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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월드리포트] 일본 편의점은 19억 매출 중 얼마를 남기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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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 초 도쿄 시내 전시회장인 빅사이트에서 '일본 프랜차이즈 박람회'가 열렸습니다. 일본 중소 자영업자들의 상황을 살펴보기 위해 현장을 찾았습니다. 당시 취재 및 상담 내용, 특히 일본 편의점의 이야기를 해보려고 합니다.

1. 자영업 비율 21.3% vs 5.2%

일본은 자영업자 비율이 매우 낮습니다. 우리나라의 자영업자는 전체 취업자 가운데 21.3%를 차지하는데, 일본은 불과 5.2%에 그치고 있습니다. (한국 2017년 통계청 경제활동인구조사, 일본 2017년 내각부 취업구조 기본조사) 2016년 기준 OECD 통계(self-employed rate)로는 한국 25.5%, 일본 10.6%입니다.

일본의 자영업자 비율이 낮은 이유는 첫 번째가 낮은 실업률입니다. 따박따박 월급이 나오는 회사원 일자리가 넘쳐납니다. 굳히 실패 가능성이 있는 자영업에 도전할 필요가 없습니다. 이어지는 두 번째 이유는 위험 감수를 꺼리는 일본인들의 부족한 기업가 정신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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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 번째로는 일본 자영업자들이 기대만큼 많이 벌지 못합니다. 일본 국세청의 2017년 '사업소득자' 통계를 살펴보면 연간 수익이 평균 410만 6천450엔입니다. 지난해 평균 환율로 계산하면 우리돈 4천140만 원 정도입니다. 그나마 부동산 임대소득이나 농수산업 관련 소득까지 포함한 겁니다. 소상공인들이 집중된 '영업 등 소득'만 살펴보면 연간 389만 7천114엔(3천920만 원)으로 더 떨어집니다. 단순히 통계상의 수치겠지만, 역시 일본 자영업자들이 '큰돈'을 벌고 있다고 말하기는 어렵습니다. 개인 자영업자가 적은 만큼 중소 법인 형태의 사업체가 많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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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도 개인 사업에 도전하는 사람들은 늘 있기 마련입니다. "나만의 사업을 해보겠다. 평균 수익? 난 대박을 터트리겠다!" 프랜차이즈 박람회에선 이런 사람들을 가맹점주로 모시려는 본사들의 경쟁이 치열했습니다.

다양한 사업 아이템 가운데 일본에서도 인기가 높은 것이 바로 편의점입니다. 한국에선 최저임금 논란부터 본사의 갑질 문제까지…자영업의 꽃이라는 편의점이 큰 위기를 맞고 있죠. 일본은 어떨까요?

2. 일본 편의점 "많이 쓰고 많이 벌고"

올 2월 말 기준 일본의 편의점 수는 5만 6173개입니다. (각사 자료 취합) 1위 세븐일레븐 2만 260개, 2위 패밀리마트 1만 7409개, 3위 로손 1만 3693개, 4위 미니스톱 2223개 등의 순입니다. 한국은 지난 3월 말 기준 4만 192개 정도로 파악되고 있습니다. 인구 10만 명당 편의점 수는 한국이 77.6개로 일본 44.4개의 1.7배 이상입니다. 일본도 직영점포 비율은 5% 미만이고 대부분 가맹점주를 모집해 운영하고 있습니다.

일본의 편의점 상황은 경제산업성 '2016년 경제센서스 활동조사'에 좀 더 자세히 나와 있습니다. 사업소(점포) 한 곳당 연간 상품판매 매출액은 평균 1억 7633만 1379엔입니다. 2016년 평균 환율로 18억 8350만 원입니다. 매출액이 높습니다.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우선 점포가 매우 큽니다. 평균 면적이 127.2㎡로 한국 72㎡의 2배에 가깝습니다. 종업원도 많습니다. 점주를 포함해 아르바이트생 등 10명 안팎이 대부분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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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편의점들은 앞서 언급한 일반 소상공인들의 평균 연수익 3920만 원보다 훨씬 많이 버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습니다. 그래도 18억 원이 넘는 매출액을 고려하면 좀 박한 느낌입니다. 이유가 뭘까요?

