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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09 (목)

[IT여담] 쏟아지는 한국형 청사진...균형이 중요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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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토불이도 좋지만 가슴도 열어야"

[이코노믹리뷰=최진홍 기자] KT가 오는 9월30일 와이브로 서비스를 종료한다고 발표했습니다. 2006년 상용화가 시작된 와이브로는 토종 통신기술로 화려하게 등장했으나 4G LTE에 밀려 사실상 시장에서 퇴출됐고, 최근에는 5만명 수준의 가입자 규모만 유지했습니다. 와이브로를 유지하는 것이 주파수 낭비라는 말까지 나온 가운데 서비스 종료는 당연한 수순으로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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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이브로는 3G 시절 세계를 호령했던 'IT 강국 대한민국'이 야심차게 출시한 서비스입니다. 삼성전자와 KT, SK텔레콤 등 쟁쟁한 기업들이 참여해 '4G 시대도 우리가 장악하자'는 취지로 2006년 첫 전파를 탔습니다. 그러나 핵심인 표준 경쟁에서 밀리며 조금씩 존재감을 잃었고 결국 2018년 역사속으로 사라지게 됐습니다.

와이브로의 종료를 통해 우리는 명확한 교훈을 얻을 수 있습니다. 바로 '갈라파고스의 망령과 기술 종속의 기회비용'입니다. 역사에 만약은 없다지만, '만약' 와이브로가 세계의 표준이 되어 각 나라가 적극적으로 차용했다면 어떻게 됐을까요? 예단할 수 없지만 LTE 수준의 존재감을 확보하지 않았을까요?

와이브로가 LTE가 되지 못한 이유는 많지만, 그 중 하나는 범용성에 있습니다. 망 구축 효율성과 WCDMA와의 호환성을 바탕으로 LTE가 승기를 잡았기 때문입니다. 반대로 말해 와이브로는 범용성에 치명적인 약점이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결국 IT 강국 대한민국도 백기를 들었습니다. 국내에서는 2011년 SK텔레콤과 LG유플러스가 4G LTE 상용화에 나섰고직전까지 2G CDMA 기술로 서비스하던 LG유플러스는 단숨에 3G를 뛰어넘어 4G로 넘어갈 수 밖에 없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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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는 지난 6월 와이브로(WiBro) 고객을 대상으로 기존 요금제와 같은 가격에 같은 양의 LTE 데이터를 제공하는 이용자 보호용 ‘LTE egg+’ 요금제를 출시한 바 있다. 기존 와이브로 가입 고객은 경제적인 부담 없이 ‘아이언 에그’ 등의 LTE 에그 상품으로 쉽게 전환가입 할 수 있다. 출처=K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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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3G 시절의 성공에 천착해 4G 시절 무리한 홀로서기를 시도했고, 그 결과 두 번째 과실은 따지 못했던 것이 아닐까요? 3G 시절의 성공도 냉정하게 따져보면 미국 기업 퀄컴과의 협력이 있었기에 가능했다는 점을 망각하고 말입니다.

오해하지 말아야 할 점은, 토종기술이 범용성이 없다고 무조건 무시당하면 않된다는 것입니다. 중요한 것은 갈라파고스의 망령이라는 고립과 기술의 종속이라는 치명적인 위험요소를 모두 고려해 최적의 판단을 내려야 한다는 점입니다. 두 가지 요소를 모두 생각해야지, 무조건 '신토불이가 좋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는 뜻입니다.

최근 한국형 블록체인, 한국형 스마트시티 등 유독 '한국형'을 강조하는 ICT 프로젝트들이 보입니다. 글로벌 무대를 강타한 ICT 기술을 우리의 상황에 맞춰 적용해 수출까지 노린다는 발상은 그 자체로 칭찬받아야 마땅합니다만, 지나치게 한국형에만 매몰되어 갈라파고스의 저주에만 빠지면 오히려 '진화의 퇴보'라는 계산서만 받아볼 수 있습니다. 글로벌 클라우드 서비스인 AWS도 국내 공공기관이 필요하다면 체화하고, 넷플릭스의 국내 시장 진출도 무조건 막지 말고 어느정도 가슴을 열어야 한다는 뜻입니다.

한국의 아마존이 되겠다는 국내 유통 기업들이 아마존과 한국기업의 단점만 얄밉게 닮아가는 장면을 보면 이해가 빠를겁니다. 무조건 하나에만 우루루 몰려가지 말고, 균형을 찾아 개방과 자체 생태계 강화 모두 냉정하게 타진해야 합니다.

최진홍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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