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4년 12월7일 서울 아현동 한국도시가스저장소에서 가스가 폭발해 불기둥이 하늘로 치솟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
1994년 12월7일 오후 2시53분, 서울 도심 한복판인 마포구 아현동에서 폭탄이 터지는듯한 굉음과 함께 하늘을 뚫을듯한 불기둥이 솟아올랐다. 도로 녹지공원 지하 도시가스 중간공급기지에서 가스배관이 폭발한 것이다.
사고현장 인근 가게는 대형 유리창과 형광등들이 한꺼번에 깨져 날라갔으며 뜨거운 열기로 아수라장이 됐다. 불길은 가스관 안에 남아있던 가스가 연쇄 폭발을 거듭하며 지상 70m까지 치솟았고 아현동 일대는 온통 검은 연기로 뒤덮였다.
주변 점포와 빌딩 등에서 쏟아져 나온 주민과 직장인들은 대피하느라 정신이 없었고 가스기지가 위치한 도로공원은 깊이가 움푹 패여 폭격 현장을 방불케 했다.
불길은 누출된 가스를 따라 순식간에 확산돼 왕복 8차선의 마포로 건너편까지 번졌으며, 긴급 출동한 소방차 60여대와 119응급 구조단 차량들이 구조작업을 벌여 1시간 여 만에 가까이 불길을 잡을 수 있었다. 하지만 이 사고로 12명이 사망하거나 실종됐으며 부상 65명에 가옥 수십 채와 차량이 전소되는 등 서울 도심에서 일어난 최악의 가스 폭발사고로 기록됐다.
사고는 안전불감증에서 비롯됐다. 성수대교 붕괴 등 각종 안전사고가 발생할 때마다 시민들은 도시가스 안전성에 대한 의문을 제기해왔다. 서울 지역 전체 가정의 절반이 넘는 가구가 사용하는 도시가스는 언제 터질지 모르는 시한폭탄과도 같은 위험을 안고 있었기 때문이다.
사고가 난 아현기지에 가스 누출에 따른 경보음이 울린 것은 이날 오후 2시 11분, 폭발 사고가 나기 40여 분 전이었다. 이 경보음은 가스공사 중앙통제소에 연결돼 보수반이 출동했지만 이들은 누출부위 및 원인을 찾지 못하고 허둥댔다. 이 와중에 가스 누출은 계속됐고 보수반은 주민들의 항의와 불편이 예상돼 가스 차단이라는 결론을 내리지 못하고 망설였다. 결국 누출되던 가스는 대형 폭발로 이어졌고 예상치 못한 대형 참사를 초래한 것이다.
사건 발생 시 현장에서 작업하다 실종된 것으로 알려졌던 한국가스기술공업 직원 3명과 서울도시가스 직원 2명 등 7명의 시설안전 점검팀은 다음날 계기실에서 모두 사체로 발견됐다. 검경의 수사로 현장 소장 등 3명이 이 사건으로 구속됐다.
아현동 가스 폭발사고는 대낮 도심 한복판에서 발생해 전 국민을 경악하게했던 대형 사고임에도 불구하고 현장 작업자들의 사망으로 인해 사고 원인이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아 미진함을 남겼다.
손용석기자 stones@h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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