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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2 (일)

중국, 미국과 무역전쟁 ‘강경론 굳히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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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 굴기에 대한 두려움 탓’

베이다이허 회의 후 비난 쏟아내

중국지도부 강경ㆍ타협론 혼재 여전

“내부 단속용 메시지” 해석도
한국일보

중국의 전ㆍ현직 최고지도자들. 오른쪽부터 시진핑 국가주석, 장쩌민 전 주석, 후진타오 전 주석. 바이두 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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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전ㆍ현직 지도부의 비공개회의인 베이다이허(北戴河) 회의를 거치며 미국과의 ‘무역전쟁’에서 강경론을 굳혀가고 있다. 무역전쟁 대응책을 포함한 시진핑(習近平) 국가주석의 외교노선이 핵심의제로 거론돼온 상황에서 정부와 관영매체가 연일 강경한 입장을 쏟아내고 있는 것이다. 일각에선 이를 국내 정치용으로 해석하기도 한다.

12일 중국 관영 신화통신에 따르면 한쥔(韓俊) 중국 농업농촌부 부부장(차관)은 전날 인터뷰에서 “많은 나라가 현재 미국이 차지하고 있는 중국 농산물 시장을 빼앗고 싶어 한다”면서 “이들 국가가 믿을 만한 공급자가 된다면 미국은 중국 시장을 되찾기 어려울 것”이라고 경고했다. 다분히 미중 무역전쟁을 의식한 발언이다. 지난해 전체 농산물 수입액의 19%인 241억달러 정도를 미국에서 수입했던 중국은 미국의 대규모 관세 부과에 맞서 대두ㆍ면화ㆍ돼지고기 등 210억달러어치의 미국 농산물에 보복관세를 부과했고, 29억달러 규모의 채소ㆍ커피 등에도 추가적인 관세 부과를 예고한 상태다.

앞서 중국 공산당 기관지 인민일보는 지난 10일 논평에서 “이번 무역전쟁의 본질은 중국의 굴기(崛起ㆍ우뚝 섬)에 대한 미국의 두려움”이라며 “미국은 다른 나라가 위협이 된다 싶으면 온갖 수단을 동원해 이 나라의 성장을 방해한다”고 비난했다. 지난 8일 “중국의 발전을 달가워하지 않는 나라들이 일방주의와 보호주의를 휘두르고 있지만 어떤 비바람도 중국의 발전을 막지 못할 것”이라고 강조한 뒤 이틀만에 거듭 결사항전의 의지를 다진 것이다. 관영 환구시보는 사설에서 “미국의 무역전쟁 도발은 글로벌시대 최후의 발악”이라고까지 쏘아붙였다.

주목할 만한 건 무역전쟁과 관련된 고위관료와 관영매체의 논평ㆍ사설이 나온 시점이다. 지난 4일 시작된 것으로 알려진 베이다이허 회의에선 미중 무역전쟁 대응책과 시 주석의 팽창주의 외교노선 등을 놓고 격론이 벌어질 것으로 예상돼 왔다. 이 과정에서 시 주석의 정치적 입지가 좁아지면서 대미 온건론이 확산될 것이란 전망도 나왔다. 전체 무역에서 대미 의존도가 높은 중국에게 별다른 카드가 없다는 전문가들의 지적도 많았다. 하지만 중국 정부와 관영매체는 오히려 더 강경한 대외 메시지를 내놓은 것이다.

베이징(北京)의 한 외교소식통은 “베이다이허 회의에서 무역전쟁이나 외교노선의 변화를 촉구하는 목소리가 일부 나왔더라도 전반적으로 시 주석의 권위가 도전을 받을 정도는 아니었을 것”이라며 “다만 무역전쟁의 경우 중국 지도부가 강경론과 타협론을 두고 여전히 통일된 입장을 정하지 못한 상황에서 내부 단속용 메시지를 내놓았을 가능성이 커 보인다”고 말했다.

베이징=양정대 특파원 torch@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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