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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9.21 (토)

문 연 지 7년, 하루 점심 손님 600명 비결은 ‘착한 경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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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대구 북구 유통단지 내 구내식당을 운영하고 있는 강진영(34) 진영푸드 대표. 김민규기자 whitekm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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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시간이 되면 식당은 항상 만원으로 붐빈다. 김민규기자 whitekm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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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4일 정오 38도가 넘는 날씨지만 대구 북구 유통단지 기업관 구내식당에는 10여 미터의 줄이 늘어졌다. 이곳을 찾는 이들은 하루 평균 600여 명. 웬만한 맛집이 하루 평균 300여 명 인 것은 따지만 맛집 중의 맛집이다.

강진영(34) 진영푸드 대표는 “식당 내 사람 열기 때문에 더위를 느낄 시간이 없다”며 “주차 보조부터 주방까지 1인 3역을 하느라 하루가 어떻게 가는 줄 모른다”고 말했다.

주방은 화덕이나 마찬가지다. 40도를 훨씬 넘는 온도에 30분도 되지 않아 속옷까지 흠뻑 젖는다. 잠시라도 지체하면 반찬이 떨어지기 때문에 덥다는 생각조차 할 겨를이 없다. 11시 30분부터 2시 30분까지 3시간이 지나서야 강 씨와 8명의 직원은 점심을 겨우 먹는다. 온몸이 땀에 젖었지만 600여 명을 먹였다는 뿌듯한 자부심이 생긴다.

“몸은 힘들지만, 손님들이 맛있게 먹는 것을 보면 더위는 잠시 잊습니다. 요즘 같이 날씨에 멀리서 찾아오는 손님들에게 시원한 수박이나 보양식을 해줄 때 가장 뿌듯합니다.”

이곳은 처음부터 맛집이 아니었다. 가정주부로만 지내다 생활고 때문에 식당일에 뛰어들었다.

“유통단지 인근에서 작게 하던 식당이 문을 닫았어요. 인근 건물주가 자기 건물에서 유통단지에서 알아주는 1등 식당을 만들어 보라며 제안을 했어요.”

보증금을 거의 받지 않는 대신 ‘유통단지에서 가장 값싸고 맛있는 식당’이 된다는 조건을 걸었다.

식당을 차렸지만, 주위 반응은 냉담했다. ‘젊은 여자가 고된 식당일은 만만하게 보고 덤빈다’, ‘주위에 식당도 많은데 구내식당을 아무도 이용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이 돌았다.

그는 새벽에 장을 보고 주방, 주차요원, 서빙까지 했다. 반년 넘게 강 씨는 자신의 인건비도 못 가져갔다. 무료 식권을 들고 인근에 영업까지 했다. 1년이 지날 무렵 ‘기업관 구내식당이 값싸고 맛있다’는 소문이 났다.

손님은 점점 늘어나고 인근 기업에서 월식까지 이용하는 곳도 생겼다. 손님이 늘 수록 반찬 가짓수와 후식도 늘었다. 가격도 4,500원에서 2년 전 5,000원으로 올랐다.

식당을 찾는 이들과도 손님 이상으로 관계가 이어졌다. 식당을 꾸준히 찾는 임산부가 출산에 임박하자 배냇저고리까지 선물하기도 한다. 그가 이렇게 정을 나누는 데는 이유가 있다.

10여 년 전 인근에서 식당을 할 때였다. 불법 영업으로 구청의 철거명령까지 받기도 했다. 관련 법규를 몰랐던 탓이었다. 하지만 단골손님들과 주변 상인들이 도와주는 바람에 해결할 수 있었다. 그에게는 손님은 가족이나 마찬가지였다.

“착한 식당 운영은 정말 막막했던 7년 전 그때, 식당 문을 열도록 도움을 준 건물주와 손님과의 약속입니다. 착한 가격에 착한 맛을 끝까지 지킬 겁니다. 600여 명의 가족과 매일 정을 나누다 보면 더운 줄도 모를 지경이에요. 호호!”

최근 그에게는 한가지 고민이 있다. 내년 말이면 엑스코 확장 때문에 건물을 비워줘야 한다. 식당 건물 자체가 없어진다. 이전하려고 해도 마땅한 자리도 없는 상황이다. 600여 명이 찾는 식당이 없어질 수 있는 상황에 마음이 찹찹하다.

“건물이 없어지는 것보다 당장 내일 장거리를 찾는 것이 저한테는 더 급한 문제예요. 식당이 문을 닫는 것보다 더 정을 나눌 수 없다는 것이 가장 큰 고민이에요. 600명이 넘는 밥을 만드는 주방 아줌마로서 책임을 끝까지 지고 싶어요.”

김민규기자 whitekmg@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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