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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8 (수)

[양낙규의 Defence Club]구구절 열병식… 향후 평화모드 가늠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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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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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양낙규 기자]북한은 중요한 내부적 행사가 있는 기념일에는 열병식(군사 퍼레이드)을 진행했다. 내달 정권수립인 '구구절(9월 9일)'을 맞아 열병식을 연다면 북한 김정은 노동당 위원장 집권 이후 9번째가 된다.

9일 정보당국에 따르면 북한은 김정은 위원장 집권 첫해인 2012년 4월15일 김일성 생일 100돌을 맞아 평양 김일성광장에서 대규모 열병식을 열였다. 북한은 이를 우리시간 오전 10시2분부터 생중계했다. 다음해인 2013년에는 7월27일 전승절(정전협정체결) 60돌과 정권 창건 65돌을 맞아 김일성광장에서 각각 열병식을 했다.

2015년에는 10월10일 당 창건 70돌 기념 열병식을, 지난해에는 4월15일 김일성 생일 105돌을 맞아 대규모 열병식을 했다. 다섯차례 모두 김정은 위원장이 참석했으며 북한은 이를 조선중앙TV를 통해 생중계했다. 또 북한이 중시하는 '정주년'(5ㆍ10년 단위로 꺾어지는 해) 행사라는 공통점이 있다.

열병식 개최 시간은 주로 오전이었다. 2012년과 2013년 열병식은 우리시간으로 오전 10시대에 생중계됐다. 2015년 열병식 때만 오후 2시58분쯤에 개최됐고 지난해에는 다시 오전 10시5분에 조선중앙TV를 통해 생중계됐다. 2013년 열병식은 역대 최대규모로 행사가 열렸다. 당시 열병식에는 대륙간탄도미사일 KN-08과 전술핵 부대도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특히 2013년 5월은 남북관계의 마중물이었던 개성공단이 가동이 일시적으로 중단되는 등 남북관계가 냉각된 상태였다.

하지만 올해부터는 북한의 열병식은 조용했다. 생중계는 없었다. 열병식이 대내외적으로 무력을 과시하는 행사라는 점에서 이는 이례적으로 평가된다. 북한은 2014년 7월27일 전승절 61돌 열병식을 했는데 당시 방송을 통해 보도되지 않고 이튿날 노동신문을 통해 공개됐다. 이때는 정주년이 아니어서 열병식이 소규모로 개최됐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당시 김정은 위원장도 참석하지 않았다.

올해 7월 27일 전승절을 맞이해 열린 열병식도 차분하기는 마찬가지였다. 북한은 '전승절'을 통해 대외 비난보다 '전쟁 승리'의 의미를 부각하며 '자력자강'으로 번영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반미구호가 대폭 사라진 셈이다. 당시 북한언론은 열병식을 강조하기 보다는 6.25 참전 병사의 노고를 치하하며 체제 결속을 다지는 전국노병대회과 축하공연을 개최했다고만 전했다.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은 6월 12일 싱가포르에서 사상 첫 북미 정상회담을 의식한 셈이다. 북미는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를 대가로 북한의 체제 안전을 보장하고 북미 관계를 정상화하기로 합의했기 때문에 자극적인 열병식을 피한 셈이다.

외교가에서는 김정은 북한 국무위원장과 도널드 트럼프 미 대통령은 '친서 외교'를 지속하고 있다는 점을 눈여겨 봐야한다고 지적한다. 서로 판을 깨려는 의지는 없다는 것이다. 북미 양측 모두 속마음은 급한 상황이다. 북한은 핵ㆍ경제 병진노선에서 경제 총력 노선으로 바꾼 김정은 위원장은 정권수립 70주년 기념일(9ㆍ9절)을 계기로 뭔가 '성과'를 내놓아야 할 입장이다. 반면, 11월 중간선거를 앞둔 트럼프 대통령도 화회분위기를 이어가야 한다. 트럼프 대통령은 김 위원장으로부터 얻을 것을 얻어낸 뒤 9월 유엔 총회에 초청하려 한다는 관측이 나오는 이유다.

우리 정부의 중재역할도 중요하다. 북한의 종전선언 요구에 대해 미국은 사실상 대북 군사옵션을 포기하라는 반응을 보이나, 작금의 북한의 상황을 보면 종전선언이라는 잠정적인 대북체제안전보장이 있어야 비핵화를 더 촉진할 수 있다는 시각도 있다. 애초 가을 남북정상회담을 고려했던 우리 정부가 8월 또는 9월로 당기는 걸 고민하는 것도 이런 상황과 연관이 있어 보인다.

군 관계자는 "북한은 북미간에 협상을 지켜보면서 열병식 규모를 결정할 가능성이 크다"면서 "현재는 평양의 미림비행장으로 이동중인 상황이어서 어느정도 규모로 개최될지 예측하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양낙규 기자 if@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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