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전날개·구동축 사이에 끼는 댐퍼
한국항공우주산업 정비진이 교체
날개 잡아주는 슬리브 불량일 수도
중간이 칼로 잘린 듯 부러진 채 발견
정부 소식통은 “사고 전날 점검 결과 기체의 메인 로터 블레이드(회전날개)에서 댐퍼가 많이 닳은 것을 발견했다. 그래서 정비진이 새것으로 바꾼 뒤 진동 상태를 확인하기 위해 시험비행에 나서다 사고를 당했다”고 말했다. 댐퍼는 회전날개와 구동축(날개를 돌리는 축·로터 마스트) 사이에 끼는 부품으로 충격을 완화해 진동을 줄여 주는 역할을 한다.
지난 17일 추락한 해병대 마린온 회전날개에서 떨어진 날개는 구동축과 연결되는 슬리브(동그라미)가 칼로 잘린 듯 부러져 있다.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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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병대와 육·해·공군으로 이뤄진 마린온 추락사고 조사위원회(조사위)는 이날 사고 기체 잔해에서 수거한 블랙박스의 정밀 분석에 들어갔다. 조사위는 댐퍼 교체와 추락사고의 상관관계를 밝히는 데 주력할 방침이다.
조사위가 파악한 추락 원인은 헬기의 회전날개 1개가 떨어져 나간 뒤 회전력이 한 곳에 쏠려 구동축까지 부러진 것이다. 조사위는 회전날개를 잡고 있는 슬리브에 문제가 있을 가능성도 조사하고 있다. 슬리브도 구동축과 회전날개를 연결하는 부품이다. 슬리브는 사고 현장에서 마치 칼로 자른 듯 중간이 똑 부러진 상태로 발견됐다. 이 때문에 사고 기체의 슬리브가 이미 균열이 생긴 불량품이 아니냐는 주장이 나왔다.
방산업계 관계자는 “슬리브는 큰 충격에도 견디도록 스테인리스강으로 만든 부품이라 어지간해선 금이 가기 힘들다”면서도 “만약 정비 과정에서 금을 사전에 발견하지 못했다면 정비를 허술하게 했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헬기 본체에서 떨어져 나간 회전날개. [뉴스1]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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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재인 대통령은 이날 심승섭 신임 해군참모총장으로부터 진급·보직 신고를 받으면서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고 원인을 제대로, 그리고 신속하게 규명하는 것”이라며 “앞으로 유사한 사고가 발생하지 않도록 근본 대책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고 김의겸 청와대 대변인이 전했다.
◆"수리온 성능 최고” 김의겸 발언 논란=야당은 김 대변인의 전날 논평에 대해 비판했다. 그는 지난 18일 “수리온이 결함이 있던 헬기라고 해서 마치 수리온에 문제가 있는 것처럼 비칠 가능성이 있지만, 실제 감사원이 지적했던 결빙 문제는 완벽하게 개량됐다”며 “현재 우리 수리온의 성능과 기량은 세계 최고 수준”이라고 말했다.
이에 대해 하태경 바른미래당 의원은 19일 “청와대 대변인 논평을 보니 마린온 헬기 사고 원인(에 대해) 청와대는 이미 기체 결함은 없는 걸로 결론내 놓은 것 같다”며 “조사위가 조사도 하기 전에 결론을 미리 내준 청와대 대변인에 대해 엄중 문책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마린온 추락사고 유족들도 사고 원인 규명과 책임자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으면 장례식을 치를 수 없다고 밝혔다.
이철재·이근평 기자 seajay@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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