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스라엘 내 아랍계 수만 명 '유대민족국가법 반대' 시위

이스라엘 내 아랍계 수 만명이 이스라엘을 유대인의 민족국가로 규정하는 '유대민족국가법'에 반발, 최대 도시 텔아비브 중심가에서 11일(현지시간) 밤 대규모 항의 시위를 벌였습니다.

지난주 이슬람 시아파의 한 분파인 이스라엘 내 드루즈인들이 같은 곳에서 대규모 반대 시위를 벌인지 일주일 만입니다.

이날 시위에는 아랍계는 물론 유대인들도 참석했다고 AP와 AFP 통신, 현지 언론들은 전했습니다.

일부 아랍계 시위대는 팔레스타인기를 흔들기도 했고, 일부는 무릎을 꿇고 이슬람식 기도를 올렸습니다.

다른 시위 참가자들은 '평등'이라고 적힌 표지판을 들고 항의에 동참했고, 일부 시위대는 이 법을 '아파르트헤이트'(인종차별)라고 부르며 비판했습니다.

이스라엘 의회의 아랍계 의원인 아이만 오데흐는 "수만 명의 아랍계가 유대인 민주주의 단체들과 함께 텔아비브에 온 것은 처음"이라며 "이번이 끝이 아니라, 유대민족국가법에 반대하는 첫 번째 심각한 시위라는 점을 말하기 위해왔다"고 AP통신에 말했습니다

그러나 베냐민 네타냐후 총리는 팔레스타인 깃발을 흔들고 있는 시위대의 모습을 트위터에 올리고 "유대민족국가법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더 좋은 증거는 없다"고 적으며 이 법에 대한 지지를 재차 확인했습니다.

지난달 의회를 통과한 유대민족국가법은 이스라엘을 유대민족의 조국으로 공식적으로 정의하고 이스라엘의 민족자결권이 유대인의 고유한 권리라는 내용을 담고 있습니다.

또 '통일된 예루살렘'을 이스라엘의 수도로 규정하고 국가의 공식 언어를 유대인들이 쓰는 히브리어로 명시했습니다. 아랍어는 공용어에서 제외했습니다.

그러나 이 법은 이스라엘에 사는 아랍계를 차별한다는 점에서 논란을 불러왔습니다.

특히 아랍인들과 드루즈인들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습니다.

은퇴한 고위 안보관리들과 정치인들을 포함해 많은 유대인도 이 법이 이스라엘의 민주주의 가치에 타격을 줬다면서 비판에 동참하고 있습니다.

이스라엘 내 아랍계 인구는 180만 명으로 전체의 20% 수준입니다.

이스라엘 내 아랍계는 동등한 시민권이 부여되긴 하지만 직업과 주택 등 일부 부문에서는 차별을 겪고 있습니다.

이 때문에 이들은 유대민족국가법이 안 그래도 '2등 시민' 취급을 받는 자신들에 대한 차별을 법적으로 정당화한다고 주장하고 있습니다.

[MBN 온라인뉴스팀]

< Copyright ⓒ MBN(www.mbn.co.kr)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