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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광석 칼럼] 자영업은 자영업과 경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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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와대에 자영업 담당 비서관실을 신설하고 직접 현장 목소리를 듣겠다. 복잡하게 얽힌 문제에 대해 종합적인 대책을 강구하겠다.”

문재인 대통령의 말이다. ‘자영업자(self-employment)’가 이슈의 중심에 있다. 최저임금 인상, 산업 구조조정, 베이비붐 세대의 은퇴 등 다양한 국내 경제 이슈의 중심에 자영업자가 있다.

2016년 이후 자영업자가 다시 증가하고 있다. 2016년 자영업자 규모는 약 674만명에서 지난 6월 현재 기준 688만명으로 늘어났다. 자영업자 규모가 뚜렷하게 증가했던 2012년에도 유럽발 재정위기로 국내외 경기가 싸늘했을 때인데, 2016년부터 자영업자가 증가하는 경향성도 경기 탓을 피해가기 어려워 보인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기준에 따르면 자영업자는 스스로 취업한 사람들을 의미한다. 투자가 위축된 한국경제는 ‘고용창출력’이 현격히 떨어져, 취업자가 스스로 취업해야만 하는 상황이 된 것이다. 금리가 상승하고, 대내외 다양한 불확실성이 가중되면서 기업에는 적극적으로 투자하기 어려운 여건이 됐다. 기존 인력규모로도 사업을 영위해 나가기 부담스러운 상황으로 신규채용을 늘리기는 역부족인 시점이다. 취업을 준비하던 청년들도, 기존 일자리에서 이탈한 실업자들도, 그리고 생애 주된 직장에서 나온 퇴직자들도 안정적인 일자리를 구하고 싶지만, 취업이 쉽지 않아 대안으로 창업을 시도하고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OECD 회원국 중 한국보다 자영업자 비중이 높은 국가는 4개국에 불과하다. 한국보다 자영업자 비중이 높은 국가에는 그리스(1위, 35.4%), 터키(2위, 34.0%), 멕시코(3위, 32.1%), 칠레(4위 27.0%)가 있다. OECD 회원국들의 평균 자영업자 비중이 15.4%인 것에 비해 한국은 26.8%로 훨씬 높은 수준이다. 취업자 4명 중 한 명 이상은 자영업자인 셈이다. 미국과 일본은 각각 6.5%, 11.5%의 안정적인 자영업자 비중을 보인다.

자영업자 비중이 높은 나라들은 OECD 회원국 중에서 선진국이라고 보기에 다소 어려움이 있다. 실제로 1인당 국내총생산(GDP)이 낮은 국가일수록 자영업자 비중이 높은 경향성을 확인할 수 있다. 자영업자는 임금근로자보다 평균소득이 낮다. 그래서 자영업자의 비중이 높은 것은 고용의 질적 구조가 좋지 못한 것으로 평가되기도 한다. 비자발적 자영업 선택 등으로 인해 자영업자 비중이 과다한 것은 국가 경제에 비효율성을 초래할 수 있음을 시사하기도 한다.

자영업 소득감소의 원인은 주로 ‘경쟁 과밀’에 있다. 주요 원인은 동종업종 간의 경쟁(41.8%), 대형 및 온라인업체와의 경쟁(22.9%), 경기악화에 따른 고객감소(14.6%), 임대료 등 운영비 부담(11.5%) 순으로 나타난다. 일정한 지역 내에 한 개의 빵집이 있다면 수익성이 그렇게 나빠지지 않을 수 있지만, 2~3개의 빵집이 생기면서 소득이 줄어드는 모습이다. 취업의 대안으로서 창업을 고려하다 보니, 너도나도 주변에서 자주 보이는 업태로 창업을 시도하는 것이다. 지역 내 이미 동종업종이 과밀하게 분포돼 있음에도 불구하고 추가적인 창업이 지속돼 수익성이 악화되는 것이다.

실제로 자영업자의 창업 준비 기간은 1~3개월 미만에 집중적으로 분포됐다. 사업분야 및 사업성 등을 철저히 분석하고, 충분한 준비 기간을 거쳐 창업에 나선다기보다는 ‘집 주변에서 자주 보던 업종(생활밀접형 자영업)’을 보면서 ‘나도 할 수 있다’라는 마음으로 창업을 시도했다. 하지만 이는 오히려 피해야 할 업종이다.

올해 하반기에도 자영업자 경기가 개선되기 어려워 보인다. 최근 소상공인 경기의 체감(실적)치와 전망치가 모두 하락하고 있다. 소상공인 경기 체감지수는 지난 3월 79.7p의 최고치를 기록한 이후 하락세로 전환됐고, 지난 6월에는 62.2p에 머물렀다. 소상공인 경기전망지수도 4월 104.0p의 최고치 달성 이후 하락세로 전환, 지난달 83.9p를 기록했다.

녹록지 않은 현실 속에서도 늘 지속적으로 미래에 대해 기대하는 모습이 지표로 드러난다. ‘다음 달 경기’에 대한 기대가 담긴 전망치는 ‘이번 달에 체감하고 있는 경기’를 계속해서 웃돌고 있기 때문이다. 기대감이 있기에 사업을 영위하고 있겠지만, 그 기대마저도 꺾이는 상황이다.

창업을 위해선 먼저, 충분한 준비 기간이 필요하다. 희망하는 업종이 정해졌을 때도 바로 창업으로 직행하기보다는 ‘돌다리도 두드려본다’는 심정으로 해당 업종에 자영업자가 아닌 근로자로 ‘경험’을 해 볼 필요가 있다.

둘째, 집 주변에서 흔히 보던 업종이 아닌 볼 수 없는 필요한 업종을 찾는 데 노력을 기울여야 한다. 경기가 어려운 주된 이유는 해당 업종이 과밀하게 분포됐기 때문이다. ‘남들이 하니까 나도 할 수 있어’가 아니라 ‘남들이 안 하는 것’을 내가 해야 한다.

셋째, 자영업자 지원정책들을 활용할 필요가 있다. 물론 현업에 바빠 정책적 지원사업들을 놓치고 사는 사업자들이 대부분이다. 하지만 새롭게 발표될 지원대책 기조를 이해하는 일은 잠시 바쁜 일을 뒤로 미뤄도 될 만큼 중요할 것이다.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 홈페이지에서 청년상인 창업지원, 소상공인 정책자금 지원 등 다양한 지원사업들을 확인할 수 있다.

김광석 한양대 국제학대학원 겸임교수

정혜인 ajuchi@ajunew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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