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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에 들어온 유사과학 논란 ‘수소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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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증되지 않은 효과 내세운 마케팅으로 오프라인 시장 확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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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급 발암물질인 미세먼지로부터 내 몸을 지킬 수 있어요!” 미세먼지 마스크 광고가 아니다. 물 광고다. 정확히 말하면 물에 수소를 첨가한 음료 ‘수소수’ 홍보문구다. 수소수를 마시면 미세먼지로 생긴 폐 염증을 낫게 하는 효과가 있다는 게 광고의 요지다.

수소수의 효능은 아직 객관적으로 입증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수소수 제조업체들은 수소수의 의학적 효능을 내세워 판매망을 넓히고 있다. 과거 온라인 몰에서만 볼 수 있었던 수소수는 이제 편의점과 대형마트, 쇼핑몰, 뷰티 스토어 등지에서 쉽게 살 수 있다. 전문가들은 수소수가 마치 의학적 효능이 있는 것처럼 판매되는 현실에 우려를 나타내고 있다. 식품의약품안전처는 수소수의 허위광고 문제에 대해 조사에 착수했다.

물 통해 수소 섭취 이론적으로 어려워

수소수 업체가 내세우는 대표적인 수소수의 효능은 유해한 체내 활성산소의 제거다. 만병의 근원인 활성산소를 수소수가 잡아준다는 얘기다. 효능은 이게 다가 아니다. 수소수 업체는 수소수가 아토피 등 피부염에 좋고 치매 예방, 구강건강에도 효과가 있다고 주장한다. 최근에는 수소수가 미세먼지로 인한 호흡기 질환에도 효과가 있다는 주장이 나왔다.

‘수소수가 몸에 좋다’는 이른바 ‘카더라’ 식 입소문이 돌면서 수소수 시장은 요동치고 있다. 수소수 수요가 생기면서 수소수 업체들은 먼저 판매 타깃층 넓히기에 나서고 있다. 판매방식도 특정 소비자를 겨냥한 개별 주문판매에서 불특정 다수 소비자를 대상으로 한 오프라인 판매로 확대했다. 음료수 형태의 수소수 캔도 등장했다. 그동안 수소수는 온라인 시장을 중심으로 성장해 왔다. 대부분 편의점에서 손쉽게 수소수를 접할 수 있을 정도로 대중화됐다. 240㎖ 수소수의 편의점 판매가는 1500원. 900원대에 판매되는 일반 생수(500㎖)보다도 비싼 가격이다.

수소수 관련 상품들도 우후죽순 출시되고 있다. 수소수를 집에서 만들 수 있는 수소수 제조기를 비롯해 수소수 마스크 팩과 수소수 화장품 등이 대표적인 상품이다. 1980년대 후반 ‘육각수’ 열풍과 유사하다. 육각수는 ‘물(H²O) 분자 6개가 연결된 6각형 고리 구조의 물’로 당시 ‘육각수가 성인병 예방과 노화방지 등에 효과가 있다’는 주장이 나오면서 육각수 제조 냉장고와 정수기 등 관련 상품이 쏟아져 나왔다. 이후 10년 가까이 만병통치약처럼 불렸던 육각수의 정체는 맹물로 밝혀졌고 비싼 육각수 제조 냉장고 역시 맹물 제조기로 판명되는 촌극을 빚기도 했다.

학계에서는 최근 유행처럼 번지는 수소수 역시 육각수와 비슷한 유사과학 가운데 하나로 보고 있다. 수소수의 의학적 효능 여부를 떠나 일단 수소를 물에 녹여 음용하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다는 게 학계의 중론이다. 수소수가 담긴 캔이나 용기의 뚜껑을 여는 순간 녹아 있던 수소는 날아가버린다는 것이다. 이덕환 서강대학교 화학과 교수는 “수소수의 형태로 수소를 물 속에 녹일 수 있는 방법은 없다”며 “사실상 아무것도 들어 있지 않은 맹물을 갖고 업체가 장사하고 있는 것”이라고 말했다.

