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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검열 피해 SNS서 다시 불붙은 중국 ‘#미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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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화·학계 이어 종교계로

교수 등 지식층 지지·동참

피해자들 직접 나서 폭로…공무원 사회로 번질 가능성

중국의 미투(#MeToo·나도 고발한다) 운동이 학계, 문화계에 이어 종교계로 번지고 있다. 당국 검열로 주춤했던 미투 운동이 지식층과 사회단체의 노력, 특히 소셜미디어를 타고 다시 달아오르고 있다.

1일 웨이보(微博)와 웨이신(微信) 등 중국 소셜미디어에 베이징 사찰 룽취안(龍泉)사의 주지이자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 민족종교위원회 부주임, 중국불교협회장 등을 맡은 승려 쉐청(學誠)을 성폭행 및 성희롱 혐의로 고발하는 문건이 올라왔다. 쉐청을 고발한 여승 2명은 셴자(賢佳)와 셴치(賢啓)다. 이들은 칭화(淸華)대에서 박사 학위를 받은 후 출가해 룽취안사에서 10년 이상 수행했다. 95쪽짜리 이 문건에는 쉐청이 수년간 여러 명의 비구니들에게 성희롱 내용이 담긴 문자를 보내고, 전화나 인터넷을 차단하는 등 인권을 유린한 사례가 상세히 기술돼 있다.

이 문건은 웨이보 인기 검색어에 오르는 등 일파만파 번지고 있다. “쌓일 대로 쌓인 종교계 성희롱 문제가 드디어 터졌다”는 반응이다. 룽취안사는 성명을 통해 “조작된 증거와 악의적 모함으로 대중을 오도하는 이들에게 법적 책임을 묻겠다”고 밝혔다.

올 초 미국 실리콘밸리의 뤄첸첸 박사가 자신의 지도교수였던 천샤오우(陳小武) 베이징항공항천대 교수의 성폭행 시도를 폭로하면서 미투 운동이 일어났다. 대학가를 중심으로 번지던 열기는 중국 당국의 검열과 차단으로 급격히 식었다. ‘여권의 소리(女權之聲)’ 등 미투 운동 지지 단체의 웨이신과 웨이보도 당국에 의해 폐쇄됐다.

그러다 지난달부터 다시 폭로가 불붙기 시작했다. 언론인, CCTV 유명 사회자 등 문화계, 재계에 이어 사회활동가에게 성폭행을 당했다는 피해자도 등장했다. 당국의 검열에도 피해자들이 직접 나서게 된 배경에는 대학교수 등 지식층의 지지가 크게 작용했다.

창장(常江) 칭화대 교수는 웨이보에 ‘내가 당신의 목소리가 되겠다’는 해시태그를 걸고 미투 운동을 지지하고 있다. 창 교수의 웨이보는 11만명의 누리꾼들이 구독하고 있다. 소셜미디어가 성희롱, 성폭행 폭로를 보도하지 않는 제도권 매체를 대신해 관련 소식을 빠르게 전하고 있다. 유명 작가 장팡저우(蔣方舟) 등이 동참한 것도 미투 운동 확산의 배경이 되고 있다.

‘여권의 소리’ 간사인 슝징은 2일 경향신문과의 전화통화에서 “문화계 등 영역이 확대되면서 문제의 심각성에 대해 대중들이 인식하게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소셜미디어를 중심으로 지지의 목소리가 이어지고 있어 미투 운동 범위는 더욱 확대될 것”이라면서 “특히 엄격한 수직관계로 비슷한 문제가 다수 발생하고 있지만 폭로가 힘든 공무원 사회 등으로 번질 가능성이 있다”고 했다.

<베이징 | 박은경 특파원 yama@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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