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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Tech & BIZ] 불량식품 막고 차량 안전 거래… 실생활로 들어온 블록체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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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10일(현지 시각) 미국의 금융소프트웨어 스타트업(창업 초기 벤처)인 R3는 금융 블록체인 소프트웨어 '코르다(corda)'의 최신 버전을 공개했다. 2년 전 선보인 코르다의 보안 기능을 대폭 강화한 것이다. 코르다는 이전의 금융 거래 방식을 완전히 바꾼 프로그램이다. 기존의 금융 거래는 중개 기관인 은행이 이용자 상호 간의 거래 내용을 자체 장부에 기록해 확인해주는 방식이다. 예컨대 A고객이 B고객에게 돈을 이체하면 이 내용을 두 고객의 계좌에 기록하고, 이런 데이터를 은행의 중앙 대형컴퓨터(서버)에 저장하는 것이다. 하지만 코르다는 이런 금융 거래가 발생했을 때 거래 기록을 두 고객의 컴퓨터뿐만 아니라, 코르다의 네트워크에 참여한 수많은 컴퓨터에 기록하는 방식이다. 한꺼번에 모든 참여자의 컴퓨터 기록을 바꾸지 않는 한, 금융 거래 내역을 위조할 수 없는 것이다. 이런 코르다에는 뱅크오브아메리카·웰스파고·BNP파리바 등 전 세계 200여 은행이 컨소시엄 형태로 참여하고 있다.

조선비즈

/그래픽=이철원·게티이미지코리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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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기술인 블록체인(분산 저장)이 은행·보험·부동산·물류·유통·교육·광고와 같은 수많은 산업의 틀을 바꾸기 시작했다. 블록체인은 '블록(block)'이라 불리는 단위로 데이터를 묶은 뒤 동시에 수많은 컴퓨터에 복제해 저장하는 기술이다. 수백, 수천대의 컴퓨터가 같은 데이터를 복사해 보관하기 때문에 하나의 컴퓨터를 해킹하더라도 데이터 위·변조가 어려운 것이 장점이다. 기업들은 사내에 대형 컴퓨터를 둘 필요가 없어 비용 절감의 이점이 있다. 시장조사업체 CB인사이츠는 최근 "혁신 기업들이 블록체인을 속속 상용화하면서 40여 개 산업군에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며 "비트코인과 같은 가상 화폐는 상품 거래와 같은 일부 분야에 한정된 영역에 영향을 미치지만, 블록체인은 산업 영역을 가리지 않고 막대한 영향을 끼칠 것"이라고 전망했다.

◇"블록체인이 금융 거래 비용 22조원 줄일 것"

영국의 은행 바클레이는 "코르다는 세계 금융 산업의 거래 비용 200억달러(약 22조원)를 줄여줄 것"이라고 전망했다. 데이터가 분산 저장된 여러 컴퓨터가 거래 내역 기록을 보관하기 때문에 은행 입장에서는 많은 지점과 인력을 둘 필요가 없고 대형 컴퓨터를 외부 해커로부터 지키기 위해 드는 보안 비용도 아낄 수 있다.

프랑스의 보험업체 AXA는 지난해 9월에 블록체인 소프트웨어 '이더리움'을 활용한 보험상품 '피지(Fizzy)'를 선보였다. 이 보험상품은 비행기가 2시간 이상 지연됐을 때 자동으로 보상금을 지급하는 보험이다. 블록체인에 특정 조건(비행기 2시간 지연)에서 계약(보상금 지급)이 성립되도록 컴퓨터 명령어를 입력해, 보험회사가 직접 심사를 하는 데 드는 비용을 줄이면서 지급 과정의 투명성을 높였다.

부동산 거래에서도 토지의 거래 이력, 건물의 상태를 블록체인에 담아 사기를 방지하는 방법으로 블록체인이 활용되고 있다. 스웨덴 정부는 2016년부터 아예 전국의 토지 대장을 블록체인 방식으로 기록·저장했다.

◇해운 물류에서 중고차 거래에서… 실생활에 침투하기 시작한 블록체인

유통·물류업계에서는 블록체인이 온갖 서류 작업과 상품 이력 추적 비용을 확 줄여줄 기술로 주목받고 있다. 덴마크의 해운회사 머스크는 IBM과 함께 해운 물류 블록체인을 개발하고 있다. 배를 통해 물건을 보낼 때 문서 200여건이 함께 오가는데 이 과정에서 서류를 위조해 거래 상대를 속이는 일이 빈번히 일어난다. 하지만 블록체인에선 당사자들이 이동 기록을 공유하고, 배에 사물인터넷(IoT) 장비를 부착해 배의 위치·충돌 여부를 추적해 효율성을 극대화하는 것이다. 국내 IT 서비스업체인 삼성SDS도 이런 해운 블록체인 소프트웨어 개발에 나선 상태다.

미국 최대 대형마트인 월마트는 미국과 중국에서 신선식품의 생산·유통 과정을 추적해 가짜, 불량 식품을 막는 기술을 개발해 시범 운용 중이다. 미국에선 망고의 원산지와 유통 경로를 추적해 기록하는 블록체인 소프트웨어를 개발해 선보였고, 중국에선 돼지고기의 사육·도축·유통 전 과정을 확인할 수 있는 서비스를 만들었다. 미국 스타트업 도큐사인은 블록체인을 이용한 차량 임대·거래 서비스를 내놓았다. 블록체인에 차량의 상태·사고 내역·보험 가입·거래 내역 등 기록을 남겨 차량의 모든 이력을 확인 가능하게 한 것이다.

임경업 기자(up@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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