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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11 (토)

'정부 연관설' 북한 석탄 미스터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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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지선 기자] [일요시사 취재1팀] 장지선 기자 = 북한산으로 의심되는 석탄이 국내에 수차례 반입됐다는 의혹이 불거지면서 진실공방이 이어지고 있다. 정치권을 중심으로 불붙은 논쟁은 한국과 미국 등 각국 정부로 번지는 모양새다. 해당 의혹은 유엔 결의안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어 청와대와 정부 대응에 따라 정국이 요동칠 수 있는 사안이다. <일요시사>가 북한 석탄 반입 의혹에 대해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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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산 석탄 적재 의혹을 받고 있는 진룽호 남북관계는 지난 2월 평창동계올림픽을 기점으로 해빙기에 들어갔다. 문재인정부 출범 이후 연일 미사일을 발사해 전 세계를 전쟁 공포로 떨게 했던 북한의 태도 변화가 시작이었다. 이후 4월 남북정상회담, 6월 북미정상회담이 연달아 열렸다.

뒤늦게 드러난몰래 반입 의혹

미국을 포함한 동북아 정세는 하루가 다르게 급변하고 있다. 한국과 북한, 미국은 상대의 움직임에 대응 전략을 조정하고 있다. 그 사이 한미 연합훈련이 중단됐고 북한 내 미군 유해가 미국으로 송환됐다.

미국은 북한이 의미 있는 조치를 취할 때까지 제재를 멈춰서는 안 된다면서도 협상의 끈을 놓지 않고 있다. 북한 역시 종전선언이 선행돼야 한다고 주장하지만 과거처럼 협상테이블을 박차고 나가진 않는다.

북한산(産)이라고 의심받는 석탄이 국내에 반입됐다는 의혹은 이런 미묘한 정세 상황에 불거졌다. 자유한국당(이하 한국당), 바른미래당(이하 바미당) 등 야당은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총공세를 펼치고 있다.

반면 정부와 청와대는 신중한 태도를 보이는 중이다. 유엔 결의안과도 관련된 사안이라 자칫 문제가 확대될 가능성을 신경 쓰는 모양새다.

북한 석탄 의혹은 지난달 17일 처음 불거졌다. 미국의 소리(VOA)는 지난달 16일,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이하 안보리) 제재 대상인 북한산 석탄이 지난해 두 차례에 걸쳐 한국에 환적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보도했다.

VOA에 따르면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위원회 산하 전문가패널은 지난 6월 공개한 연례보고서 수정본을 인용, "러시아 홀름스크항서 실린 북한산 석탄이 지난해 10월2일과 11일 각각 인천, 포항서 환적됐다"고 보도했다.

수정본 보고서에 따르면 북한 선박인 릉라2호와 을지봉6호, 은봉2호와 토고 깃발을 달았던 유위안호는 지난 7월과 9월 사이 총 여섯 차례에 걸쳐 북한 원산과 청진항서 석탄을 싣고 러시아 홀름스크항으로 향했다.

이후 홀름스크항에 하역된 석탄은 파나마 선적인 스카이엔젤호와 시에라리온 선적 리치 글로리호 등에 옮겨 제3국으로 출발했다. 이 과정을 거친 석탄은 지난해 10월2일 스카이엔젤호가 인천에, 10월11일 리치 글로리호가 포항에 정박해 국내로 반입됐다. 북한산 석탄이 러시아산으로 둔갑해 국내에 유통됐다는 의혹이 불거졌다.

지난해 10월 반입 석탄러시아산이냐 북한산이냐

문제는 북한산 석탄이 유엔의 대북제재 결의안에 오른 금지 품목이라는 점이다. 유엔 안보리는 지난해 8월 대북제재 결의 2371호를 채택했다. 2371호에 따르면 북한은 자국 영토로부터 또는 자국민에 의해 자국 선박이나 항공기를 사용해 석탄, 철, 철광석을 직·간접적으로 공급, 판매 또는 이전해서는 안 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앞서 이명박정부는 2010년 3월26일 천안함 사건에 대한 대응으로 같은 해 5월24일 대북 제재조치를 내놨다. 당시 조치로 남북교역이 전면 중단되면서 북한산 석탄 역시 국내 반입이 금지됐다. 국내외 대북제재 조치 대상인 북한산 석탄이 국내로 반입됐다는 의혹이 불거지자 정부의 안일한 대처가 일을 키웠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정부가 당초 스카이엔젤호와 리치 글로리호 등 두 선박을 한국에 억류하지 않은 채 운항을 지속하게 한 것을 두고 '제재 위반 관여 선박이 입항할 시 나포·검색·억류해야 한다'는 유엔 안보리 대북제제 결의안 2397호를 위반했다는 주장도 덩달아 제기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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논란이 지속되는 사이 북한산 석탄을 싣고 인천, 포항, 평택 등 국내 항구에 입항한 선박은 샤이닝리치, 진룽, 안취안저우66호 등 총 8척, 반입 석탄량은 2만4000t에 달한다는 의혹이 추가로 나왔다.

