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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돌잔치 벼락치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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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일경제

돌잔치 준비 과정에 남편이 참여하면 아내의 스트레스는 반으로 줄어든다. /사진=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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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보엄마 잡학사전-56] 돌잔치 열흘 전, 장소 선정 말고는 아무 것도 한 게 없었다. 첫째 돌잔치를 했던 곳이 마음에 들어 두 달 전 예약한 게 전부였다. 발등에 불이 떨어지면 그제서야 일을 시작하는, 벼락치기는 내 고질병이다. 돌상·한복 대여, 스냅 사진 업체 선정 등 할 일이 태산이었다. 남들은 아이 낳자마자 돌잔치 준비를 한다던데 나는 예외였다.

남편과 분업하기로 했다. 돌상 대여는 내가, 한복 대여는 남편이 알아보기로 했다. 스냅 사진은 먼저 일을 마친 사람이 알아보기로 했다. 인스타그램을 즐겨 하면서 알게 된 아기 엄마의 돌잔치를 벤치마킹하기로 했다. 원점에서 시작하기에는 시간이 없었다. 돌상은 예뻤지만 한복을 입을 우리 가족과는 잘 어울리지 않을 것 같았다.

친언니에게 전화를 걸었다. 2년 전 조카 돌잔치 때 돌상을 어디서 빌렸는지 물었다. 첫째 돌잔치 때는 사회자가 없어 조금 아쉬웠다. 언니네 돌잔치 때는 돌상 대여 업체에서 간단한 사회를 봐줘 진행이 매끄러웠다. 더 알아볼 것도 없이 언니가 알려준 업체로 예약을 했다. 2만원을 깎아 42만원에 하기로 했다. 첫째 돌잔치 때에 비하면 8만원이나 비쌌지만 시세와 비슷한 데다 사회를 덤으로 봐줘 마음에 들었다.

남편은 한복을 고르고 또 고르다 결국 첫째 때 인연을 맺은 한복 업체에 다다랐다고 했다. 같은 한복을 또 입기가 뭐해 다른 곳을 알아보았는데 마음에 드는 곳을 찾기가 어려웠단다. 한복이 예쁘고 고급스러우면 가격이 너무 비싸고 한복이 별로면 값이 저렴했다. 당연한 이치인데 육아휴직 중이라 한 푼이 아쉬웠다.

언니네 집 근처 한복집이 생각났다. 명절 때 조카가 한복을 빌려 입은 것을 본 적이 있다. 한복이 고급스럽고 예뻤던 기억이 있다. 홈페이지에 들어가 사진을 보니 썩 마음에 들었다. 직접 가서 입어보니 더 마음에 들었다. 4인 가족 한복 대여는 65만원이지만 특별히 15만원을 할인해줬다. 인터넷으로 알아보고 대여했다가 혹 사이즈가 맞지 않아 고생하느니 직접 보고 빨리 결정하는 게 나을 것 같아 바로 계약했다.

스냅 사진은 지인이 몇 군데 추천을 해줬지만 모두 예약이 꽉 찼다고 했다.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아이들 백일 사진 등을 찍었던 동네 단골 스튜디오에 연락했더니 가능하다고 했다. 앨범 없이 40만원에 하기로 했다. 이로써 2~3일 만에 돌잔치 준비를 끝냈다.

사실 모든 것이 다 그렇겠지만 돈만 있으면 안 되는 게 없다는 것을 여실히 느꼈던 나날들이었다. 장소는 마음에 드는 곳을 정해 선점하는 게 중요하지만 나머지는 언제 예약해도 대부분 가능한 것들이었다. 다만 같은 값이면 다홍치마라고 '가성비' 좋은 것들을 선점하기 위해 다들 미리 준비하는 것이다.

첫째 돌잔치 때와 달라진 점이 있다면 남편과 분업을 했다는 점이다. 3년 전에는 복직 후 회사 생활에 적응하며 밤에 혼자 틈틈이 알아봤다면, 이번에는 남편과 함께 알아봐 결정이 빨랐다. 덕분에 스트레스도 덜했다. 또 이전에는 수많은 업체의 홈페이지를 들락거리고 블로그도 후기도 수없이 읽었지만 이번에는 속전속결로 처리했다. 시간이 부족하기도 했지만 경험적으로 도긴개긴이라는 것을 체득했기 때문이다.

결국 돌잔치 준비에서 중요한 건 각 가정의 예산과 빠른 결정이다. 이 과정에 남편이 참여하면 아내의 스트레스는 반으로 줄어든다. 모든 업체를 샅샅이 뒤져보겠다는 욕심을 버리고 합리적인 가격대의 업체를 발견했다면 더 고민하지 말고 예약해버리는 것도 좋은 방법이다.

[권한울 프리미엄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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