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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택배 분류작업'이 뭐길래…노사 갈등 해결 실마리 '감감무소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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택배 분류작업, 노사간 견해차 첨예…노조 "무임금 노동"

사측 "건당 수수료에 이미 포함, 암묵적 합의 있어"

뉴스1

CJ대한통운 (협)전국택배대리점연합 소속 택배기사들이 16일 정부세종청사 고용노동부 앞에서 집회를 갖고 고용부에 택배연대노조의 배송방해 행위를 중단 시킬 것을 촉구하고 있다. © News1 장수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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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뉴스1) 곽선미 기자 = 전국택배연대노동조합과 CJ대한통운 및 지역 대리점이 '택배 분류작업'에 대한 대가 지급 여부를 놓고 첨예한 갈등을 벌이고 있다. 영남권 일부 지역에서 촉발된 이른바 택배 대란이 '분류작업 대가'로 불똥이 튀면서 양측의 갈등이 해결의 실마리를 찾지 못하고 있다. 시간이 지날수록 상황이 더 꼬여가는 모양새다.

이틀째 파업을 벌이고 있는 노조는 '일정 조건을 받아들이면 20일부터 업무에 정상 복귀하겠다'는 입장을 냈지만 사측은 받아들일 수 없다는 강경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이번 사태가 장기 국면으로 접어들 조짐이다.

◇논란의 核 '택배 분류작업'이란?

택배연대노조 소속의 영남권 택배 노조가 택배 분류작업의 개선을 요구하며 지난달 30일 '경고 파업'을 벌이면서 택배 분류작업 논란이 촉발됐다. 당시 CJ대한통운 및 대리점은 경남 창원·김해, 경북 경주, 울산 등 4개 지역에서 노조원이 맡고 있는 구역에 회사 소속 직영 기사 등을 투입해 대체배송을 실시했고 노조의 불만은 최고조에 달했다.

더욱이 택배노조 측은 하루만에 업무에 복귀했음에도 회사 측이 노조원의 물량에 별표(★) 등의 기호를 표시해 일명 '물량 빼돌리기'를 시도하며 노조를 탄압하고 있다고 주장한다. 택배연대노조가 지난 18일부터 전면 파업에 돌입한 배경이다.

택배 분류작업는 허브터미널(메인 거점)에서 서브 터미널(지역별 거점)으로 옮겨진 택배를 다시 세부 지역별로 구분해 차량에 싣는 작업을 뜻한다. 노사는 마지막 단계의 '분류 작업'에 대해 어디까지 서로 부담해야 할 영역인지를 두고 대립하고 있다.

노조를 비롯한 택배기사들은 마지막 단계의 택배 분류작업이 배송을 위한 전단계이자 '별도 노동'이라고 보는 반면, 지역 대리점주와 사측은 택배 배송업에 포함된 '인수 과정'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즉, 택배기사들은 자신의 주 업무가 아니라는 주장이지만 사측은 택배기사의 직무에 포함된다고 맞서고 있는 것이다.

택배 분류작업은 그동안 택배기사의 업무라는 '암묵적 합의'가 있었으나 최근의 논란은 이 합의가 과연 유효했는지 되묻는 차원이다. 과거 평균 2~3시간 걸리던 택배 분류작업이 최근 물류량 급증으로 7시간씩 걸리면서 업무가 과중해지고 있어서다. 실제 한국통합물류협회에 따르면 택배물량은 2000년 2억269개에서 2016년 20억4701개로 폭발적으로 증가했다. 택배연대노조는 '법적 분쟁' 카드를 빼들며 '무임금 택배 분류작업' 논의를 새롭게 정의할 것이라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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휠소터 앞에서 택배기사들이 자신이 받을 택배를 기다리고 있다. (사진제공=CJ대한통운) © News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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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파업 푼다지만…'정상 배송' 이견 여전, 장기화 우려

양측의 입장이 이처럼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지만 어느 한쪽 손을 들어주기 애매한 구조다.

사측은 택배기사들이 휠소터(자동분류장치) 벨트를 따라 흘러오는 화물을 보고 있다가 담당 지역 물건을 가져가 차량에 싣는 과정이기에 택배기사들이 '본인을 위해서 하는 업무'라는 입장이다.

과거 법원의 판단도 이를 뒷받침한다. 2011년 대법원은 "화물분류작업을 진행하는 것에 대해 묵시적 합의가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며 "CJ CLS(현 CJ대한통운)가 화물분류작업에 관련한 노무비 상당의 이득을 법률상 원인없이 취득했다고 볼 수 없다"고 판단했다. 지난해 광주지방법원도 분류작업에 대해 "묵시적 합의가 있었던 것으로 본다"는 내용의 판결을 내린 바 있다.

또 CJ대한통운과 대리점주들은 택배기사에 지급하는 건당 수수료에 이미 분류 작업에 대한 대가가 포함돼 있다는 입장이기도 하다.

그러나 일부에서 택배 분류작업을 별도로 맡는 '분류 도우미'를 쓰고 있고 분류가 전보다 크게 늘었다는 점에서 노조의 주장에도 일리가 있다는 해석을 내놓고 있다. 사태 장기화가 예상되는 까닭이다.

이와 관련 노조는 일단 김종훈 민중당 의원과 차동호 CJ대한통운 부사장이 지난 19일 만나 '중재안'을 냈기 때문에 20일부터 파업을 풀고 업무에 복귀한다는 입장문을 냈다.

하지만 대리점주들을 대표하는 전국택배대리점연합회 측은 "노사가 '중재안'에 합의한 바 없는 것으로 전해졌으며 조건부 파업 철회로 파악됐다. 조건이 성립하지 않으면 파업도 사실상 철회하지 않겠다는 것"이라며 "분류업무를 포함하는 정상배송에 대해 양측의 이견이 여전하기 때문에 정상 업무복귀가 이루어질지 불투명하다"고 밝혔다.

CJ대한통운 관계자도 "아직 정상배송 영역에 대해 노사가 이견을 좁히지 못한 것으로 안다"며 "이 문제는 장기국면으로 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gsm@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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