수소수는 식품, 의학적 효능 광고 불법

전문가들은 수소수의 의학적 효과 역시 검증되지 않은 허구라고 본다. 수소수를 마셔 수소를 섭취했더라도 몸속으로 들어간 수소가 생리작용에 관여할 가능성은 거의 없다는 것이다. 극미량의 수소가 위와 십이지장을 거쳐 세포까지 도달할 가능성이 희박하다고 보기 때문이다.

수소수에 의학적 효능이 있다고 보는 전문가들도 인체에 대한 효능 부분은 인정하지 않는다. 충북대 수의과대학 김윤배 교수는 올해 초 발표한 ‘수소수의 미세먼지 진폐증 해소 효능’ 논문에서 “동물실험 결과 수소수는 미세먼지로 인한 진폐증에 효과가 있다는 게 확인됐다”고 밝혔다. 진폐증이 있는 쥐에 10주간 수소수를 섭취하도록 한 결과 염증이 완화됐다는 게 실험의 요지다. 김 교수는 그러나 “수소수 효능이 사람에게도 나타날지 여부는 알 수 없다”고 선을 그었다.

의학적 효능이 불분명함에도 업체들은 마케팅 전략을 앞세워 빠르게 시장을 넓혀가고 있다. 이미 10여개가 넘는 업체가 수소수 시장에 진출했고, 더 많은 업체가 시장 진출을 검토하거나 준비하고 있다. 수소수 업계는 현재 연간 150억원 규모 수소수 시장이 앞으로 최대 1000억원 규모로 성장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업체들이 수소수 효능을 강조하는 광고에 특히 자주 등장 시키는 게 특허청에서 획득한 특허다. 모 수소수 업체가 올해 초 고농도의 수소수를 제조할 수 있는 장치와 관련해 특허를 받은 것은 사실이다. 특허 등록 정보에는 ‘해당 장치를 통해 만든 고농도의 수소수는 항산화 기능이 있고 체내 미세먼지의 축적을 억제해 폐에 생기는 질병인 진폐증을 예방하는 효과가 있다’고 명시돼 있다. 일반 소비자가 보기에는 특허로 수소수의 의학적 효능까지 인정한 것처럼 보인다.

하지만 이는 특허의 개념을 오인한 해석이다. 해당 특허를 담당한 심사관은 “발명한 사람의 아이디어를 인정하고 보호해주자는 차원에서 특허를 내준 것이지 의학적 효능을 인정한 차원이 아니다”라며 “특허를 이용해 의학적 효능을 과대광고하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법률적으로도 혼합음료인 수소수는 그냥 ‘식품’이다. 이 때문에 식품인 수소수를 의학적 효능이 있는 것처럼 표기하거나 명시하는 행위 자체가 모두 불법이다. 식품위생법 13조에 따르면 ‘질병의 예방 및 치료에 효능·효과가 있거나 의약품 또는 건강기능식품으로 오인·혼동할 우려가 있는 내용의 표시·광고’는 모두 법에 따라 처벌하도록 돼 있다. 하지만 현재 수소수 업체들은 홈페이지와 사회관계망서비스(SNS), 개인 블로그 등을 통해 수소수의 의학적 효능을 강조하고 있다.

<주간경향>이 수소수 광고의 불법성 여부를 문의하자 식약처 관계자는 “수소수는 의학적 효능·효과 광고를 할 수 없다”며 “수소수 제품 광고에 문제가 없는지 검토하는 중”이라고 말했다. 식약처는 2013년 실시한 의료기기 과장광고 단속에서 수소수 생산기를 아토피 치료 및 소화촉진 등 의학적 효능이 있는 의료기기인 것처럼 광고한 수소수 업체를 적발하기도 했다. 안진걸 민생경제연구소 소장은 “수소수 업체들이 검증이 되지 않은 물로써 과대광고를 통해 시민을 상대로 폭리를 취하는 격”이라며 “감독당국이 전면적으로 나서서 사안을 살펴보고 부작용 여부에 대해서도 진단을 내려줘야 한다”고 말했다.

<반기웅 기자 ba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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