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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6 (금)

복잡한 셈법 주고받은 北美…결론은 '유해송환' 아닌 '발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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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프로젝트 합의로 대화 동력 이어가

'의구심' 내포된 복잡한 셈법 속 '워킹 그룹' 개시에 주목

(서울=뉴스1) 서재준 기자 = 북미가 한국전 사망 미군 유해 송환 합의를 놓고 복잡한 셈법을 주고 받은 양상이다.

북미는 지난 15일부터 이틀 간 판문점에서 진행한 협상을 통해 유해 송환과 관련한 세부적인 합의에 도달한 것으로 보인다.

장성급 회담이 끝난 뒤 마이크 폼페이오 미 국무장관은 성명을 통해 "생산적으로 협조적이며 확고한 약속이 있었다"고 언급했다. 이는 양측이 향후 약 5300구에 달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실종 유해를 찾기 위한 발굴 작업도 진행하기로 합의한 것을 포함하는 언급이다.

북미가 지난 6월 정상회담에서 합의한 유해 송환은 이미 발굴이 끝나 송환 준비가 완료된 유해에 해당하기 때문에 유해 발굴 사업을 진행하기로 한 것은 표면적으로는 진전된 성과가 있는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이 같은 회담의 결과는 북미가 진전된 자세로 회담에 임했기 보다는 유해 송환을 두고 제각기 복잡한 셈법을 주고받은 끝에 도출한 결과라는 분석이 제기된다.

북한은 당초 12일로 예정됐던 유해 송환 협상에 나타나지 않으며 돌연 15일로 회담을 미뤘다. 동시에 회담의 급을 장성급으로 높이며 의제의 폭도 넓히는 전략을 구사했다.

이는 실질적으로는 이른바 '워킹 그룹' 협상 등 비핵화 협상과는 별도의 채널인 이번 유해 송환 협상을 사실상 북미 비핵화 대화의 추동력을 더해 주는 계기로 삼겠다는 의도를 드러낸 셈이다.

결과적으로 북한은 대화의 시간을 벌었다. 유해 발굴 사업의 경우 단순 송환과 달리 최종 결과를 내는 데 상당한 시간이 소요되기 때문이다.

발굴 사업의 재개를 북한이 먼저 제안했는지, 미국의 의견이 반영된 것인지는 구체적으로 확인되진 않았으나 북한의 입장에서는 미국과의 대화판을 길게 가져갈 수 있는 조건을 확보한 셈이다.

또 2009년 이후 중단됐던 장성급 회담 채널도 다시 연결하면서 향후 종전선언은 물론 군사 관련 별도의 논의를 실질적으로 운용할 수 있는 창구도 확보했다.

미국의 입장에서도 북한과의 고위급 군사 채널 복구, 사실상 유해 발굴 사업의 전면적 재개라는 실질적 성과를 낸 것은 의미가 있다.

첫 북미 정상회담 이후 제기된 북한의 진정성에 대한 조야의 비판론을 일축할 수 있는 근거가 되기 때문이다.

유해 발굴 사업의 경우 북미가 이미 지난 1990년부터 2007년까지 진행했던 사업이기 때문에 사업을 재개하는데 많은 시간이 소요되지 않는다는 장점도 있다. 빠르고 가시적인 성과 도출이 가능하다는 뜻이다.

다만 미국 내 여론 일각에서는 여전히 북한의 대화 전략에 말려들어서는 안된다는 비판론도 제기된다. 북한이 비핵화 협상에는 적극적으로 나서지 않으면서 대화의 분위기만 유지해 이득을 보는 전략을 구사하고 있다는 지적이다.

북한의 입장에서도 미국에 대한 경계심을 늦추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대화가 잘되고 있다"면서도 중국의 배후론 등 의구심을 표하는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 특유의 협상 전략은 북한의 입장에서는 '트럼프의 변심'에 대한 우려를 놓지 못하게 만드는 부분이다.

이 같은 북한과 미국의 복잡한 셈법이 진화를 거듭하는 가운데 일단 유해 송환 협상을 계기로 북미의 대화 동력은 이어질 전망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17일 CBS 방송과의 인터뷰에서 "막후에서 아주 긍정적인 일들이 일어나고 있다, 나는 서두르지 않는다"며 북한과의 비핵화 협상 전선에 문제가 없음을 강조했다.

북한의 구체적 의도와 나름의 청사진, 미국의 전략 등 비핵화 대화와 관련한 2라운드 협상의 구체적 내용은 향후 '워킹 그룹'의 협상 재개 시점과 협상의 추이에 따라 보다 선명하게 드러날 것으로 전망된다.
seojiba3@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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