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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르포]편의점 휴가족…술잔치에 고성방가 민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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열대야 이기려는 '올빼미족' 편의점에 술상 차려

아시아경제

19일 밤 찾은 경기 부천시의 한 편의점 야외 테이블 위에 술병 등 쓰레기가 널브러져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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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시아경제 김민영 기자]19일 밤 11시 5분께 경기 부천시의 한 편의점에 더위에 지친 기색이 역력한 노신사가 들어섰다. 그는 막걸리 한 병과 게맛살을 구입해 야외 테이블에 자리 잡고 술상을 폈다. 막걸리를 종이컵에 따라 벌컥벌컥 마시자 더위가 조금 가시는 듯 생기가 돌기 시작했다. 노신사는 연거푸 잔을 들이켜더니 한 통을 다 비운 뒤에야 자리를 떴다.

열대야가 기승을 부리는 여름 밤 잠을 이루지 못하는 올빼미족(族)들이 집 앞 편의점에서 자리를 펴고 있다. 야심한 시각 술 한 잔 생각난 시민들이 술집 대신 편의점을 찾아 가볍게 한 잔 하며 더위를 이겨내고 있는 것이다. 이날 오후 9시께부터 자정께까지 아시아경제가 서울 강서구ㆍ양천구와 경기 부천시의 주택가에 있는 편의점을 둘러보니 야외 파라솔 테이블에서 캔맥주 등 음주를 즐기는 모습을 쉽게 목격할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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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제는 아파트, 빌라 등 주택가 바로 앞에 있는 편의점까지 테이블을 설치하면서 잠을 청하려는 주민들이 소음 피해를 겪을 수 있다는 점이다. 각 자치단체 관계자들에 따르면 ‘편의점에서 늦은 밤까지 술을 마셔 시끄럽다’는 소음 민원 등이 꾸준히 접수되고 있다.

서울 양천구의 한 주택가만 해도 주변 편의점 5곳 중 4곳에 야외 테이블이 설치돼 있었다. 오후 10시 30분께 찾은 신월동의 한 편의점 야외 테이블은 방금 전 술자리가 끝난 것처럼 지저분했다. 막걸리병, 맥주캔 등 술병과 먹다 남은 안주가 2개의 테이블 위에 널브러져 있었다. 바닥엔 담배꽁초도 여러 개비 떨어져 있었다. 이 편의점 바로 앞엔 6층짜리 신축 빌라가 있었다.

앞서 오후 9시께 찾은 경기 부천시의 또 다른 편의점에서도 젊은 남성 2명이 편의점 테이블에서 맥주를 들이켜고 있었다. 이 편의점은 아파트 단지 한가운데 있어 목소리를 높이면 저층에 있는 집에 고스란히 소리가 전달될 듯 했다. 이 남성들도 오후 10시께 편의점 테이블을 치우지 않고 유유히 자리를 떴다. 이렇게 남겨진 쓰레기는 모두 아르바이트생의 몫이다. 한 편의점 아르바이트생은 “수시로 청소를 해야한다”며 “야간에는 카운터를 지키는 것도 만만찮은데 청소까지 해야 해 일이 2~3배 늘어난다”고 고충을 털어놓았다.

현행법상 편의점들의 길거리 테이블은 엄연히 불법이다. 도로교통법상 통행을 방해하는 장애물이다. 지자체 허가 없이 무단으로 인도와 차도에 테이블을 설치하면 점주에게 1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만원 이하의 벌금이 부과될 수 있다.

하지만 단속은 쉽지 않다. 서울시 관계자는 “술을 사서 테이블에 앉아 마시는 것 자체는 불법이 아니다”며 “도로까지 침범한 테이블을 단속원이 가서 단속하는데 그때 잠시 치우고 곧바로 다시 설치한다”고 했다. 이런 점 때문에 일부 편의점은 오후 11시까지만 테이블을 내놓는 절충안도 쓰고 있다. 한 편의점 점주는 “바로 앞 아파트 단지에 사는 주민이 소음 피해를 호소했었다”며 “매출에는 조금 도움이 되지만 주민들 불편을 최소화하기 위해 11시까지만 테이블을 운영한다”고 했다.

김민영 기자 mykim@asiae.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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