMG라는 새로운 가습기살균제 성분을 사용하면서 제품의 호흡독성,안전 여부를 체크하는데 게을리 했다. 그리고 제품 출시 뒤 소비자들이 꾸준히 제품의 안전에 대해 의심을 품거나 불만을 제기했으나 그때마다 '관련 없다'며 묵살했다. 만약 한 번이라도 소비자들의 불만에 귀를 기울여 제품 안전조사를 했더라면 가습기살균제 참사라는 비극을 막거나 그 규모를 대폭 줄일 수 있었을 것이다.

베엠베코리아도 이와 유사한 과정을 겼었다. 520d모델 등에서 화재가 발생한 것은 올해가 처음은 아니었다. 최근 화재의 원인으로 지목된 EGR(Exhaust Gas Recirculation, 배기가스 순환장치) 시스템이 베엠베 자동차에 장착된 것은 2016년 11월이다. 따라서 2017년에도 자동차 화재사고가 있었다. 그때라도 제대로 조사해 조기 리콜했더라면 엄청난 추문으로 번지지 않았을 수도 있다.

셋째, 가습기살균제 참사가 물 위로 드러난 것은 2011년 8월이었다. 가습기살균제 시장의 대부분을 점유하고 있던 당시 옥시레킷벤키저는 본사와 상의해 폐 손상 사망 등의 원인이 살균제가 아니라 황사 등 다른 원인에 의한 것임을 입증하기 위해 온갖 수단을 동원했다. 김앤장법률사무소와 서울대 교수 등 국내 최고 독성 전문가, 그리고 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까지 들러리로 내세워 사건의 방향을 엉뚱한 곳으로 몰고 가려다 검찰 수사로 음모,은폐가 들통 난 바 있다.

가습기살균제 외국인 임원 처벌 실패, 베엠베 화재는?

하지만 검찰과 법원은 한국인 대표와 연구소장 등은 형사처벌했지만 외국인 대표 등은 단 한 명도 책임을 묻지 못했다. 수사가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아 사법부의 심판 또한 물거품이 되어버린 것이다. 다국적 기업의 외국인 임원과 대표 등에 대한 단죄가 쉽지 않다는 것이 가습기살균제 참사 수사로 드러났다.

이 때문에 베엠베 자동차 연쇄 화재 사건과 관련해서도 한국인 대표 등만 처벌하고 외국인 대표나 독일 본사 임원 등에 대한 수사와 처벌은 가습기살균제 참사의 레킷벤키저처럼 흐지부지 되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벌써부터 나오고 있다. 깃털만 건드리고 몸통은 그대로 두는 반쪽 수사 내지는 유명무실 수사와 이로 인한 솜방망이 처벌만 이루어질 것이라는 진단이 틀렸다는 것을 보여주려면 수사,사법 당국의 확실한 의지가 무엇보다 중요하다.

넷째, 레킷벤키저는 한국에서만 가습기살균제 제품 '옥시싹싹 가습기당번'을 팔았다. 만약 이 제품이 정말로 '어린이도 100% 안심'할 정도로 안전하고 효과적인 물때 제거,미생물 번식 억제 효과를 지녔다면 영국을 비롯한 유럽국가와 미국 등에도 동일 제품을 팔았을 터이다. 한데 이 회사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안전과 관련해 이중기준을 적용한 것이다. 이에 대해 최근까지 우리나라에서는 징벌적 손해배상 제도가 도입되지 않아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사망자들은 이례적인 아닌 의례적인 피해배상만 받았다.

베엠베 화재도 징벌적 손해배상은 시실상 물거품?

베엠베 자동차 구매,사용자들 가운데 화재를 당한 이들도 가습기살균제 전철을 밟지 않을까 염려된다. 현행법 테두리 안에서 베엠베 자동차 화재 피해자들이 징벌적 손해배상을 받을 길은 거의 없다. 설혹 베엠베 쪽이 그동안 결함 부품으로 인한 화재 가능성을 사전에 알았다 하더라도 말이다. 이번 기회에 하루빨리 보완 입법을 통해 제품 안전을 게을리 한 기업에 대해서는 엄하게 책임을 물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다섯째, 가습기살균제 참사와 베엠베 자동차 연쇄 화재 모두 환경부 소관 업무다. 가습기살균제 참사와 관련해 사건 초기부터 환경부는 피해자 인정과 피해구제, 배,보상 등에 대해 매우 소극적이거나 모르쇠로 일관했다는 비판을 피해자와 그 가족, 환경단체한테서 받은 바 있다. 이 때문에 가습기살균제 피해자와 그 가족들의 가슴 한 복판에는 분노가 응어리져 맺힌 바 있다.

베엠베 자동차 화재 피해자들과 관련해 환경부가 더는 그런 비판을 받아서는 안 된다. 그러기 위해서는 속도감 있는 원인 조사와 진상 규명에 온힘을 쏟아야 한다. 모든 역량과 인원을 동원하되 민간 전문가의 도움을 받을 필요가 있다. 만약 그동안 환경부가 이번 사안과 관련해 책임 질 일이 있다면 더더욱 성역 없는 조사가 이루어져 불신과 의혹을 해소해야 한다.

기자 : 안종주 사회안전소통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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