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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4.27 (토)

9세 소년 ‘광란의 질주’ 보상은 어떻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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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세 소년 ‘광란의 질주’, 피해자 보상받을 수 있나
최근 5년간 청소년 무면허 질주 사상자만 7790명
정부, 촉법소년 연령 하향(만 14→13세 미만) 추진

지난 9일 오전 8시 10분쯤 대전 동구청 주차장에서 연쇄 추돌이 벌어졌다. 흰색 아반떼 차량은 주차로 가운데를 갈지자로 달리면서 “쿵,쿵,쿵,” 다른 차량을 들이받았다. 이렇게 충돌한 차량만 7대. ‘이상한 운행’을 지켜보던 뒤차량 운전자가 다가가 창문을 두드리면서 “내리라”고 했지만, 아반떼는 무시하고 주차장을 빠져나갔다. 이후 4차선 도로에 진입, 종횡무진 달리던 아반떼는 3번의 충돌을 더 겪고서야 멈췄다. 초등학교 3년 A(9)군이 운전대를 잡고 있었다.
생전 처음 차량을 몰아본 A군은 대전 동구 아파트 단지를 빠져나와, 동구청 지하주차장→시내 대형마트 앞 도로를 거쳐 출발지로 다시 돌아왔던 것으로 조사됐다. 인명 피해는 없었지만, A군이 일으킨 10차례 사고의 피해액은 600만원에 달하는 것으로 추산된다. 경찰 조사에서 A군은 “인터넷 자동차 게임으로 운전하는 법을 배웠다”고 진술한 것으로 전해졌다.

◇촉법소년 ‘광란의 질주’ 보상받을 수 있을까
형사미성년자인 A군은 그날 귀가했다. 현행법상 만 14세 미만은 법적 처벌이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법률용어로 형사처벌을 받지 않는10세 이상 14세 미만을 촉법소년(觸法少年)이라고 한다. '촉법소년'은 형사 처벌을 받지 않지만 소년법에 따라 가정법원이 '보호자 감호위탁'에서 '소년원 송치'에 이르는 보호처분을 내릴 수 있다. 경찰 관계자는 “피의자는 촉법소년에도 해당하지 않는 어린이라 아무런 처벌도 받지 않는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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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찰청에 따르면 2012년부터 5년간 청소년 무면허운전 사고는 5578건에 이른다. /조선 DB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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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해자들은 물질적 보상은 받을 수 있을까. 원칙적으로는 민사소송을 통해 보호자에게 보상금을 받을 수 있다. 하지만 사안에 따라서 피해보상금을 제대로 받지 못할 수도 있다. 보호자가 피해차량 운전자의 과실을 물고 늘어지거나 “보상해 줄 재산이 없다”며 재판을 길게 끌 수도 있기 때문이다.

“형사처벌 위기가 코앞에 닥치면 보호자들이 ‘우리 아이 전과자 될라’라는 생각에 발 빠르게 대처합니다. 하지만 어차피 처벌을 받지 않는 나이(만 14세 이하)면, 보호자가 민사소송을 2심, 3심으로 끌고 가면서 보상금을 깎아나가는 일도 있습니다. 이를테면 피해 차량의 주차 장소가 불법적인 곳 아닌가, 피해차량 운전에는 위법적인 요소가 있지 않은지 따지는 식입니다.” 최원길 법무법인 대안 변호사 설명이다.

지난 3월에는 트럭, 승용차 등 훔친 차량을 번갈아 가며 전남 고흥에서 인천까지 300여km 무면허 운전한 10대들이 경찰에 붙잡혔다. 이들은 경찰 단속에 적발되자 도주하면서 주차된 다른 차량도 받았던 것으로 알려졌다. 운전자 가운데는 만 13세 소년이 포함돼 있었다. 동승자 3명은 중·고교생이었다.

미성년자가 모는 차량에 탑승한 동승자는 어떻게 될까. 송혜미 법무법인 현율 변호사는 “음주운전 상황에 비추어 볼 때, 동승자가 운전자 불법요소를 알고도 운전하게 했다면 책임이 있다”고 설명했다.

청소년의 무면허 질주, 사상자만 7790名
경찰청에 따르면 최근 5년간 청소년 무면허 운전 적발 건수는 5578건에 달한다. 다른 차와 충돌한 경우는 3800건, 보행자를 친 경우는 992건이다. 청소년의 무면허 질주로 인한 사상자는 7790명(사망 135명, 부상 7655)으로 집계됐다. 경찰 관계자는 “무면허 사고의 열에 하나는 청소년이 일으킨 것”이라면서 “미성년자들은 경험이 적은 데다, 혈기가 왕성해 심각한 사고로 이어질 우려가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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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소년 범죄가 논란이 되자, 정부는 처벌가능 한 연령을 14세미만에서 13세 미만으로 낮추는 법률을 추진하고 있다. 박상기 법무부장관은 “촉법소년 연령을 낮추는 형법·소년법 개정이 올해 내 이루어질 수 있도록 국회와 적극 협력하겠다”고 밝혔다.

청소년 무면허 질주를 막기 위해서는 자동차 안전교육이 바뀌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 도로교통공단 교육본부 김진형 교수는 “지금까지는 미성년자들은 보행자·피해자 관점에서 도로 안전교육을 받아왔다”면서 “청소년 운전사고가 늘어나는 만큼, 무면허 운전의 위험성, 사고 가능성을 알려주는 방식으로 교육의 관점도 전환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안소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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