처음 문제가 불거진 이후 한 달 넘게 논란이 지속되는 이유로는 석연찮은 정부 대처가 꼽힌다. 먼저 정부가 국내로 반입된 석탄이 러시아산으로 둔갑한 북한산일 수 있다는 점을 정말 몰랐는지 여부가 쟁점으로 떠올랐다.

문제의 석탄을 반입했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곳은 한국전력의 발전 자회사인 남동발전. 남동발전은 북한산으로 의심되는 무연탄을 지난해 11월 이후 두 차례, 총 9700t을 들여온 혐의로 관세청 조사를 받고 있다.

대북제재 결의안우리 정부 위반?

국회 산업통상자원중소벤처기업위원회 한국당 소속 윤한홍 의원은 남동발전 제출 자료와 금융감독원 전자공시시스템 분석 결과를 두고 "남동발전은 지난해 11월 서울세관에게 H사와 체결한 계약 관련 서류에 대한 제출 요구를 받았고 올해 6월 대구세관의 조사가 이뤄지는 와중에도 지난 3월 같은 회사에서 석탄을 들여왔다"며 "이를 볼 때 정부 차원의 방조 내지는 묵인 여부에 대한 의혹이 일고 있다"고 주장했다.

남동발전은 지난해 들여온 석탄이 러시아산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무연탄 구매 입찰공고를 낼 때 '북한산 석탄은 입찰할 수 없다'고 분명히 명시했다는 주장이다. 또 석탄 반입이 국제입찰로 진행됐고 국제관행에 따라 산적돼 세관을 통과하는 등 정상절차를 거쳐 이뤄졌다고 해명했다.

또 남동발전은 입찰 당시 석탄을 실제로 태워 ㎏당 약 6300㎉의 발열량을 기준으로 제시한 것으로 전해졌다. 일반적으로 북한산 석탄은 품질이 낮아 발열량이 5000㎉ 전후에 불과한 것으로 알려졌기 때문에 원산지를 굳이 의심하지 않았다는 설명이다.

일각에선 석탄의 성분을 분석해 원산지를 확인할 수 있지 않느냐는 의문이 떠올랐다. 이에 외교부는 지난 8일 '북한산 의심 석탄 관련' 보도 해명자료를 통해 석탄을 분석해 발열량, 수분량 및 성분 등으로 유·무연탄 여부는 알 수 있지만 같은 산지나 탄광서도 분석값이 다르게 나올 수 있어 원산지를 단정 지을 수 없다고 밝혔다.

문제의 석탄을 싣고 왔다는 의혹을 받고 있는 선박에 대한 억류 등의 조치를 취하지 않은 것에 대한 비판도 나왔다. 이에 대해 외교부는 "합리적인 근거가 있을 때 (선박을)억류할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지난달 17일 VOA 보도 이후 의혹이 커지자 당시 외교부 노규덕 대변인은 '스카이엔젤호, 리치 글로리호가 지난 9개월 동안 16차례 국내 항구로 입항했음에도 정부가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에 따라 선박들을 억류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에 이같이 말했다.

외압설 제기관세청 부인

지난 7일 북한 석탄 반입 의혹을 받고 있는 벨리즈 선적 진룽호와 관련해 "북한산이 아닌 러시아산 석탄을 적재하고 들어온 것으로 파악됐다"며 "포항서 하역작업을 완료한 후 예정대로 8일에 나간다"고 밝혔다.

노 대변인은 이날 브리핑서 "관계기관의 선박 검색 결과 안보리 결의 위반 혐의는 확인된 바가 없다"고 전했다.

