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집 교사 휴게시간 의무화로 8시간 근무 중 1시간은 쉬어야
보조교사 대체땐 전문성 떨어지고 교사 한명이 더많은 아이 돌보게돼
어린이집에서는 점심시간 이후 아이 나이에 따라 하루 1~3시간씩 낮잠을 재운다. 문제는 낮잠 시간대 보육교사의 주의 부족으로 인한 영·유아 안전사고가 반복되고 있다는 점이다. 화곡동 어린이집 사건의 경우 생후 11개월 된 아이가 낮잠을 안 자자 보육교사 김모(여·59)씨가 이불을 덮고 몸으로 눌렀다. 이 아이는 낮잠 시간이 끝나 다른 보육교사가 깨우러 갈 때까지 3시간 동안 방치돼 있다 숨진 채 발견됐다. 지난 2011년 서울 관악구의 한 어린이집에서는 20개월 된 아이가 낮잠 시간에 혼자 놀다 베란다 문틈에 손가락이 끼어 절단됐다. 2014년 경기 하남시의 한 어린이집에서는 낮잠을 자던 8개월 여아가 엎드려 숨진 채 발견됐다. 교사들은 아이들을 재워놓고 쌓인 행정 업무를 처리할 때가 잦다.
서울 성동구의 한 어린이집에서 보육교사가 낮잠 시간에 깨어 있는 아이를 돌보고 있다. 보육교사에게 의무 휴식 시간을 보장하는 법이 7월부터 시행되자 정부는 낮잠 시간을 교사 휴식시간으로 활용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고운호 기자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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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보건복지부는 전국 어린이집에 '낮잠 시간이나 특별 활동 시간을 활용해 보육교사 휴식 시간을 보장하라'는 지침을 내렸다. 개정된 근로기준법에 따라 지난 1일부터 하루 8시간 일하는 보육교사에게 근무 중 한 시간 휴식 시간을 줘야 하기 때문이다. 이를 위반한 어린이집 원장은 2년 이하 징역이나 2000만원 이하 벌금을 받게 된다.
정부는 보육교사 휴식 시간을 보장하기 위한 경우 교사 한 사람이 맡을 수 있는 아동 수를 법정 기준보다 2배까지 허용하기로 했다. 예를 들어 보육교사 한 명이 맡을 수 있는 법정 학생 수(만 4세 이상)는 20명이지만 다른 교사가 쉬는 낮잠 시간 등에는 40명까지 맡을 수 있다. 정부는 시간제 보조교사 6000명을 증원한다고 했지만 어린이집들은 "탁상공론"이라고 했다. 올해 전국 어린이집 보조교사는 3만593명으로 보육교사(19만명)의 공백을 채우기엔 부족하다는 것이다. 서울민간어린이집연합회 임진혁 실장은 "정부가 임금 일부를 지원한다고 하지만 4대 보험료 등 비용 부담이 커 어린이집에선 보조교사 추가 고용을 꺼리는 분위기"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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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부모들은 급하게 충원되는 시간제 보조교사의 질(質)을 우려한다. 그동안 보조 업무만 담당했던 이들이 보육교사를 대신해 낮잠 시간에 아동 관리를 맡을 가능성이 크다. 학부모 김은하(30)씨는 "상대적으로 경험이 적고, 아이와 애착 관계가 덜 형성된 보조교사를 믿을 수 있을지 솔직히 걱정된다"고 했다.
어린이집은 보조교사 채용을 꺼리고 학부모들은 보조교사에 대해 불안해하면서 일부 보육교사들은 휴식 시간인 낮잠 시간에도 일하고 있다. 경기도 의정부의 한 어린이집 보육교사 김모(33)씨는 "안전사고가 발생하면 궁극적으로 담임인 내가 책임을 질 수밖에 없다"며 "법 개정 전과 마찬가지로 잠든 아이들 옆에서 보육일지를 작성하거나 순찰을 다닌다"고 했다. 복지부 관계자는 "현장의 문제점을 이른 시일 내 보완할 것"이라고 말했다.
[김은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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