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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5.21 (화)

[사설] 어느새 꼬리를 감춘 듯한 북핵 협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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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과 북한이 그제 판문점에서 장성급 회담을 갖고 6·25 전쟁 당시 전사한 미군 유해발굴 작업을 재개하기로 합의했다. 이에 따른 실무회담도 어제 시작됐다. 비록 늦어지긴 했지만 트럼프 대통령과 김정은 국무위원장 사이의 싱가포르 6·12 정상회담에서 합의된 대로다. 미·북 간 장성급 회담이 2009년 이후 처음으로 열렸다는 자체로 의미를 지닌다.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그제 성명에서 “장성급 회담은 생산적이고 협력적이었다”고 밝힌 데서도 미국 측의 기대감이 엿보인다.

그러나 이와는 달리 미·북 협상에서 최대 핵심사항이던 북핵 문제는 별로 진전이 없는 듯한 모습이다. 이러다간 과거 경험했듯이 유야무야 묻힐 것이라는 우려마저 제기된다. 영국을 방문한 트럼프 대통령이 메이 총리와의 공동 기자회견에서 “비핵화는 과정이다. 아마도 사람들이 바라는 것보다 더 긴 과정이 될 수 있다”고 밝힌 데서도 요즘 북한 비핵화 협상이 처한 분위기를 미뤄 짐작할 수 있다. 하늘이 두쪽 나더라도 당장 결말을 보겠다던 애초 의지는 어디 갔는지 찾아보기 어렵다.

미국 행정부 내에서 북핵 해결 방식을 놓고 이견이 자주 불거지고 있다는 사실은 더욱 우려스럽다. 볼턴 안보보좌관이 최근 “북한의 핵·생화학 무기와 미사일 등을 1년 내 해체하는 프로그램을 고안했다”고 밝혔으나 폼페이오 국무장관이 “구체적인 시간표를 제시하지 않겠다”며 볼턴의 언급을 부인한 게 하나의 사례다. 자중지란의 파워게임 양상이다. 그렇다고 북한의 적극 협조를 이끌어내는 조짐도 아니다. 지난 6∼7일 이뤄진 폼페이오 장관의 3차 방북은 결국 아무런 성과도 없이 끝나고 말았다.

오히려 북한이 미·북 정상회담 이후에도 핵시설과 관련한 일부 활동을 계속하고 있다는 증언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아직 북한의 극적인 행동 변화가 없다”는 댄 코츠 미 국가정보국(DNI) 국장의 증언이 그것이다. 미군 유해발굴 작업이 이뤄지는 과정에서 서로 신뢰가 쌓이고 그 분위기가 북핵 폐기로 이어진다면 더할 나위 없이 좋겠지만 지금 돌아가는 양상이 그렇지 않다는 게 문제다. 이런 상황에선 문재인 대통령의 중재 노력이 얼마나 효과를 발휘할 것인지도 의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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