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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과학을읽다]'이코노미클래스 증후군', 비행기 내리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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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이코노미클래스 증후군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는 기내에서 많이 움직이는 것이 좋습니다.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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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종화 기자]휴가철 여행은 언제나 설레지만 '이코노미클래스 증후군(Economy Class Syndrome)' 때문에 휴가를 먼 곳으로 가지 못하는 분들도 적지 않습니다. 비행기 안의 좁은 좌석에 장시간 앉아 있으면 다리가 저리거나 붓고, 심지어 가슴이 답답해지면서 호흡이 곤란한 증상까지 나타나는 질환이 '이코노미클래스증후군'입니다.

이코노미클래스증후군을 심하게 앓는 사람은 좁은 좌석에 앉는 순간 증세가 시작됩니다. 마음이 먼저 불편해집니다. 좌석 간격이 좁아 어깨와 다리를 구부린 채 꼼짝도 못하고 열시간 이상을 앉아 있어야 한다고 생각하면 답답함이 몰려옵니다. 그러다 시간이 지나면 다리가 붓고 저리기 시작하고, 심할 경우 호흡곤란으로 사망에 이르기도 합니다.

일등석이나 비즈니스 석과 달리 운신의 폭이 협소한 이코노미클래스 석에 앉은 승객들에게서 나타나는 증상이어서 붙여진 이름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일등석과 비즈니스석 승객들이 이 질환에 걸리지 않는 것은 아닙니다. 회사에서 같은 자세로 오래 앉아 있거나 오랜 시간 의자에 앉아 회의를 한 사람도 걸릴 수 있는 병입니다.

병명이 '심부정맥 혈전증'인 것에서 알 수 있듯이 혈액이 굳는 '혈전'이 핵심인 병입니다. 장시간 의자에 앉아 있으면 자연스레 골반의 정맥이 눌리는데 다리까지 못움직이면서 심장으로 가지 못한 일부 혈액이 정체되고 점도가 높아지면서 혈액이 굳어 뭉쳐 혈전이 만들어집니다.

비행기 내부는 건조해 습도가 5~15%정도에 불과하고, 기압과 산소의 농도도 지상의 80% 수준입니다. 이 때문에 6시간 이상 앉아서 비행할 경우 피의 흐름이 둔해집니다. 각종 연구결과에 따르면 90분 동안 앉아있으면 무릎 뒤의 혈류가 반으로 줄고, 혈전 생성 위험은 2배로 증가하며, 비행시간이 두 시간 길어질 때마다 혈액 응고 위험은 26%씩 높아진다고 합니다.

다리에만 혈전이 생기면 다행이지만 호흡곤란이나 가슴 통증, 정맥성 고혈압이나 궤양 등의 증세를 보이면 심각해집니다. 특히 혈전의 위치가 다리가 아닌 폐동맥 등 심장 가까운 부위에 발생하면 폐색전증이 일어나는 등 사망 위험까지 내몰리게 됩니다.

이코노미클래스증후군으로 매년 10만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전해졌습니다. 매년 200만명 정도가 이 질환을 앓는데 그 중 60만명이 폐색전증으로 발전하고, 그 중 10만명 정도가 합병증으로 사망한다고 합니다. 이들 대부분이 다리에서 발생한 심부정맥 혈전증이 원인인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결코 가볍게 여길 질환이 아닌 것이지요.

심부정맥 혈전증은 다리가 붓거나 숨이 막히는 증상이 나타났을 때 초음파나 혈액검사로 쉽게 진단할 수 있고, 항응고제를 투여하는 등의 방법으로 간단하게 치료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진단과 치료가 늦어져 사망하거나 치료하더라도 정맥이 손상돼 평생 다리가 붓고 불편한 '정맥염후 증후군' 등의 합병증에 시달리는 사람이 의외로 많습니다.

보통 다리가 부으면 하루이틀 붓기가 가라앉는지 여부를 확인한 뒤에 병원에 가는 경우가 많습니다. 치료가 늦어져 사망자가 많은 이유를 여기서 찾을 수 있습니다. 장시간 비행으로 생긴 혈전은 비행이 끝났다고 해서 풀리지 않습니다. 이렇게 생긴 혈전은 8주 정도 몸안 여러 곳을 돌아다니기 때문에 문제가 되는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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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데터로 혈관 속의 혈전을 제거하고 있는 모습. [사진=유튜브 화면캡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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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칠게 표현하자면, 비행기에서 만들어진 혈전이 비행기에서 내린 뒤 몸 속에 폭탄이 돼 돌아다니는 것과 같은 경우입니다. 증상이 의심되면 병원에 들러 진료를 받는 것이 현명합니다. 특히 관련 병력이 있는데 비슷한 증상이 나타나면 비행기에서 내리는 즉시 병원을 찾는 것이 좋습니다.

이코노미클래스증후군에 걸리지 않기 위해서는 한 시간에 한 번 정도 일어나 통로를 걷거나 다리를 주물러 줍니다. 또 앉아있을 때는 발뒤꿈치를 들었다 내렸다 하면서 발목을 움직여 종아리 근육을 자극하면 정체된 혈류를 풀어줄 수 있습니다. 정맥류 치료를 받았던 환자라면 의료용 압박스타킹을 신으면 큰 도움이 됩니다.

비행기를 탈 때 약간 헐렁한 옷을 입고, 물은 자주 충분히 마십니다. 커피나 술 등을 많이 마시면 탈수로 인해 혈전 발생 가능성을 높이게 됩니다. 비행시간 내내 길게 자겠다는 의지로 수면제를 복용하는 것은 위험합니다. 너무 움직이지 않아 혈전 발생을 돕게되는 꼴이 됩니다.

항공사에서 승객에게 이코노미클래스증후군의 심각성을 알리고 기내에서 응급 상황에 대처할 수 있는 시스템이 마련돼 있는 것이 정상지만 현실은 그렇지 못합니다. 스스로 건강을 지켜야 하는 것이지요. 물 많이 마시고, 많이 움직이는 것. 어렵지 않고 간단한 것이지만, 많은 사람이 자신의 건강을 위한 것임에도 지키지 않는 것 중 하나입니다.

김종화 기자 justin@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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