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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비즈톡톡] 삼성·SK하이닉스, EUV에 천문학적 투자…"승부수 던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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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전자(005930)SK하이닉스(000660)가 최대의 매출처인 D램 분야에서 미래 경쟁력 확보를 위해 천문학적인 투자를 본격화했습니다. D램은 한국 최대의 수출 품목으로 전 세계 시장의 70% 이상을 장악하고 있습니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두 기업은 10나노 초반대 D램 생산 공정에서 차세대 반도체 노광장비인 EUV(극자외선) 노광기에 수조원대의 투자를 단행할 예정입니다. 네덜란드의 반도체 생산장비업체인 ASML이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생산하고 있는 EUV 장비는 1년에 20대 정도만 생산되는 초고가의 첨단 장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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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SML의 EUV 노광장비./ ASML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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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계치 도달한 D램 미세공정…"EUV로 돌파한다"

EUV 노광장비는 반도체 생산 과정의 가장 핵심적인 부분으로 꼽히는 노광 공정을 고도화할 수 있는 장비입니다. 노광 공정이란 빛을 이용해 반도체의 원재료인 웨이퍼에 회로 패턴을 그리는 것을 말합니다. 이 공정이 반도체 칩을 좀 더 작게 만드는 한편 생산성 경쟁력을 결정하는 기술인 셈입니다.

반도체 업체들은 이미 십수년 동안 사용한 기존의 이머전(Immersion, 액침) 불화아르곤(ArF, 193nm) 노광 장비를 개량해 두 번에서 최대 네 번 패터닝을 반복하는 방식으로 미세 공정을 10나노 수준까지 발전시켜왔지만, 이제는 한계에 도달했습니다.

삼성전자, SK하이닉스가 최근 10나노 중반대에서 후반대 미세공정 기술을 사용해 D램을 생산하고 있지만 좀처럼 생산성이 늘지 않는 것도 기존 생산 기술의 한계 때문입니다. D램의 회로를 더 미세하게 그리기 위해 패터닝을 여러번 반복하다보니 공정 스텝이 많아지고 난이도가 증가해 생산성이 점점 떨어지고 있는 것입니다.

이에 삼성전자는 통상 시스템 반도체 생산에 포커스를 맞춰온 EUV 장비를 D램 생산에 적용할 방법을 모색하기 시작했습니다. 반도체업계 관계자는 "일반적으로 생산장비는 시스템 반도체 양산에 먼저 적용한 뒤에 메모리 공정에 적용하는 것이 일반적이지만 현재 ASML과 삼성이 협력해 시스템, 메모리 두 축으로 생산 기술을 개발하고 있다"고 설명했습니다.

SK하이닉스 역시 오는 2020년부터 가동할 예정인 M16 공장에 EUV 생산장비를 투입해 10나노 초반대 D램을 생산하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현재 SK하이닉스는 이천 연구개발 조직을 중심으로 EUV 장비를 D램 생산용으로 개량하기 위한 작업에 착수한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삼성, 하이닉스의 EUV 도입, 리스크도 크다"

미래 시장에서의 패권을 위해 두 기업이 적극적으로 차세대 장비를 도입해 R&D를 진행하는 건 긍정적이지만 EUV 도입에 따른 위험성도 제기됩니다. EUV 장비의 가격이 한 대당 1500억원에 달할 정도로 고가인데다 메모리 생산에는 한번도 사용된 적이 없다는 점도 위험요소로 꼽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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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왼쪽 상단부터 시계방향) 삼성전자, TSMC, 글로벌파운드리(GF), UMC의 반도체 위탁생산 공장 전경. /각사 제공



전 세계에서 이 장비를 생산할 수 있는 기업이 ASML 단 하나 뿐인데 이 기업이 생산할 수 있는 장비 수도 극히 제한적입니다. ASML에 따르면 이 업체는 올해 기준 20대의 EUV 장비를 생산할 수 있으며 내년에는 30대, 2020년에는 40대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습니다.

반면 삼성전자, 인텔, 마이크론, TSMC, 글로벌파운드리(GF) 등 장비 구매를 원하는 기업들은 점점 늘고 있습니다. 특히 이중 삼성전자, TSMC 등은 경쟁적으로 EUV 장비를 확보하기 위해 베팅 경쟁을 벌이고 있습니다. 여기에 SK하이닉스까지 가담하면서 조만간 EUV 장비 '품귀현상'이 빚어질 가능성이 높습니다.

반도체 장비업계 관계자는 "EUV 장비가 D램 생산장비로 확실한 효용성을 보일 수도 있지만 마스크, 소재 등의 문제가 남아있다"며 "장기간 EUV 기술 안정화에 실패할 경우 오히려 천문학적인 규모의 손실을 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고 말했습니다.

황민규 기자(durchman@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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