3. 일본 본사들 "최저 매출 보장합니다."

일본 편의점들은 더 넓은 점포에서 더 많은 종업원을 고용해 더 많은 상품을 팔고 있습니다. 그럼 순수익은 어느 정도일까요? 프랜차이즈 박람회에서 취재 겸 상담을 받아봤습니다. 그런데 그전에 알아둘 것이 있습니다. 일본 편의점 시스템입니다. 일본 편의점들은 각 매장의 상품판매 및 매출액 정보가 계산대 POS 시스템을 통해 모두 본사로 모아집니다. 가맹점주는 POS에 기록된 총매출액을 '전액' 본사로 송금해야 합니다. 본사는 여기서 [상품원가]와 [가맹수수료]를 빼고 '1차 매출수익'을 가맹점주 계좌에 입금합니다.

그런데 일본 편의점 본사들은 이 1차 매출수익을 정액으로 보장해줍니다. 이른바 '최저보증제'입니다. 가맹점 확대 경쟁이 치열하던 1980년대 초에 등장했다고 합니다. 가맹점주는 1차 매출수익에서 인건비, 월세, 전기료, 상품폐기비용 등을 추가로 빼고 나머지를 개인 순이익으로 법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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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래 표는 업계 4위 로손의 가맹점 모집자료 일부를 한글로 번역한 겁니다. 편의점 수익구조를 예시로 들고 있습니다. 가맹 조건은 본사가 직접 토지 건물을 제공해 가맹점주가 월세 등을 낼 필요가 없는 FC-cn타입입니다. 가맹점이 월세 등을 지불하는 FC-bn타입은 이런 시뮬레이션이 없더군요. 이하는 로손 본사의 홍보성 내용이 포함돼 있다는 점을 감안하면서 살펴보시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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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달 총매출액을 1천500만 엔으로 잡았습니다. 하루 1천 명에 객단가 500엔, 24시간 30일 운영 조건입니다. 매출상품의 원가 1천30만 엔을 빼면 총괄이익은 469.5만 엔입니다. (총괄이익률 31.3%) 여기에 본사가 가맹수수료(Lawson Charge)로 251.7만 엔을 가져갑니다.

로손의 가맹수수료 계산법은 좀 복잡합니다. 총괄이익 469.9만 엔에서 [0-300만 엔 구간은 45%=135만 엔][300만-450만 구간에선 70%=105만 엔][450만 엔 이상에선 60%=11.7만 엔]을 뺀다고 합니다. 단순히 계산하면 총괄이익의 53.6%입니다. 업계 1위 세븐 일레븐의 가맹수수료는 총괄이익의 43%입니다.

이렇게 해서 남은 "217.8만 엔"이 바로 1차 매출이익으로 본사가 가맹점주의 통장에 입금해주는 금액입니다. 로손은 이 1차 매출수익을 연간 1860만 엔(1억 9천만 원), 매달 155만 엔(1천580만 원)까지 보장합니다. 예를 들어 실제 1차 매출수익이 100만 엔이 되어도 가맹점주 통장에 155만 엔을 입금해주는 겁니다. 가맹점주가 직접 월세를 내는 경우는 더 많이 보장해주는데, 세븐 일레븐은 연간 보장액이 2천200만 엔(2억 2천400만 원)에 이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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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저보증제는 처음 자영업을 시작하는 초보 경영자에겐 큰 도움이 됩니다. 하지만, 나중에 수익이 늘어 최저보증액 이상 벌었을 경우 본사는 과거 보증해준 부분을 다시 가져갑니다.

4. 최저보장 이후 '생존 투쟁'

로손의 수익 구조표를 다시 보시죠. 가맹점주는 1차 매출수익 217.8만 엔을 통장으로 입금받았습니다. 이제부터 자신의 매장 영업비를 빼야 합니다. 아르바이트생 급여, 통신비, 전기가스비, 떨이판매 손실, 소모품비, 청소비 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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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손은 매장 영업비를 192.9만 엔(1천970만 원)으로 산정했습니다. 굉장히 많죠. 일본 인터넷을 찾아보니 무조건 월 150만 엔 이상이 든다는 글이 많더군요.

