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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과학을읽다]낙뢰(落雷) 막아주는 '피뢰침'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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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고층 건물의 피뢰침을 점검하는 기술자. [사진=내셔널지오그래픽채널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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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지난 주말 서울에는 소나기와 함께 낙뢰(落雷)가 쏟아졌습니다. 폭염에 소나기는 반가웠지만 천둥과 번개를 동반한 엄청난 기세로 세상을 삼킬 듯 내려치는 낙뢰는 무서웠습니다.

낙뢰는 흔히 '벼락'이라고 합니다. 대지와 구름 사이에서 발생하는 번개와 천둥을 동반한 급격한 방전 현상입니다. 벼락은 빛의 속도의 절반인 초당 14만9896㎞의 속도로 발생하는데, 우리 눈으로 한번 치는 것 같이 보이지만 실제로는 많게는 42회까지 위아래로 몰아친 것이라고 합니다. 눈으로 보인 번개는 42번이나 벼락이 치는 잠깐 사이에 비치는 불빛에 불과한 것이지요.

벼락이 칠 때 어떤 물체나 입자가 가진 전기의 양을 의미하는 전하량은 전압이 평균 10억 볼트, 전류는 2만~3만 암페어에 달합니다. 이는 100와트(W) 짜리 백열전구 7000개를 8시간 동안 켤 수 있는 에너지입니다. 벼락칠 때의 열기는 태양 표면온도의 5배에 달하는 3만℃까지 뜨거워진다고 합니다. 방전범위도 최소 1㎞ 이상입니다.

흔히 나쁜 짓을 하거나 범죄자 등을 비난할 때 '벼락 맞을 놈'이란 표현을 쓰는데 실제로 벼락을 맞는 사람은 농부나 낚시꾼, 등산객 등이 많습니다. 벼락은 죄인보다 가까운 곳에 있는 사람을 노리는 것이지요.

기상청에 따르면 지난해(2017년) 낙뢰가 발생한 횟수는 31만6700여 회입니다. 이로 인해 2명이 숨지고, 2명이 다쳤는데 벼락 맞을 확률은 0.001%였습니다. 우리나라는 봄, 겨울보다 여름(6~8월)에 낙뢰가 많이 발생하는데 지난해 7월에만 18만 여회 발생했다고 합니다.

최근 기상이변이 심화되고 지구온난화로 인해 낙뢰 발생률이 급격히 높아지고 있는 상황입니다. 미항공우주국(NASA)은 지구 대기온도가 1℃ 상승할 때 낙뢰의 발생 가능성은 5~6% 정도 증가한다고 밝혔습니다. 지구 온난화로 인해 1세기 전보다 지구 전체의 낙뢰발생 가능성은 약 30% 이상 증가했다는 연구결과도 있습니다.

낙뢰로 인한 피해는 사람이 감전 당하거나 가옥과 삼림의 화재, 건축물과 설비의 파괴 등 직접 피격으로 발생하는 직접적 피해보다 전원선이나 통신선 등 전력계통을 통해 장비에 과도한 전압이 침입하는 '서지(Surge)'를 통한 간접적 피해가 더 큽니다. 서지는 전기 회로의 이상을 초래하고 전력·통신설비의 오작동을 일으켜 국가기반 및 산업시설 등을 멈추게 해 사회적 혼란과 경제적 피해를 야기하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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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뉴욕의 엠파이어스테이트빌딩이 벼락에 맞는 모습.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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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 피해를 막아주는 것이 '피뢰침(避雷針)'입니다. 글자 그대로 낙뢰를 피하기 위해 만든 침이라는 뜻입니다. 미국 건국의 아버지로 불리는 유능한 정치가이면서 뛰어난 과학자였던 벤저민 프랭클린(1706~1790)은 피뢰침을 발명하기까지 많은 시행착오를 겪게 됩니다.

