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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4 (금)

[문화재의 향기] '왕건의 스승' 희랑대사 좌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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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경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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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삼국 통일에 애쓰던 왕건은 경북 고령의 미숭산에서 백제의 왕손 월광 왕자와 맞서게 됐다. 왕건의 위기를 전해 들은 경남 합천 해인사의 희랑대사가 단숨에 달려가 도왔다. 고려 건국 당시 해인사 승려들은 견훤을 지지하는 남악파와 왕건을 지지하는 북악파로 나뉘어 있었는데 희랑대사는 북악파의 종주이자 왕건의 정신적 스승이었다. 희랑대사가 가부좌한 모양새의 나무 조각상은 지난 1989년 보물 제999호로 지정돼 그가 주지였던 해인사에 모셔져 있다. 나무에 조각을 한 다음 얇은 베를 옷처럼 입힌 후 채색하는 건칠 기법으로 만들어졌다. 제작 연대는 고려 초인 930년 이전으로 추정된다. 실제 인물의 초상 조각인 진영상(眞影像)의 정수를 보여주는 작품이다. 우리나라에 현존하는 유일한 목조 진영상이자 가장 이른 시기의 목조 불교 조각이다. 얼굴은 길고 이마에는 주름이 파였다. 자비로운 눈매, 우뚝 선 콧날, 잔잔한 입가의 미소는 노스님의 인자한 성품을 드러낸다. 여윈 몸에는 흰 바탕에 붉은색과 녹색 점이 있는 장삼을 입고 그 위에 붉은 바탕에 녹색 띠가 있는 가사를 걸치고 있다. 그 아래로 금색이 드러나 더 화려했던 옛 모습을 짐작하게 한다. 오는 25일은 고려 건국 1,100주년 기념일이다. 국립중앙박물관은 12월 ‘대고려’ 특별전을 준비하고 있으며 그때 이 유물도 바깥나들이를 할 예정이다.
/조상인기자 ccsi@sedaily.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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