이렇게 [1차 매출수익]-[매장영업비]를 하면 24.9만 엔이 남습니다. 그런데, 로손은 매장 순이익을 45.8만 엔으로 제시하고 있습니다. 진짜는 24.9만 엔인데 자신들이 '가맹점 지원체제'를 통해 떨이처분 손실 일부와 매장 전기가스료 일부로 20.9만 엔을 지원해주겠다는 겁니다. 그래서 순이익이 45.8만 엔(468만 원)으로 늘어나는 겁니다. 이런 매장 지원체재는 계약기간 10년간 이어집니다.

자, 로손 본사가 홍보차원에서 내세운 수익 구조, "24시간 편의점을 30일간 운영해 세전 순이익 468만 원을 번다" 어떻게 생각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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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일본 본사의 각종 지원

다른 편의점 체인들도 둘러봤습니다. 로손처럼 구체적인 수익 구조를 예시로 드는 곳은 없었습니다. 대신 본사 차원의 가맹점 지원 제도에 대해선 침이 마르도록 강조했습니다. 제가 한국에서 편의점을 운영해본 적이 없어 직접적인 비교가 어렵지만, 일단 업계 1위 세븐 일레븐에서 들은 것들을 쭉 나열해봅니다.

-개업을 위한 가정이사 시 이사비 일부 지원
-매장 매입이나 임대를 위해 현장 방문 시 교통비 등 지원
-가맹점주나 종업원 상해 시 병문안 위로비 지급
-가맹점 과실로 상품 불량 발생 시에도 원가의 15%는 본사가 부담
-전기가스비 등 80% 본사 부담
-가맹점의 각종 비용 지불 대행 서비스 제공
-점포경영상담원 방문으로 경영자료 제공 및 경영지도
-본사 차원의 상품 개발 및 브랜드 광고

5. 일본 편의점들도 "죽겠다! 죽겠어!"

최저보증제도에 각종 본사 지원제도까지…일본 편의점들 살만한 것 같지만 그렇지 않은 경우도 수두룩합니다. 우선 일본도 우리처럼 점포 간 거리 제한이 없습니다. 점포 경영이 부실하면 본사는 곧바로 바로 옆에 가맹점을 유치합니다. 아래는 주일 한국대사관 주변 편의점 지도입니다. 특히 세븐 일레븐 매장들을 따로 표시했는데요, 점포 간 거리가 200미터 이내입니다. 인근에 패밀리마트, 로손 등 경쟁 매장도 엄청나게 많고 심지어 슈퍼형 약국들(파란색)도 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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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장 근본적인 문제는 편의점 수가 5만 6천 개를 넘어서면서 편의점 한 곳당 하루 내방객 수도 감소하고 있다는 겁니다. 니혼게이자이 신문은 매년 '편의점 조사'를 벌이고 있는데요, 지난 25일 발표한 2018년차 조사에서 매장 한 곳당 하루 내방객 수는 평균 964.9명으로 6년 연속 감소세를 기록했습니다. 내방객 수가 줄어든 이유는 1) 인구감소와 고령화 2) 조밀한 개업으로 좁아진 상권, 여기에 3) 슈퍼형 약국 등 경쟁업종의 급증 등을 꼽을 수 있습니다.

일본 도레이경영연구소는 지난해 8월 보고서에서 "점포 면적 100㎡ 안팎의 일본 편의점은 약 3000명 정도의 상권을 필요로 한다"고 분석했습니다. 이를 일본 인구로 계산해보면 4만 3천여 개가 적정합니다. 같은 계산을 한국에 적용하면 현재 4만 개 이상을 2만 개 이하로 줄여야 합니다.

