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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무자원 산유국’ 불가능을 현실로.. 최종현 회장의 도전정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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故 최종현 SK회장 20주기 불가능은 핑계라 강조하며 5% 확률 북예멘 유전 개발
폐암 말기 병마와 싸우면서 경제 살리기 누구보다 앞장
오는 26일 타계 20주기 맞아 경영철학 재조명 행사 열어


파이낸셜뉴스

폐암수술을 받은 고 최종현 회장(왼쪽 두번째)이 IMF 구제금융 직전인 1997년 9월, 산소 호흡기를 꽂은 채 전경련 회장단 회의에 참석, 경제위기 극복방안을 논의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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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래는 도전하는 사람이 만들어 가는 것."

석유 한 방울 나지않는 대한민국을 '무자원 산유국'으로 만들고, 석유에서 섬유까지 수직계열화를 완성했으며, 세계 최초 CDMA 상용화로 정보통신기술(ICT) 강국의 기반을 닦은, 고(故) 최종현 회장. 오는 26일 그의 타계 20주기를 맞는다. 최 회장에게 불가능은 미래를 내다보고 치열하게 준비하지 않은 사람의 핑계에 불과했다. 국가를 이끌 인재를 키우겠다는 일념으로 사재를 들여 한국고등교육재단을 설립, 가난한 대한민국 청년들을 조건없이 유학보내는 등 평생을 인재양성에 힘썼다. 전국경제인연합회 회장 시절인 1997년 폐암 말기 진단을 받고 병마와 싸울 때도 산소호흡기를 꽂은 채 경제 살리기를 호소했던 최 회장은 1998년 8월26일 69세의 일기로 생을 마쳤다. 최 회장은 화장(火葬)이 드물었던 시절 화장 유언을 남겼고, 가족들이 이를 실천해 사후에도 큰 울림을 남겼다.

■"운 만으로 큰 사업 할 수 없다"

최 회장은 자본·기술·인재가 없던 1973년 당시 선경(현 SK)을 세계 일류 에너지·화학 회사로 키우겠다고 천명했다. 섬유회사에 불과한 SK가 원유정제는 물론 석유화학, 필름, 원사, 섬유 등에 이르는 수직계열화를 선언한 것으로 많은 이들이 '불가능한 꿈'으로 치부했다. 그러나 최 회장은 장기적 안목과 중동지역 왕실과의 석유 네트워크 구축 등 치밀한 준비 끝에 1980년 대한석유공사(유공)를 인수했다.

최 회장은 1983년부터 해외유전 개발에 나섰다. 성공확률이 5%에 불과해 주변에서 만류했지만 뚝심있게 사업을 추진, 이듬해인 1984년 북예멘 유전개발에 성공했다. 대한민국이 무자원 산유국 대열에 오르는 순간이었다. 이후 1991년 울산에 합성섬유 원료인 파라자일렌(PX) 제조시설을 준공해 수직계열화를 완성했다.

최 회장은 미래설계가 그룹 총수의 역할이라고 강조했다. 산업동향 분석을 위해 1984년 미국에 미주경영실을 세운 이유다. 이후 정보통신 분야를 미래 성장동력으로 삼은 최 회장은 미국 ICT 기업들에 투자하고 현지법인을 설립해 이동통신사업을 준비했다. 앞선 준비 끝에 1992년 압도적 격차로 제2이동통신사업자에 선정됐지만 특혜시비가 일자 사업권을 자진 반납했다.

"준비한 기업엔 언제든 기회가 온다"고 내부를 설득한 최 회장은 실제 2년 뒤 문민정부 시절인 1994년 한국이동통신 민영화에 참여하고 이동통신사업에 진출했다. 당시 주당 8만원 대던 주식을 주당 33만5000원에 인수키로 하자 주변에서 재고를 건의했지만 최 회장은 "이렇게 해야 나중에 특혜시비에 휘말리지 않을 수 있다. 앞으로 회사가치를 더 키워가면 된다"고 설득했다.

■최태원 회장도 받든 경영철학

최 회장이 남긴 경영 DNA는 장남 최태원 회장에게 고스란히 전해졌다. 최종현 회장이 항상 10년을 내다보고 준비한 끝에 SK를 직물회사에서 석유화학과 정보통신을 아우르는 그룹으로 성장시켰다면, 최태원 회장은 2011년 하이닉스 인수 등을 통해 반도체와 바이오 등으로 사업영역을 확장했다.

최태원 회장은 하이닉스 인수 직후 "하이닉스가 SK 식구가 된 것은 SK의 반도체 사업에 대한 오랜 꿈을 실현하는 의미가 있다"면서 30년 전 최종현 회장의 못다 이룬 꿈을 언급했다. 최종현 회장이 1978년 미래 산업의 중심이 반도체가 될 것임을 예견하고 선경반도체를 설립했으나 전 세계를 강타한 2차 오일쇼크로 꿈을 접어야 했던 과거를 회상한 것이다.

최태원 회장이 1998년 취임할 당시 SK그룹은 매출 37조4000억원, 순이익 1000억원, 재계 순위 5위였으나 현재는 매출 158조원, 순이익 17조3500억원, 재계 순위 3위로 성장했다. 또 최종현 회장의 사업보국과 사회공헌 경영철학은 최태원 회장의 사회적가치와 공유인프라 전략 등으로 진화 발전했다.

SK그룹은 최종현 회장 20주기를 맞아 그의 업적과 경영철학을 기리고 있다. 구성원의 기부금을 모아 숲 조성 사회적기업인 트리플래닛에 전달해 165,289㎡ 규모의 숲을 조성키로 했다. 14일부터는 고인의 업적과 그룹의 성장사를 살펴 볼 수 있는 20주기 사진전을 주요 사업장에서 열고, 24일에는 서울 워커힐호텔 비스타홀에서 경영철학을 재조명하는 행사를 연다.

fact0514@fnnews.com 김용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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