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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양낙규의 Defence Club]판문점 선언 100일… 군축 가능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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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 문재인 대통령과 북한 김정은 국무위원장이 '4ㆍ27 판문점선언'을 내놓은지 100일이 지났다. 지난 4월27일 판문점에서 남북 정상이 만나 군사적 긴장상태를 완화하는 것에 합의한 이후 남북 간 군사 적대시 완화 정책이 이어지고 있다.

판문점선언 이후 군사분야에서의 첫 물꼬는 남북 군사분계선 지역의 확성기 철거였다. 이후 남북은 장성급 군사회담을 개최했고 남북간 군사적 신뢰 구축을 위한 첫 단추를 만들어냈다. 우리측은 한ㆍ미 연합군사훈련인 UFG 연습의 중단시키고 6월25일 군 통신선 복구를 위해 통신실무접촉을 진행한 남북 군 당국은 7월 들어서도 교류의 속도를 냈다.

남북간에 군사적 긴장감을 낮추기 위해 남북은 '판문점 공동경비구역(JSA) 비무장화ㆍ비무장지대(DMZ) 내 공동유해발굴ㆍDMZ 내 상호 시범적 GP(최전방 감시초소) 철수' 등 추진에 원칙적으로 합의했다. 하지만 한반도의 군축(군비통제)을 실행하기 위해서는 아직 상호신뢰가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DMZ 평화적 이용은 지난 2007년 10월 3일 남북정상회담에서도 제안됐던 내용이다. 당시 노무현 전 대통령은 김정일 국방위원장에게 DMZ 평화적 이용을 제안했으나 김 위원장은 "아직은 속도가 빠르다. 아직은 때가 아니지 않느냐"고 거부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DMZ에 있는 남북 GP(소초)와 중화기를 철수해 평화지대로 만든 뒤 남북이 공동으로 활용하자는 구상을 제안하자 김 위원장이 그런 입장을 밝혔다는 것이다.

현재 북한과 협의중인 DMZ내 유해발굴사업도 진전이 없는 상황이다. 북한지역과 DMZ 등에는 국군 전사자 유해 3∼4만여 구가 묻혀 있을 것으로 국방부는 추정하고 있다. 전문가들은 DMZ를 평화적으로 이용하고 전사자 유해를 공동으로 발굴하려면 높은 단계의 군사신뢰 관계가 구축돼야 가능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정전협정을 평화협정으로 대체하는 등 평화체제로의 이행과정에서 남북이 의제로 다룰 수도 있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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DMZ를 활용하기 위해서는 우선 남북이 합의하에 DMZ내에 매설된 100만개 이상의 지뢰를 모두 제거해야한다. 우리 군이 나서 이를 직접 제거한다하더라도 북측의 승인이 필요한 부분이다. 정전협정에 따라 군사분계선(MDL)을 기점으로 남북 각각 2㎞ 구역으로 설정된 DMZ의 입ㆍ출입 권한은 유엔군사령관에게 있다. DMZ를 평화적으로 이용하려면 유엔사 승인과 함께 북측의 호응이 있어야 가능하다는 것이다. 하지만 북측은 유엔사 군사정전위원회 기능을 무력화시켜 별도의 승인 절차를 거치지 않고 있다.

지뢰뿐만 아니라 남북한 군전력을 모두 철수해야 한는 문제가 필요하지만 북측으로서는 부담을 가질 수밖에 없다는 게 군 관계자들의 분석이다.

DMZ는 동서길이 약 248km로, 면적만 약 907㎢에 달한다. 이곳에 DMZ에는 남측은 80∼90개, 북측 150∼160개의 최전방 경계초소(GP)가 설치되어 있다. 여기에 남북은 정전협정에 따라 개인화기만 반입할 수 있도록 했지만 중화기도 배치된 상황이다. MDL 근처에는 북한의 170㎜ 자주포와 240㎜ 방사포 등 사거리 54∼60㎞에 이르는 장사정포가 밀집되어 있다. 우발적인 총격이 가해져도 즉각 응사하는 등 24시간 긴장체제로 유지되고 있는 셈이다.

북한 GP는 우리 군 GP(60여개)보다 2.6배 많은 160여개 가량인 것으로 전해졌다. 북한의 전체 GP 병력은 1만여명 가량으로 추산된다. DMZ 내에 있는 남북한 GP에 근무하는 병력은 모두 1만2000여명이 넘는 셈이다. 이런 규모의 병력이 최근접 거리에서 대치하는 지역은 전 세계에서 DMZ가 유일하다. 이런 가운데 우리 군이 일방적으로 주둔지를 철수한다면 전시상황에 북한군에게 길을 열어주는 꼴이 된다. 반대로 북한이 GP병력을 철수한다고 선언해도 검증하기가 쉽지 않다.

군 안팎에선 북한의 확고한 평화지대 움직임 없이 군이 먼저 DMZ 주둔지 철수를 논의하는 것은 섣부른 판단이라고 비판한다. 우리 군은 2005년 7월 판문점에서 열린 제3차 남북 장성급 군사회담 실무대표 회담에서 DMZ 내 GP를 공동 철수하는 방안을 제시했으나 북측은 부정적인 반응을 내비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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당시 회담에서 수석대표인 문성묵 국방부 대북정책과장(대령)이 북측 수석대표인 유영철 북한 인민무력부 대좌(대령)에게 GP 공동 철수 방안을 꺼내자 유 대좌는 "그 문제는 지금 논의할 사안이 아니다. 양측이 해결해야 할 시급한 것이 많다. 한 가지씩 해결하는 것이 필요하다"며 부정적인 태도를 보였다.

신원식 전 합동참모본부차장은 "DMZ내 우리 군 주둔지를 철수하는 계획은 통일이 임박했을 때나 나올 수 있는 계획"이라며 "전시상황에 북한이 1시간 내에 우리 측에 진입할 수 있도록 길을 열어주는 셈"이라고 말했다.

특히 남북은 수많은 회담과 접촉을 통해 군사분야에서 신뢰를 쌓을 수 있는 초기 단계의 조치들에 합의했지만 북측의 일방적인 합의 파기 등으로 해당 조치들이 이행되지 않은 전례가 수두룩하다. 또 남북은 정전협정 체결 이후 65년간 대결과 반목을 반복해왔다. 7ㆍ4공동성명(1972년)과 남북기본합의서(1991년), 6ㆍ15남북공동선언(2000년), 10ㆍ4정상선언(2007년) 등을 통해 적대행위 중단과 화해, 그리고 교류협력 확대를 말해왔지만 남북관계는 도발과 비난, 그리고 관계 단절로 점철됐다.

일각에서는 DMZ외에 서해 북방한계선(NLL) 일대의 전력도 철수하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나온다. 북한이 DMZㆍNLL 일대의 긴장완화를 위해 전력철수와 정찰비행금지를 요구할 경우 우리 측이 화답하면서 이를 시행할 가능성이 농후하다는 것이다. 우리 군은 북한 장사정포 위협에 대응해 155㎜ K-9 자주포(사거리 40여㎞), 차기 다연장로켓포(MLRS) '천무'(사거리 80㎞)를 전방에 배치하고 있다. 또 경기 동두천에 있는 주한 미 2사단 예하 210 화력여단도 북한 장사정포에 대응하는 전력이다.

김진형 전 합동참모본부 전략기획부장은 "북한이 실질적인 조치가 이뤄지는 것을 장담할 수 없는 상황에서 주둔지 철수는 말이 안된다"면서 "평화모드가 이어져도 군이 무장해제를 하는 것은 성급한 조치"라고 말했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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