또 하루 내방객 1인당 구매금액은 519.1엔 정도로 조사가 됐는데요, 내방객 수가 평균 964.9명에 못 미치는 편의점들은 적자까지 걱정해야 합니다. '적자'라고 하면 최저보증액보다 영업비용이 더 많은 경우입니다. 적자는 대부분 인건비와 미판매 상품 폐기 비용 때문에 발생합니다. 일본에선 건물주가 세입자의 동의 없이는 마음대로 월세를 올릴 수 없기 때문에 편의점들은 월세를 고정비용으로 생각하고 상대적으로 큰 부담을 느끼지 않습니다. 인건비와 상품폐기 비용 등은 매달 매년 계속 늘어나는 것이 눈에 보이는 겁니다.

일본 가맹점주들이 힘들어하는 또 다른 이유는 편의점이 담당하는 업무가 너무 많다는 겁니다. 일본 편의점들은 보통 3천여 개 상품을 판매하고 갖가지 서비스를 제공합니다. 일부를 소개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즉석 음식 조리 판매
-신선 채소 생선 꽃 등 판매(관리 필요)
-노인용품 판매
-의약품 판매
-공연 등 각종 티켓 판매
-방문 판매요청 접수
-택배 및 택배보관 서비스
-온라인 주문판매
-출장 판매
-은행ATM 및 보험상담 서비스
-공과금 납부대행
-보이스피싱 예방 캠페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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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편의점들이 연평균 18억8천여만 원의 매출을 올리는 것도 이렇게 수많은 상품과 서비스를 제공하고 있기 때문입니다. 가맹점주 입장에선 그만큼 매장 내 각종 설비가 들어와야 하고 이 설비들을 도입-운영-관리하는데 비용이 듭니다. 물론 충분한 내방객을 확보한다면 문제가 없겠죠. 하지만, 장사가 안 되면 너무나도 고통스러운 경영이 시작되는 겁니다. 상품 수가 3천여 개로 지나치게 많아 안 팔리는 상품들도 끊임없이 나옵니다.

그래서 일본 인터넷에는 폐점 위기에 몰린 편의점주들의 글이 적지 않게 올라옵니다. 일부 소개를 하면 아래와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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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동생 남편이 편의점 오너가 됐습니다만, 휴식없이 매일 장시간 노동하는 여동생과 매일 대량으로 나오는 폐기 상품들을 보면서 의문이 생기고 있습니다. 돈도 벌지 못하면서도 그만 둘 수는 없고, 매일 암울하게 일할 수밖에 없는 상황입니다. 편의점 오너는 정말 추천할 수 없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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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말 편의점주는 힘듭니다. 현재 점주를하고 있는데, 본사의 제안이 거의 불합리한 것들뿐이라서 매일매일 속앓이입니다. 여기 본사는 가맹점주 이익을 50% 정도라고 하지만, 실제론 총괄이익률이 30% 수준입니다. 여기에서 가맹수수료로 3분의2를 가져갑니다. 그리고 남은 3분의1에서 종업원 급여, 폐기상품 원가, 소모품 등등을 뺍니다. 실제로 손에 남은 것은 참새의 눈물 수준입니다. 여기에 다시 세금도 내야 하고 개인 건강보험에 연금, 노인보험 등 국가에 내는 것도 있으니 생활비는 나오지 않는 상황입니다."

장사가 어려운 일부 편의점주들 이야기입니다. 하지만, 일본 편의점 경영도 만만치 않다는 것은 분명합니다.

최근 국내 최저임금 인상을 둘러싸고 편의점 이야기가 많이 나오고 있습니다. 한일 편의점 비교 기사도 쏟아지고 있고요, 그런데 일부 기사를 읽어보면 마치 일본 편의점 업계에 정답이 있는 것처럼 설명하더군요. 그래서 그동안 취재하고 모아뒀던 자료들을 정리해서 소개해봤습니다.

개인적으론 부모님께서 작은 수퍼를 운영한 적이 있어 소상공인들의 어려움을 조금은 안다고 생각합니다. 일본의 좋은 점은 가져와야 하겠지만, '묻지마 카피'는 곤란합니다. 최저임금 논란을 계기로 전문가 분들이 우리 실정에 맞는 소상공인 지원 시스템을 마련해주시길 기대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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