컨텐츠 바로가기

06.16 (일)

"남매 간첩단 조작사건에 실직 가족, 국가가 손해배상까지"

댓글 첫 댓글을 작성해보세요
주소복사가 완료되었습니다
파이낸셜뉴스

<이미지를 클릭하시면 크게 보실 수 있습니다>


전두환 정권의 조작에 의해 간첩의 가족으로 낙인찍혀 직장을 잃게 된 과거사 피해자 자녀들에게 국가는 위자료뿐만 아니라 재산상 손해까지 배상해야 한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대법원 2부(주심 조재연 대법관)는 남매간첩단 조작사건의 피해자 나수연(90)·나진씨(85)와 수연씨의 장남 정모씨, 사위 김모씨 등 가족들이 국가를 상대로 낸 손해배상청구 소송 상고심에서 원심판결을 깨고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보냈다고 12일 밝혔다.

2심 재판부가 인정하지 않은 정씨와 김씨에 대한 재산상 손해배상 책임까지 인정해야 한다는 취지다.

재판부는 "고정간첩의 아들, 사위라는 낙인으로 인해 자신들의 학력이나 경력에 걸맞은 직장에 취업해 정상적인 직업생활을 하는 것을 기대하기 어려웠다"며 "다니던 회사를 사직하고 학교 및 경력에 상응하는 수입을 얻지 못한 재산상 손해는 국가의 불법행위와 상당한 인과관계가 인정된다"고 판단했다.

앞서 전두환 정권은 공안 분위기를 조장하기 위해 1976년 간첩혐의로 수사를 받다가 무혐의로 풀려난 나씨 남매를 1981년 3월 다시 체포했다. 나씨 남매는 경찰에 의해 3개월간 불법구금된 끝에 '월북한 사실이 있다'고 허위자백을 했고, 법원은 이를 근거로 각각 징역 15년과 징역 7년을 확정했다. 남매는 법정에서 고문을 당해 허위자백을 했다고 주장했지만 법원은 받아들이지 않았고, 나씨 남매는 2011년 법원에 재심을 청구했다. 2012년 9월 재심 결정을 한 법원은 2014년 6월 '불법구금과 고문에 따른 허위자백이 인정된다'며 나씨 남매에 대해 무죄를 인정했다.

무죄 선고 직후 나씨 남매와 자녀들은 국가를 상대로 정신적·재산적 손해배상을 청구하는 소송을 냈다. 재판에서는 1·2심 모두 원고들에 대한 정신적 손해를 인정해 위자료를 지급하라고 판결했다. 나씨 남매의 가족별로 5000만원~3억6000여만원까지 위자료가 산정됐다.

반면 정신적 피해와 별도로 아들 정씨와 사위 김씨의 재산상 손해를 인정해야 하는지를 놓고 하급심이 엇갈린 판결을 내렸다.

사건 당시 대기업에 근무하던 정씨와 나씨는 사직 압박을 받고 1982년 7월과 1983년 2월에 각각 회사를 떠났다.

1심은 "회사를 사직한 후 학력이나 경력에 부합하는 직장을 찾을 수 없었고 고정간첩의 아들, 사위라는 낙인으로 인해 정상적인 사회생활을 할 수 없었다"며 퇴사하지 않았다면 벌었을 일실수입을 배상해야 한다고 판단한 반면, 2심은 "회사의 압력을 받아 부당하게 해고당했더라도 해고의 주체는 국가가 아니라 회사이고, 국가가 퇴사에 관여했다고 볼 만한 사정도 없다"며 국가 책임이 아니라고 판단했다.

하지만 대법원은 국가의 불법행위 때문에 회사를 떠나야 했던 것으로 인정된다며 2심 재판을 다시 하라고 결정했다.

fnljs@fnnews.com 이진석 기자

※ 저작권자 ⓒ 파이낸셜뉴스. 무단 전재-재배포 금지
기사가 속한 카테고리는 언론사가 분류합니다.
언론사는 한 기사를 두 개 이상의 카테고리로 분류할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