프랭클린은 낙뢰도 전기가 아닐까라는 호기심을 가지고, 이 호기심을 증명하기 위해 여러 가지 실험을 하게 됩니다. 1752년 비바람이 몰아치는 한밤 중에 그는 연줄에 열쇠를 매달아 하늘로 날려 보냅니다. 도체인 열쇠를 이용해 낙뢰의 전기적 특성을 실험한 것입니다. 낙뢰가 치면서 열쇠에 불꽃이 튀자 프랭클린은 낙뢰의 실체가 전기라는 사실을 확신하게 됩니다.

문제는 천둥번개와 벼락이 치면 건물이 무너지기도 하고 많은 사람들이 죽거나 다친다는데 있었습니다. 프랭클린은 낙뢰가 건물이나 사람에게 떨어지지 않고 땅속으로 흘러 들어가도록 하는 방법을 고민합니다. 이를 위해 벼락이 치면 위험을 무릅쓰고 집 밖으로 뛰쳐나가 벼락이 떨어지는 모습을 열심히 관찰했습니다. 오랜 세월 벼락치는 모습을 관찰하던 끝에 그는 끝이 뾰족하고 높이 위치한 물체일수록 벼락을 많이 맞는다는 사실을 확인하게 됩니다.

이에 프랭클린은 고층 건물의 꼭대기에 전기가 잘 통하는 소재로 만들어진 뾰족한 막대기를 세운 후 전기가 잘 통하는 구리선을 땅속까지 연결했습니다. 그러자 벼락은 뾰족한 철막대기로 빨려들 듯 바로 땅으로 흘러가 흩어지게 됩니다. 마침내 피뢰침이 발명된 것입니다.

피뢰침은 돌침부, 피뢰도선, 접지 전극의 세 부분으로 구성됩니다. 돌침부의 돌침은 구리나 용융 아연 도금을 한 철 막대기를 사용합니다. 피뢰도선은 구리나 알루미늄이 사용됩니다. 피뢰도선을 건물의 외부에 설치할 때는 전등선·전화선이나 가스관으로부터 1.5m 이상의 간격을 두고 설치해야 합니다. 접지 전극은 아연 도금 철판 등을 사용해 접지저항이 10오옴(Ω) 이하가 되도록 지하에 묻어야 합니다.

최근에는 피뢰침으로 모은 낙뢰의 에너지를 전기에너지로 활용할 수 있는 기술과 낙뢰로부터 완벽하게 피해를 입지 않을 수 있는 방법 등을 연구하고 있습니다. 지구온난화에 따라 낙뢰의 빈도수가 증가하고 있는 만큼 이런 기술이 개발된다면 인류에게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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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최고액권 100달러 지폐 속의 벤저민 프랭클린.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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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0년에 브라질 캄피나대학 연구팀은 지붕에 태양 패널과 비슷한 '습기 전기' 수집 패널을 설치하고, 낙뢰를 이용해 전력에너지를 만들 수 있다고 주장하기도 했습니다. 그러나 아직 벼락의 에너지를 저장할 수 있는 확실한 기술이 개발된 상태는 아닙니다. 반면, 피뢰침이 낙뢰를 끌어 당기는 만큼 낙뢰의 거대한 에너지로 인해 피뢰침 주변에 미치는 크고작은 피해를 완벽하게 피할 수 있는 기술들은 이미 개발돼 있습니다.

프랭클린은 피뢰침 발명으로 큰돈을 벌 수 있었습니다. 그러나 사람들의 안전이 돈보다 더 중요하다는 이유로 특허를 내지 않았습니다. 일종의 재능 기부인 셈이지요. 그 덕분에 모든 사람들이 특별한 허가나 비용 없이 피뢰침을 설치할 수 있었고, 많은 생명과 피해를 예방할 수 있게 됐습니다.

프랭클린은 "지식에 투자하는 것이 가장 높은 이윤을 보장한다"고 말했습니다. 정치가로서도 훌륭했지만 과학자로서도 인류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은 것일까요. 벤저민 프랭클린은 미국의 최고액권 100달러 짜리 지폐 속의 인물로 세계인에게 영원히(?)사랑받고 있습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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