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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드라마 ‘미스터 션샤인’ 속 정동…유진 초이가 근무하던 미 공사관은 애기씨가 다니던 학당과 5분 거리였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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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속 구한말 역사의 중심지 정동(貞洞)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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쫓기는 노비에서 미국 해병대 대위로 돌아온 ‘검은 머리 미국인’ 유진 초이(이병헌)와 사대부 출신으로 모두의 사랑을 받는 ‘애기씨’ 고애신(김태리)의 이야기를 다룬 tvN 토일드라마 <미스터 션샤인>이 인기리에 방영 중이다. 지난 5일 방송은 시청률이 13%(닐슨코리아 전국 기준)가 넘으며 동시간대 1위를 차지했을 정도다.

■ 대한제국 시공간 배경, 드라마 인기에 한몫

<미스터 션샤인>의 인기 요인 중 하나는 영화나 드라마에서 지금껏 거의 다뤄진 적이 없는 1905년 일제강점기 직전이라는 신선한 시대적 배경이다. 당시 대한제국은 일본·미국·러시아·영국·프랑스 등 해외 열강들이 동아시아에서 마지막으로 힘겨루기를 했던 국가였다. 드라마는 충남 논산 등 세트에서 촬영되지만, 그 실제 배경으로 대한제국의 외교 중심지였던 서울 중구 정동 일대가 다시 주목받고 있다.

정동(貞洞)이라는 지명은 조선 태조 이성계의 계비 신덕왕후 강씨의 묘 정릉(貞陵)을 이곳에 처음 조성한 것에서 비롯됐다. 개항 초기 외국인들은 경복궁과 창덕궁 중간 지점인 박동(현 광화문역과 종각역 주변)에 머물렀다. 그러나 도심 중앙인 박동은 1884년 갑신정변 이후 방어와 탈출이 용이하지 않다고 판단해 언덕과 성벽으로 둘러싸인 정동으로 향했다. 서양인들 사이에서는 정동이라는 지명보다 ‘공사관 구역’이라는 뜻의 ‘Legation Quarter’로 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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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 속 유진 초이가 영사대리로 일하는 옛 미국 공사관은 서울에 세워진 최초의 외국 공사관 건물이다. 드라마에서는 한옥에 성조기가 걸린 모습으로 나오는데 현재 남아 있는 건물은 옛 공사관의 별관이다.

옛 미국 공사관 옆에는 미국 대사관저도 위치해 있다. 1971~1974년 주한 미국대사를 지냈던 필립 하비브의 재임 중 지어진 미국 대사관저로, 그의 이름을 따 ‘하비브하우스’로 불리기도 한다. 당시 미국은 서구식 관저를 짓자는 의견이었으나 하비브 대사의 설득으로 한국식으로 건립했다. 다만 서양식 생활에 맞게 일반 한옥보다 천장을 높게 지었다.

명성황후가 시해된 을미사변 이후 고종이 피신한 아관파천의 현장 옛 러시아 공사관도 이곳 인근에 있다. 옛 러시아 공사관 건물 대부분은 한국전쟁 때 소실돼 현재는 탑옥만 남아 있다. 탑의 동북 쪽으로는 덕수궁까지 연결돼 있는 지하실이 있다.

■ 고애신이 영어 배우고 커피 마셨던 그곳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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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애신은 유진 초이와 길에서 우연히 자주 마주친다. 그럴 수밖에 없는 것이 정동은 선교사들이 선교·교육·의료 활동 등을 하는 근거지였다. 고애신이 알파벳과 ‘LOVE’ ‘STRANGER’ ‘SUNSHINE’ 등 영단어를 배우는 곳은 한국 최초의 사립 여성교육기관 이화학당이다. 이화학당은 1886년 해외여성선교회에서 파견된 메리 F 스크랜턴이 세운 곳으로, 옛 미국 공사관과 도보로 5분 거리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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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의 주요 공간 중 하나인 글로리 빈관(호텔)은 손탁호텔을 모델로 했다. 프랑스 태생의 독일인 앙투아네트 손탁이 운영한 손탁호텔은 서울의 대표적인 호텔이자 사교공간이었다. 때로는 중요한 역사의 현장이기도 했다. 여러 정치세력의 집합소이자 본거지였던 이곳은 1905년 을사늑약 당시 일본특파대사 이토 히로부미가 경운궁 인근에 터를 잡고 여러 날을 머물며 조약체결의 압박을 가했던 곳이다. 대한제국의 쇠망기에 반일파 헐버트와 대한매일신보 사장 베델의 활동 무대도 주로 손탁호텔이었다.

1885년 32세의 나이로 서울에서 25년 동안 독신으로 살았던 손탁은 고종 황제의 신임을 받은 밀사의 역할을 수행하기도 했다. 손탁이라는 인물의 역사적 중요성에 비해 그에 관한 구체적인 자료는 적다. 이 같은 미스터리함은 드라마 속 글로리 호텔 주인 쿠도 히나(김민정)의 모티브가 됐다. 손탁호텔은 1922년에 철거됐다. 위치는 현재 이화여고 100주년 기념관 인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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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라마에서 고애신·유진 초이 등 주요 인물들이 기차를 타고 제물포를 오가는 장면이 자주 등장한다. 정동은 제물포로 향하는 서울의 출발점이기도 했다. 정동의 끝자락(현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 정문 부근)에는 서울 최초의 철도역인 경성정거장(서울역)이 있었다. 당시 서대문 부근과 정동에 사는 외국인을 위해 설치한 역이었다. 경인선은 1899년 9월 제물포(인천)∼노량진 사이 33.2㎞ 구간으로 우선 개통했다. 경성정거장은 1900년 7월 한강철교가 준공된 뒤 경인선 시종착역이 됐다. 경부선 개통으로 남대문 밖에 새로운 역사가 지어진 뒤부터는 서대문정거장으로 불렸다. 정동 곳곳을 거닐다 보면 격동기 대한제국의 시공간과 만날 수 있다.

<김경학 기자 gomgo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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