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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6.03 (월)

[사설] 김동연 부총리 비판 연연 말고 현장 속으로 더 들어가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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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동연 경제부총리가 어제 경제부처 고위 관계자들을 이끌고 경기도 평택의 삼성전자 캠퍼스를 찾은 건 의미 있는 행보였다. 경제정책 사령탑으로서 실제 생산과 투자가 이뤄지는 현장을 직접 둘러보며 기업의 생생한 목소리를 듣는 건 반드시 필요한 일이다. 그러나 그는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을 비롯한 삼성 핵심 경영진을 만나고도 어찌 보면 선문답 같은 말만 했다. 김 부총리는 "삼성이 동반성장을 확산시키고 미래 성장동력을 만드는 데 주도적인 역할을 해달라"고 했다. "바이오산업 관련 규제 완화 건의를 들었다"는 말도 했지만 구체적이고 밀도 있는 투자 관련 논의는 이뤄지지 않았다고 한다. 삼성이 100조원 넘는 투자와 일자리 창출 계획을 내놓을 거라는 추측도 많았지만 결국 김 부총리도 삼성 측도 그에 대해서는 입을 닫았다.

그 이유는 이미 언론 보도로 알려진 것과 같다. 어제 청와대는 삼성의 투자 계획을 발표하는 시기나 방식에 관해 김 부총리와 의견 조율을 한 건 사실이라면서도 일부 언론이 전한 것처럼 투자를 '구걸'하지 말라는 발언이 나왔다는 건 사실무근이라고 해명했다. 하지만 재벌개혁을 강조하는 현 정부가 사정이 다급해지니까 삼성을 상대로 손을 벌리거나 팔을 비튼다는 오해를 살 것을 우려하고 있는 건 분명해 보인다. 김 부총리가 LG, 현대자동차, SK, 신세계를 방문했을 때와 달리 삼성 방문 때 유독 그런 우려의 목소리가 커졌고 결국 투자·고용계획 발표는 일단 없던 일처럼 되고 만 것이다.

사실 지금 우리 경제 상황은 정부가 이와 같은 불필요한 논란과 오해를 걱정하고 있을 만큼 한가하지 않다. 지난 2분기 설비 투자는 전기 대비 6.6%나 줄어들며 성장률을 0.6%포인트 끌어내렸다. 급격히 얼어붙은 투자 의욕을 되살리지 못하면 앞으로 성장도 일자리도 기대할 수 없다. 고용 쇼크는 백약이 무효가 될 것이다. 이런 때일수록 경제정책 수장들은 더욱 적극적으로 현장을 파고들어야 한다. 특히 혁신성장의 사령탑 역할을 해야 할 김 부총리는 본인이 천명한 대로 기업의 규모와 업종을 가리지 않고 현장을 찾아 과연 무엇이 투자와 일자리를 가로막고 있는지 냉철하게 판단해야 한다. 혁신성장과 기업 투자 활성화에 대한 사시를 가진 이들의 편협한 비판에 연연해 좌고우면하고 있어서는 안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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