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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WiFi카페] 인공지능이 만든 음악, 저작권은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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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65일·24시간 곡을 만들 수 있는 '음악계 알파고'가 출연한다면…

[이데일리 김유성 기자] 지난 16일 구글캠퍼스서울에서는 한국콘텐츠진흥원 주최로 흥미있는 행사가 열렸습니다. 이름하여 ‘음악, 인공지능을 켜다 그 후’였습니다. 이날 행사에는 실제 음악을 작곡하고 연주하는 인공지능을 연구·개발하는 관련 스타트업이 나왔습니다. 그간의 성과와 연주 실황 영상을 기자들에 보여줬습니다.

연주 실황은 이렇습니다. 무대에는 배우 한 사람이 있습니다. 이 사람은 주변 도구를 갖고 여러 소리를 냅니다. 두드리는 소리가 있을 수 있고 물 흐르는 소리도 가능합니다. 그 소리를 인공지능이 바로 음악으로 바꿔 연주해주는 형태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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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작곡이라는 작업 과정이 사람과는 같을 수 없습니다. 다만 인간 작곡가도 자신이 살아온 생애 동안 수많은 곡을 접하고, 공부하면서 나름의 작곡 패턴을 만들어가는 것처럼 기계도 수없이 많은 곡을 학습해 새로운 곡을 만들어냈습니다. 이세돌 9단을 이겼고, 이젠 인간계를 뛰어넘은 알파고가 수없는 기보를 학습한 원리와 비슷한 것이지요.

사실 인공지능이 음악을 만들어내는 것은 새로운 게 아닙니다. 외국은 물론 한국에서도 이런 서비스가 있습니다. 일부는 상용화돼 쓸 수 있는 서비스도 있습니다. 쿨잼컴퍼니의 ‘험온’은 직접 사람의 목소리에서 음계와 박자를 따 작곡을 합니다. 힙합, 셔플, 정통클래식 등의 장르로 편곡까지 해줍니다. 아기 옹알이처럼 음계로 표현하기 쉽지 않은 소리도 음악으로 만들어냅니다.


<실제 아기 옹알이로 음악 한 곡이 만들어지는 과정>

그렇다면 인공지능이 만들어낸 음악의 저작권은 누구의 소유일까요? 국내 최대 배경음악 라이브러리업체 ‘모두컴’의 박승범 이사는 “저작권은 인격을 가진 인간에만 해당되는 것”이라고 말했습니다. 인공지능이 인간과 같은 반열에 오르기 전까지는 그 어떤 창작물도 저작권을 주장하기 힘들다는 얘기지요.

16일 행사 현장에서도 비슷한 반응이었습니다. 좀더 정확히는 ‘딱히 정해진 게 없다’였습니다. 콘텐츠진흥원 관계자는 “지난해 행사 때 변호사분들도 많이 왔다”면서 “AI가 만든 저작물에 대해서는 어떻게 규정할지 논의중에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국은 어떨까요? 미국도 인공지능이 만든 저작물에 대한 논란은 있습니다. 국낸 저작권 학계 전문가 김인철 상명대 교수는 “미국은 전반적으로 (AI의 저작권을 인정해서는) 안된다는 게 중론”이라면서도 “언젠가는 줄 필요가 있다라는 의견도 있다”고 말했습니다. 미국도 인격을 가진 인간에게만 저작권 소유가 인정된다는 얘기입니다.

허나 언젠가는 인공지능이 만든 음악이 수익을 내는 날이 올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 수익은 어떻게 나눠야 할까요? 해당 인공지능을 만든 제작사가 있을 수 있고 관련 개발자가 가능합니다. 인공지능을 이용해 실제 음악을 만든 이용자가 있을 수 있습니다.

한가지 힌트는 있을 수 있습니다. 앞서 언급한 ‘험온’입니다. 최병익 쿨잼컴퍼니 대표는 지난해 인터뷰에서 저작권 수익을 이용자와 나누는 방안을 언급했습니다. 확정된 것은 아니지만 ‘그럴 수도 있다’라는 것이지요.

예컨대 이런 식입니다. 아기 옹알이 소리를 인공지능에 입력해 음악을 만든 사람이 해당 음악에 대한 ‘소유권’을 갖되 쿨잼컴퍼니랑 일부를 나눠갖는 형태입니다. 만약 그 사람이 이를 앨범으로 만들어 팔거나 영화나 드라마 사운드트랙으로 팔았을 때 생긴 수익을 나눠 갖는 것이지요. 어디까지나 가정입니다만.

또다른 형태로는 편곡자가 가져가는 것입니다. 인공지능이 작곡을 한 곡을 인간 작곡가가 편곡하는 것이지요. 이렇게 되면 그 곡은 온전히 편곡자의 곡이 될 수도 있습니다. 물론 인공지능 제작사와 협의가 필요할 듯 합니다.

이것도 어디까지나 가정일 뿐입니다. 최병익 쿨잼컴퍼니 대표는 “아직은 AI가 저작권을 주장할 수 있는지 몰라서 사용자가 출처만 사용해도 상업적으로 사용해도 좋다고 허락하고 있다”고 말했습니다. 아직은 논의가 필요하다는 얘기지요.

만약 인공지능에 저작권을 인정한다거나 혹은 최소한 그와 관련된 이들에게 소유권을 인정한다면 어떻게 될까요? 박승범 이사는 “업계에 큰 혼란이 있을 것”이라고 말했고 김인철 교수는 “인간이 만드는 음악 시장은 존재하지 않을 수도 있다”고 예상했습니다. 365일 24시간 음악을 생산하는 데다가 날이 갈 수록 고도화되기 때문이지요. 이미 인간계를 뛰어넘어 바둑의 신에 접근한 알파고처럼 말이죠.

그러나 알파고처럼 인공지능이 음악의 신으로 가기에는 아직 시간이 더 걸릴 것 같습니다. 알파고가 수많은 기보를 보고 학습한 것처럼 인공지능도 양질의 음악 악보가 필요합니다. 저작권이 풀린 고전 음악이라면 모를까 현대 음악은 ‘저작권’이란 거대한 산이 있습니다.

저작권 권리가 전세계적으로 강한 미국에서도 음악 작곡 인공지능 스타트업들은 자신들이 어디서 데이터를 구해왔는지 밝히지 않고 있다고 합니다. 합법적인 툴 안에서는 그만큼 음악 인공지능 학습이 어렵다는 얘기지요.

이를 반영하는 예가 하나 있습니다. 인공지능이 영화를 제작하는 대회가 열렸다고 합니다. 다만 영화의 재료가 되는 영상은 저작권에서 자유로운 1930년대 이전 영상이었다고 합니다. 제아무리 인공지능이라고 해도 영화 스토리와 내용은 진부할 수 밖에 없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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