앞서 한국당 북한석탄대책TF 단장인 유기준 의원은 보도자료를 내고 유엔 대북제재 결의안을 언급하면서 "지난해 유엔 안보리 결의 이후인 9월1일부터 현재까지 (진룽호가)국내 항구에 25회 자유롭게 입출항하는 동안 아무 조치를 취하지 않고 있는 것은 이해할 수 없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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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룽호 이어 "정부는 대북제재 결의안 조치에 더 이상 머뭇거리지 말고 지난해 석탄 반입뿐만 아니라 이번의 석탄반입까지 합쳐 관계자들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해야 한다"며 "또 진룽호를 포함한 석탄 운반선 등 관계 선박들에 대한 압류, 검색, 나포 등 유엔 안보리 대북제재 결의안에 따른 조치를 지체 없이 바로 실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외교부는 "정부는 지난해 10월 북한산으로 의심되는 석탄의 제3국 경유 국내 입항 사례를 인지했다"며 "사건 인지 직후부터 관계부처 협의를 거쳐 해당 선박에 대한 검색을 시작으로 철저한 조사를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진행 중인 조사를 신속히 마무리하기 위해 노력 중이며, 검찰에 사건은 송치하는 시점에 보다 자세한 조사 결과를 설명할 예정"이라고 덧붙였다.

한국당 "정부 묵인했다"정부 "미국과 문제없다"

정부의 해명에도 불구하고 한국당과 바미당의 정부의 묵인설, 관세청 외압설 등을 제기하며 공세의 수위를 높이고 있다. 한국당은 지난 8일 "정부와 청와대가 남북대화에 목매는 상황서 북한산 석탄 반입을 수수방관하는 것은 북한 정권 눈치 보기로밖에 여겨지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한국당 신보라 대변인은 이날 논평을 통해 "정부가 지난해 10월경 관련 정보를 인지하고도 수입과 유통을 차단하는 등 이렇다할 조치를 취하지 않은 점은 10개월간 이 문제를 방치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앞서 바미당 김관영 원내대표는 지난 2일 "북한 석탄 수입 문제는 단순한 국내 문제가 아니다"라며 "청와대가 소극적으로 대처하고 쉬쉬한다고 해서 어물쩍 넘어갈 수가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 원내대표는 "청와대 묵인설, 관세청에 대한 함구령 등의 소문까지 나오고 있다"며 "만약 정부가 진실을 은폐할 목적이었다면 이는 매우 심각한 문제"라고 우려했다.

외압 의혹을 받고 있는 관세청은 "외압 사실은 전혀 없다"고 적극 해명했다. 관세청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이후 북한산 석탄을 반입한 혐의로 총 9건의 사례를 조사하고 있다"며 "북한산 석탄을 러시아산으로 위장 수입한 혐의가 있는 수입업체를 대상으로 압수수색과 무역 관련 서류분석 등을 진행하고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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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어 "이 사건은 중요 피의자들이 그간 관련 혐의를 부인하는 등 어려운 조사 여건 속에서 다수의 피의자, 참고인 등 관련자를 소환 조사했고 담당 검사의 보강수사 지시에 따라 추가 조사를 실시하는 등 정상적인 절차를 밟아 진행됐다"며 "현재 수사 마무리 단계로 검찰 송치에 앞서 그간의 수사상황을 공개하는 자리를 만들 것"이라고 부연했다.

논란에도 불구하고 청와대와 정부는 미국과의 관계나 대북제재에 있어 아무 문제가 없다는 입장이다. 청와대는 지난 8일 북한 석탄 의혹에 대해 정부가 안일하게 대응하고 있다는 지적을 두고 "대북제재의 주체이자 미국이 이 문제에 대해 클레임을 건 적이 없다"고 반박했다.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은 정례브리핑서 "미 국무부는 (이 문제에 대해)'한국 정부를 깊이 신뢰한다'는 논평을 발표했다"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해당 의혹에 대해 가장 먼저 문제 삼아야 할 미국이 우리를 신뢰하는데 우리 언론이 계속 부정적인 보도를 내보내는 것은 이해하기 어려운 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한미관계이상 무?

앞서 미국 국무부는 북한 석탄 의혹에 대해 한국 정부를 신뢰하고 양국은 긴밀한 협력을 유지하고 있다고 밝힌 바 있다. 미 국무부 관계자는 <연합뉴스>에 보낸 논평서 "한국은 유엔 안보리 결의안의 해상 이행에 있어 충실하고 신뢰할 수 있는 파트너"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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