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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2 (수)

'전입 5일만에 가혹행위 자살'‥法 "보훈 보상 대상자에 해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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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이낸셜뉴스

가혹행위로 전입 5일만에 자살한 병사도 보훈보상대상자에 해당한다는 법원의 판결이 나왔다.

12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행정법원 행정13부(유진현 부장판사)는 가혹행위를 견디지 못하고 자살한 병사 A씨의 유가족이 "보훈보상대상자요건 미해당 결정을 취소해 달라"며 서울지방보훈청을 상대로 낸 소송에서 원고 승소 판결했다.

A씨는 지난 1996년 2월 공군에 입대해 기초군사훈련을 마치고 4월 자대 배치를 받았다. 그러나 A씨는 자대배치 후 5일 만에 경계근무를 서던 중 총기피탈 방지용 끈으로 목을 매 사망했다.

A씨의 유가족은 "(A씨가)자대배치 후 단기간에 걸친 암기 강요와 이에 따른 집중적인 집합 및 질책으로 급성 우울증을 겪었다"며 "당시 간부들의 신병관리 부실로 적절한 진료를 받을 기회를 상실해 우울증이 급속도로 악화됐다"고 주장했다. 이를 근거로 A씨의 유가족은 서울보훈청에 보훈보상대상자 신청을 했다.

이에 서울보훈청은 A씨의 자살 경위를 볼 때 보훈대상자로 인정하기에는 어렵다는 판단을 내렸다. 서울보훈청은 "A씨가 암기사항을 숙지하지 못해 상관의 질책이 있었던 점은 인정된다"며 "그러나 구타 및 가혹행위가 있었다고 볼 만한 구체적 증거가 없다"면서 군 부조리로 인한 사망으로 인정할 수 없다고 설명했다.

그러나 법원은 당시 A씨를 둘러싼 상황을 볼 때 보훈대상자 미해당 처분은 부당하다고 판단했다.

재판부는 "A씨가 자대배치를 받자마자 선임병들로부터 약 200명의 지휘관과 참모의 차량번호 및 관등성명, 초소 전화번호, 보초 임무수칙 등을 암기하라는 지시를 받았고 선임병들은 수시로 암기상태를 점검해 질책 및 가혹행위를 가해 A씨에게 공포감과 불안감을 느끼게 했다"고 당시 상황을 분석했다.

또 "당시 A씨는 근무시간 사이에 적절한 휴식이나 수면을 보장받지 못해 신체적으로도 상당한 피로가 누적돼 있었을 것으로 보인다"며 "이런 상황에서 선임병들이 A씨에게 암기상태 점검 등을 이유로 끊임없이 정신적 압박을 가했고, A씨가 이를 견디지 못하고 극단적 선택을 한 것으로 보인다"고 덧붙였다.

재판부는 "보훈보상법에 따르면 직무수행이나 교육훈련 중 구타·폭언·가혹행위 등이 직접적인 원인이 돼 자유로운 의지가 배제된 상태에서 자살했다고 의학적으로 인정된 경우 재해사망 군경에 포함된다"며 원고의 손을 들어줬다.

jasonchoi@fnnews.com 최재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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