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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월드리포트] "214만 원 대출금이 1억 8천만 원으로"…中 '캠퍼스 대출사기' 골머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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광둥성 션전시에서 전문학교에 다니는 샤오천은 핸드폰을 사고 싶었습니다. 친구의 친구를 소개받은 샤오천은 6천 위안(99만 원)을 빌렸습니다. "친구의 친구도 내 친구"라는 말에 안심한 샤오천. 마음씨 좋아 보이는 친구가 차용증을 쓰면서 "아무 때나 갚으라"는 말만 들렸지, "5일 주기로 이자율 30%, 연체 시 한 시간에 500위안(8만 2천 원)"이란 무시무시한 말은 흘려들었나 봅니다.

샤오천은 돈을 빌린 뒤 몇 일 후부터 독촉에 시달렸습니다. 돈을 빌려서 갚으라며 대출 회사를 소개받았습니다. 알고 보니 돈을 빌려준 친구는 대출회사 직원이었습니다. 처음부터 의도적으로 샤오천에게 접근한 겁니다. 샤오천이 어쩔 수 없이 돈을 빌린 대출 회사는 더 악착같이 빚더미를 불렸습니다. 샤오천은 "빚이 얼마로 늘었는지 모르겠다"고 하소연할 지경에 이르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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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생 샤오가오도 컴퓨터 구매를 위해 소액대출 회사에서 1만 3천 위안(214만 원)을 빌렸습니다. 그런데 2주만에 이자가 15% 붙어, 갚아야 할 돈이 1만 4천950위안이 됐습니다. 매 2주마다 계속 빚 규모가 15%가 늘어나는 구조였습니다. 이렇게 2년을 보내고 나니, 샤오가오가 갚아야 할 돈은 무려 110만 위안, 우리 돈 1억 8천153만 원이 됐습니다. 2년 만에 갚아야 할 돈이 처음 빌린 돈의 85배가 된 겁니다.

최근 션전시 경찰은 이런 불법 대출 사기 일당 12명을 검거했습니다. 피해자들은 300여 명. 대부분 대학생들이었습니다. 관영 CCTV를 비롯한 중국 언론들은 이 사건을 '캠퍼스 대출' 사건으로 부르며 대대적으로 보도했습니다. 사건담당 경찰은 "대학생들이 대출받을 수 있는 법적 지위는 갖췄지만, 사회 경험과 금융 법률 지식이 부족한 점을 대출 회사들이 노린다"고 설명했습니다. 거기에 '친구 사이'같은 사적인 인연으로 접근하면 경계심을 푸는 점도 취약하다고 덧붙였습니다.

불법 대출 회사들이 대학생들을 거액 대출금으로 엮는 방법은 치밀했습니다. 범행 대상을 선정할 때 본인은 물론 가족 정보까지 심사했습니다. 도시 호적을 갖고 있거나, 가족 조건이 좋은 사람을 고르기 위해서입니다. 대출금이 거액으로 불어나도 다른 지역으로 도망가지 않고, 가족이 대신 갚아줄 여건이 돼야 한다는 얘기죠. 이런 학생들에게 접근할 땐 '친구 사이'같은 사적인 인연을 강조합니다. 충분히 안심을 시킨 뒤 소액 금액으로 한 두 번 거래를 통해 범행 대상 학생을 여러모로 테스트해보는 겁니다.

범행 대상이 정해지면 본격적으로 대출 회사와 연결해 줍니다. 그리고는 터무니없는 계약서를 강제로 체결하게 합니다. 이자율과 연체 비용이 일방적으로 정해진 계약서 말입니다. 돈을 빌려준 다음엔 가혹하게 빚 독촉을 합니다. 돈을 빌린 당사자는 물론 가족에게까지 찾아가 감당하기 어려운 폭력적인 방법으로 처음보다 엄청나게 불어난 돈을 갚으라고 요구합니다. 캠퍼스 대출은 결국 학부모의 주머니를 노린다는 말이 이 때문에 생겨난 말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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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런데 여기서 의문이 들 수밖에 없습니다. 이렇게 과도한 이자율과 연체 비용을 정한 계약서가 법적으로 유효한 걸까요? 중국은 과도한 이자율을 제한하지 않는 건가요? 당연히 중국도 과도한 이자율을 제한하는 법 조항이 있습니다. 중국 민법은 '최고 이자율이 은행 대출 이자율의 4배 이상이면 고리대금'이라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또 '최고인민법원 대출사건 심사 의견'에도 '최고 이자율이 은행 대출 이자율의 4배를 넘으면 초과 부분의 이자를 법적으로 보호하지 않는다'고 규정하고 있습니다. 금리가 우리보다 높은 중국 상황을 감안하면, 사실 은행 대출이자 4배도 매우 높은 이자율입니다.

중국 당국도 캠퍼스 대출에 대한 피해 사례가 급증하고 있어 대학생 대출 사기를 막아보려고 노력하고 있습니다. 만 18살이 넘지 않은 대학생에게는 아예 인터넷 대출 자체를 금지시키고, 대학생이라도 변제 능력이 없는 사람에겐 대출 마케팅 자체를 못 하게 하고 있습니다. 개인이 대출 회사를 설립하는데도 까다로운 제한 조치를 두는 등 거액 대출 사기를 막기 위한 여러 제도를 만들어놓고는 있습니다.

하지만 이런 법률과 당국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캠퍼스 대출 피해 사건은 끊이지 않고 있습니다. 오히려 늘어가고 있는 건 무슨 이유 때문일까요? 사건담당 형사는 캠퍼스 대출 거래 자체가 개인 간 거래이기 때문에 외부로 쉽게 알려지지 않는 점을 첫손에 꼽았습니다. 피해자가 신고하기 전엔 피해 사실을 알기가 어렵다는 얘기입니다. 또 대출 빚이 엄청나게 늘어나고, 그걸 갚으라는 독촉에 무시무시한 폭력이 항상 동반한다는 사실도 지적했습니다. 법과 제도가 있더라도 주먹이 더 빠르고 가깝다는 거죠. 중국이 법치주의를 강조하지만, 사법 수준이라는 건 그리 쉽게 높아지지 않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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